업계 “원재료 가격 상승 이어져…‘가성비’ 유지하는 것이 과제”
직장인 김모(35) 씨는 최근 점심값 부담이 커지면서 새로운 외식 방법을 고민하게 됐다. 회사 근처 식당의 점심 정식 가격이 1만5000원을 넘어서고, 일부 메뉴는 2만 원대에 육박하면서 매일 점심값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기 때문. 김 씨는 동료들과 함께 회사 근처의 한 무한리필 고깃집을 찾았다. 1인당 2만5000원으로 가격이 다소 높게 느껴졌지만, 삼겹살과 소시지, 샐러드바까지 제공돼 다양한 음식을 마음껏 즐길 수 있었다.
그는 "평소 고깃집에 가면 1인분 가격이 1만8000원은 넘는데, 무한리필 식당에서는 여러 가지를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 오히려 가성비가 좋다고 느꼈다"고 말했다. 최근 김 씨는 점심시간마다 동료들과 무한리필 샤부샤부나 뷔페 등을 찾아다니는 경우가 많아졌다. 그는 "한 번에 가격이 높은 편이긴 하지만, 여러 명이 함께 가서 천천히 식사하며 양껏 먹을 수 있어 만족도가 크다"며 "런치 플레이션이 심해지면서 이런 무한리필 식당이 더욱 인기를 끄는 것 같다"고 덧붙였다.

고물가로 점심값이 치솟는 ‘런치 플레이션’ 현상 속에서 뷔페를 비롯한 ‘무한리필’ 식당이 예상치 못한 호황을 맞고 있다. 이들 식당은 성인 1인당 가격이 2만~3만 원대로 비교적 높은 편이지만, 외식 물가 상승 속에서 다양한 메뉴를 제한 없이 즐길 수 있다는 점에서 가성비 외식 선택지로 주목받고 있다.
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이랜드이츠가 운영하는 뷔페 ‘애슐리퀸즈’는 지난해 연매출 4000억 원을 돌파하며 전년(2360억 원) 대비 약 70% 성장했다. 매장 수도 2023년 77곳에서 지난해 12월 기준 110곳으로 약 43% 증가했다.
CJ푸드빌의 샐러드바 레스토랑 ‘빕스’ 역시 지난해 신규 점포의 평균 매출이 전년 대비 35% 상승했다. 전체 매장의 방문객 수는 2022년 대비 19% 증가했으며, 일부 신규 지점에서는 개점과 동시에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서는 ‘오픈런’ 현상이 나타났다. 1주일에 2~3번씩 방문하는 단골 고객도 증가하는 추세다.
현재 평일 점심 기준으로 애슐리퀸즈의 성인 1인당 이용료는 1만9900원, 빕스는 3만7900원이다. 다만, 통신사 제휴 및 할인카드를 적용하면 2만~3만 원대 가격으로 이용할 수 있다. 이러한 가격이 결코 저렴한 편은 아니지만, 전반적인 외식비 상승으로 인해 오히려 가격 경쟁력이 부각되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무한리필 식당은 메인 메뉴 외에도 과일, 베이커리, 커피 등 다양한 후식을 제공하는 것이 특징이다. 식사 후 별도로 카페에 방문할 필요 없이 한 장소에서 모든 식사를 해결할 수 있어 만족도를 높이고 있다.
삼겹살 등 육류와 채소 가격이 함께 상승하면서, 이들을 양껏 즐길 수 있는 고기 뷔페 역시 인기를 끌고 있다. 숯불구이 무한리필 브랜드 ‘명륜진사갈비’는 지난해 5947억 원의 매출을 기록하며 전년(5145억 원) 대비 15% 성장했다. 2023년 한 해 동안 신규 가맹점 73곳이 추가로 개점하며 빠른 확장세를 보였다.

무한리필, 뷔페형 식당의 인기가 급증한 주요 원인은 외식 물가 상승이다. 한국소비자원 가격정보포털 ‘참가격’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소비자 선호 8개 외식 메뉴의 서울 기준 평균 가격 상승률은 4.0%에 달했다. 삼겹살(200g 기준)은 지난해 5월 처음으로 서울에서 2만 원을 넘어섰으며, 삼계탕도 7월에 1만7000원을 돌파했다.
무한리필, 뷔페형 식당은 1만~2만 원대 가격으로 푸짐한 식사를 제공한다. 커피와 후식까지 포함해 전체적인 비용 부담을 낮출 수 있어 소비자들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로 자리 잡고 있다. 한 자리에서 다양한 음식을 선택할 수 있어 각기 다른 입맛을 만족시키기에도 용이하다.
전문가들은 "경제적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이러한 외식 트렌드는 장기화될 가능성이 높다"며 "향후 경제 회복 속도에 따라 업계의 성장세가 지속될지 여부가 결정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이러한 성장세에도 불구하고 업계의 고민도 깊어지고 있다. 원재료 가격 상승이 지속되면서 ‘가성비’를 유지하는 것이 과제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업체들은 유통 단가를 낮추는 등 원가 절감을 위한 다양한 전략을 모색하며 소비자 이탈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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