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스피 대형주, 딥시크 이은 직격탄
日·대만 등 세계 금융시장도 여파
加달러·유로·위안화·페소 급락
日 자동차·대만 기술株도 ‘휘청’
안전자산 쏠려 달러는 고공행진
“트럼프 1기보다 충격 덜해” 전망
무역협상 카드 활용 여부에 주목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발 ‘관세 전쟁’이 현실화하면서 국내외 금융시장이 직격탄을 맞았다. 코스피는 2.5% 넘게 하락하며 장중 2440선이 깨지고, 설 연휴 직전 1430원대에 머물던 원·달러 환율은 한때 1470원대까지 치솟았다. 트럼프의 관세 표적이 된 중국의 위안화와 캐나다 달러, 멕시코 페소 가치 역시 급락하고, 아시아와 유럽 증시도 출렁였다.
3일 코스피는 전장 대비 2.52% 내린 2453.95, 코스닥 지수는 3.36% 내린 703.80로 마감했다. 코스피 지수는 2468.74로 출발한 뒤 낙폭을 키워 오전 한때 2439.89까지 밀리기도 했다. 코스피가 장중 2440선 아래로 내려온 것은 지난달 3일 이후 한 달 만이다. 코스닥 지수는 지난달 3일 종가(705.76)보다 더 떨어지며 두 지수 모두 한 달간의 상승분을 대부분 반납했다.

이날 유가증권시장에서 외국인과 기관이 각각 8700억원, 3700억원 규모의 순매도세로 지수를 끌어내렸다. 외국인은 코스피200 선물도 4500억원 넘게 던져 이날 현·선물 순매도액이 1조3000억원을 넘어섰다.
국내 대형주들은 지난달 31일 중국 인공지능(AI) 스타트업 ‘딥시크(DeepSeek)’ 충격에 이어 또다시 직격탄을 맞았다. SK하이닉스가 4.17% 떨어지며 하락세를 이어갔고 삼성전자(-2.67%), LG에너지솔루션(-4.40%) 등 시가총액 상위 종목 대다수가 크게 내렸다.
관세 전쟁에 대한 공포가 확산하면서 안전자산인 달러는 강세를 보이고 원화를 비롯한 나머지 통화는 일제히 급락했다. 주요 6개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를 나타내는 달러인덱스는 전 거래일보다 1.25% 오른 109.519를 기록했다.

이날 서울외환시장에서 달러 대비 원화 환율은 전 거래일 대비 14.5원 오른 1467.2원(주간거래)에 마감했다. 이날 환율은 1466.0원으로 출발한 뒤 1472.5원까지 뛰었다가 오후 들어 상승 폭을 줄였다. 장중 1470원대는 지난달 13일 이후 3주 만이다. 지난달 24일 1431.3원에 마감한 환율은 설 연휴 휴장한 후 31일에 이어 이날까지 2거래일간 40원 가까이 뛰었다.
이수정 메리츠증권 연구원은 “관세는 트럼프의 협상 전략일 뿐이라는 시각이 우세했으나 시장은 실물 경제에 미칠 부정적 영향을 우려하기 시작했다”고 분석했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원은 “트럼프가 중국에 10% 추가관세 이후 더 부과할 가능성이 아직 남아 있고, 유럽연합(EU)에도 관세 부과를 예고하는 등 관세 충격이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환율) 위험 강도나 방향은 이번 주가 가장 고비”라고 전망했다.
트럼프의 관세 폭탄은 원화뿐 아니라 대부분 국가의 통화 가치를 끌어내렸다. 중국 위안화의 가치는 역외 거래에서 사상 최저치로 떨어졌고 멕시코 페소와 캐나다 달러도 수년 만에 최저 수준을 보였다.
이날 미국 달러당 역외 위안 환율은 장중 한때 사상 최고치인 7.3765위안까지 치솟았다. 위안화 가치가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의미다. 달러당 캐나다 달러의 가치는 1.4% 급락해 2003년 이후 최저 수준을 기록하고, 멕시코 페소 가치도 2.3% 급락하며 2022년 7월 이후 최약세로 내려왔다.

트럼프가 유럽연합에도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예고하면서 유로화 가치도 1 넘게 급락해 1유로당 1.02달러선이 위협받고 있다. 일반적으로 안전통화로 여겨지는 스위스 프랑마저 지난해 5월 이후 가장 아래로 떨어졌다. 엔·달러 환율은 전 거래일보다 0.44% 상승한 155.35엔을 기록했다.
전문가들은 트럼프의 관세 공격에 다른 나라들이 실제로 보복 조치에 나서면 당분간 달러 강세와 미국 국채금리 상승이 계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위험 회피 심리가 강해지면서 국내 증시에서 외국인들의 이탈이 가속화할 것이란 우려도 나온다.
앞서 2018년 트럼프 1기 행정부 때에도 관세 부과 조치가 시행되자 코스피가 급락한 바 있다. 당시 코스피는 2017년 말 2467.49에서 2018년 말 2040.04로 17.28% 하락했는데, 이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두 번째로 큰 하락 폭이었다.
한국뿐 아니라 아시아와 유럽 증시도 휘청였다. 이날 일본 증시 닛케이225 평균주가(닛케이지수)는 트럼프의 관세 부과 영향으로 자동차 수출이 타격을 받을 수 있다는 우려에 오전에만 2.1% 하락했다. 대만 증시도 미국의 관세 충격에 기술주가 4%대 급락세로 출발하며 오전 한때 5% 넘게 내리기도 했다.

유로스톡스50 지수를 비롯해 독일 닥스와 프랑스 CAC 등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 주요국 개별 증시와 영국 FTSE도 각각 2 안팎 급락세로 출발했다. 중국 증시는 설 연휴로 지난달 28일부터 4일까지 휴장한다.
지난 주말 미국 뉴욕 증시 3대 주요 지수도 트럼프의 관세 부과 소식이 확산하며 하락 마감했다. 31일(현지시간) 다우 지수와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각각 0.75%, 0.5% 하락 마감했다. 나스닥 지수도 0.28% 내렸다.
관세 전쟁의 충격이 트럼프 1기 행정부 당시보다는 덜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문정희 KB국민은행 수석연구원은 “관세 전쟁으로 미국도 타격을 받을 수밖에 없다. 이미 미국도 선물시장이 1.6% 빠지고 있다”면서 “트럼프가 2018년처럼 관세를 무역협상의 카드로 활용할 가능성이 있으므로 앞으로 어떻게, 얼마나 빨리 협상을 타결할지가 위험회피 심리를 완화하는 방향타가 될 것”이라고 말했다.
한지영 키움증권 연구원도 “관세 부과를 증시 대응 시나리오에 반영해야 하는 것은 사실이지만 ‘관세부과-맞대응-추가 관세 부과 및 타 국가로 무역분쟁 전면 확산’이라는 최악의 시나리오보다는 ‘일부 국가, 일부 품목별 선관세 부과 후-협상’의 시나리오에 높은 확률을 부여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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