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헌재는 왜 ‘재판관 임명 논란’ 선고를 2시간 앞두고 전격 연기했나 [미드나잇 이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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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5-02-03 21:00:00 수정 : 2025-02-04 01:3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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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고 당일 정오쯤 연기 결정
‘불임명’ 사건 속전속결하다 막판에 제동
“절차 시비 불식하기 위한 차원”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헌법재판관을 ‘선별 임명’한 것이 위헌인지에 대한 헌법재판소 판단이 선고를 단 2시간을 앞두고 미뤄졌다. 헌재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사건을 우선 심리하면서도 이 사건 결정을 서둘러 왔다. 하지만 사건 절차에 대한 반발이 이어지자 최 대행 측에 변론 기회를 부여해 시비를 차단하기 위한 차원으로 해석된다.

 

헌재는 3일 국회가 최 대행을 상대로 낸 권한쟁의심판 사건과 김정환 변호사(법무법인 도담)가 최 대행과 한덕수 국무총리를 상대로 제기한 ‘재판관 임명권 불행사 부작위 위헌확인’ 헌법소원 사건의 선고기일을 연기했다. 권한쟁의 사건은 10일 변론을 재개하기로 했고, 헌법소원의 추후 기일은 따로 지정하지 않았다.

 

3일 서울 종로구 헌법재판소 정문 앞을 경찰이 지키고 서 있다. 최상수 기자

 


헌재는 당초 이날 오후 2시부터 두 사건을 선고하기로 했는데 오전 11시57분쯤 변경된 일정을 공지했다. 헌재가 선고기일을 연기하거나 변론을 재개하는 일은 종종 있지만 선고까지 2시간만을 남겨두고 일정을 재공지하는 것은 이례적이다. 이 같은 결정은 이날 오전 재판관들이 참여하는 평의를 통해 결정됐다.

 

권한쟁의와 헌법소원 두 사건은 피청구인이나 청구 이유가 다소 상이하지만 모두 ‘12·3 비상계엄’ 사태 이후 대통령 권한대행이 국회가 선출한 헌법재판관을 임명하지 않은 ‘부작위’를 문제 삼고 있다.

 

이들 사건은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이 지난해 12월31일 국회에서 선출된 헌법재판관 3명 중 2명(정계선·조한창)만 임명한 게 발단이 됐다. 최 권한대행은 여야 합의가 확인돼야 나머지 1명(마은혁)도 임명할 수 있다고 했다. 이에 우원식 국회의장은 3일 “국회의 재판관 선출 권한과 이를 통한 헌법재판소 구성 권한, 탄핵심판 등에서 공정하게 심판받을 권한이 침해됐다”며 권한쟁의심판을 제기했다.

 

이에 앞서 김정환 변호사는 12월28일 재판관 임명권을 행사하지 않아 공정한 헌법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했다며 헌법소원을 냈다. 김 변호사는 비상계엄 선포 엿새 뒤인 12월9일 계엄군의 포고령에 대해 위헌확인 헌법소원을 제출한 바 있다. 사건 당사자인 김 변호사는 대통령 권한대행이 “특정 정치적 목적을 가지고 헌법을 자의적으로 해석해 헌법재판 기능을 마비시켰다”며 헌법소원을 청구했다.

 

마은혁 헌법재판관 후보자가 지난해 12월23일 국회에서 열린 인사청문회에서 의원 질의에 답변하고 있다. 최상수 기자

 

헌재는 이들 사건 심리에 속도를 내왔다. 권한쟁의 사건의 경우 지난달 3일 사건을 접수한 이후 19일 만인 22일 첫 변론기일을 열었다. 변론기일에서 최 대행 측은 재판관에 대한 여야 합의와 관련해 더불어민주당·국민의힘 원내대표를 증인으로 부르거나 최소한 진술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했으나, 헌재는 이를 물리치고 선고기일을 지정한 바 있다.

 

이를 두고 헌재가 대통령 탄핵심판 같은 중요 사건을 앞두고 재판관 9명의 ‘완성체’를 하루빨리 완성하려는 의지가 반영된 것이라는 해석이 나왔다.

 

최 대행 측과 여당은 그러나 헌재가 ‘졸속’으로 재판을 진행한다며 반발했다. 헌재가 선고를 사흘 앞둔 1월31일 최 권한대행 측에 ‘재판관 추천서 제출 경위’를 당일까지 서면으로 제출하라고 한 점이나 우원식 의장이 권한쟁의심판을 청구하면서 국회 의결을 거치지 않은 점을 문제 삼기도 했다.

 

헌재의 변론 재개 결정에 대해 국회 측 대리인단 양홍석 변호사는 “피청구인 측에서 재판관에 대한 여야 합의나 (권한쟁의 청구를 위한) 국회 의결이 필요하다는 쟁점을 제기한 만큼 헌재가 분명히 정리하고 가겠다고 생각한 게 아닌가 싶다”며 “절차적으로 시비의 소지가 없게끔 진행을 하려고 재개를 한 것으로 이해하고 있다”고 밝혔다.

 

국민의힘 의원들이 지난달 22일 헌법재판소를 항의 방문한 모습. 여당 의원들은 당시 한덕수 국무총리 심판 사건의 조속한 처리 등을 요구했다. 뉴시스

 

헌법연구관 출신 노희범 변호사도 “헌재가 변론 재개 사유를 명확하게 밝히지 않아 추정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면서도 “(정치권 등에서) 졸속 재판이라거나 편파적이라는 주장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으니 이를 불식시킬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을 가능성도 있다”고 진단했다.

 

헌재가 선고를 목전에 두고 변론 재개 결정을 한 것을 두고 노 변호사는 “선고를 2시간 남겨두고 변론 재개를 결정하는 경우는 본 적이 없다”면서 “(결정이 나온) 낮 12시까지 재판관 사이에 격론이나 심도 깊은 논의가 평의에서 이뤄졌을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대리인단 측에서도 이날 결정에 대한 입장문을 냈다. 대리인단은 “헌재는 당사자들의 증거신청을 모두 기각하고 사실관계도 제대로 확인하지 않은 채 서둘러 (권한쟁의 심판) 변론을 종결했다”며 “공정하고 믿을 수 있는 심리를 바라는 국민의 기대에 헌재가 적극적으로 대답할 때”라고 했다.


이종민 기자 jngm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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