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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지정조사 안 하기로…“동물단체에 굴복” 반발

입력 : 2025-01-31 13:33:48 수정 : 2025-01-31 13:3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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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유산청, ‘인류 보편 가치’ 고려해 지정 조사 안 하기로
동물단체, “소싸움은 동물학대… 국가유산청 결정 환영”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 진주시지회, “전통문화 말살” 반발
2023년 4월14일, ‘2023 청도소싸움’ 축제가 열린 경북 청도소싸움경기장에서 싸움소들이 박진감 넘치는 한판 승부를 벌이고 있다. 뉴시스

 

전통문화와 동물학대라는 팽팽한 주장의 가운데에 선 ‘소싸움’을 두고 국가유산청이 더 이상 국가무형유산 지정을 위한 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

 

국가유산청은 31일 “소싸움의 민속놀이로서의 가치는 일정 부분 인정한다”면서도 “인류 보편의 가치 등을 고려해 지정 조사를 실시하지 않기로 했다”고 밝혔다. 연극·음악·무용·공예 기술 등 무형의 문화적 소산으로서 역사·예술적 또는 학술적 가치가 큰 무형유산 중 그 중요성을 인정해 국가가 지정하는 것이 ‘국가무형유산’이다.

 

국가유산청은 지난해 소싸움이 국가무형유산으로서 가치가 있는지 조사할 예정이었다. 하지만 동물보호단체와 환경단체를 중심으로 조사 중단을 촉구하는 목소리가 이어지고, 사회적 논란이 발생할 우려가 있다는 의견까지 제기되면서 절차를 보류한 터였다.

 

지난해 3월12일 동물자유연대 등 동물권 단체 회원들이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소싸움 국가무형유산 지정 조사 중단을 촉구하고 있다. 뉴시스

 

동물자유연대는 지난해 1월 성명서에서 “우리나라 동물보호법은 도박·광고·오락·유흥 등 목적으로 동물에게 상해 입히는 행위를 동물학대로 규정한다”며 “유흥을 목적으로 소에게 싸움을 붙이고 상해를 입히는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학대”라고 주장했다.

 

단체는 “동물학대 뿐만 아니라 혈세 낭비 문제도 심각한 수준”이라며 “소싸움 상설 경기장을 운영하는 청도공영사업공사는 해마다 수십억의 적자를 세금으로 메운다”고 지적했다. 인위적으로 싸움을 붙이는 소싸움에서는 어떠한 역사·예술·학술적 가치를 찾아볼 수 없다면서다.

 

동물자유연대와 동물권행동 카라 등으로 구성된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 전국행동(전국행동)’은 여론조사 기관 비전코리아에 의뢰해 전국 만 18세 이상 성인남녀 총 820명을 대상으로 진행한 ‘소싸움 국민 의식 조사’를 같은 해 10월 발표하고, 전체 응답자의 56.2%가 ‘소싸움=동물학대’ 의견에 동의한다고 밝혔다. 조사는 무선(100%) 자동응답(ARS) 방식으로 진행됐으며, 95% 신뢰 수준에서 표본오차 ±3.5% 포인트다.

 

기존의 사단법인 한국민속소싸움협회에서 이름을 바꾼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는 찬성 서명을 받아 국가유산청에 전달하는 방식으로 맞섰다. 이 단체는 소의 뿔 크기를 제한하고 휴식기를 충분히 주는 등 시대 변화에 발맞춰 변화하고 있으므로 동물학대 주장은 사실이 아니라며 반박도 했다.

 

동물학대 소싸움 폐지 전국행동 제공.

 

양측의 자료 등을 취합해 전문가 회의를 거친 국가유산청은 소싸움 관련 학술 연구 조사를 거쳐 지정 조사 추진 여부를 논의하기로 했으나, 각계 의견을 수렴한 끝에 결국 지정 조사를 하지 않기로 했다.

 

전국행동은 논평에서 “국가유산청의 결정을 환영하며 지지한다”며 “동물을 인위적으로 싸움시키는 것을 동물학대로 규정하는 것은 전 세계적으로 보편화한 인식이고, 소싸움은 명백한 동물학대이자 동물보호법 위반 행위”라고 국가유산청 결정을 환영했다.

 

대한민속소힘겨루기협회는 동물단체 압력에 굴한 결정이라는 입장이다. 협회 진주시지회의 한 관계자는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동물보호단체의 압력에 굴해 전통문화가 말살되고 있다”며 “다음달 소힘겨루기협회에서 긴급 이사회를 하는데, 그날 결정에 따라 집회를 할 수도 있다”고 말했다.

 

경북 청도군이 대표로 유명한 ‘소싸움’은 두 마리의 소가 뿔 달린 머리를 맞대고 싸우는 경기다. 국립민속박물관 한국민속대백과사전은 “우리나라에서는 약 2000년 전부터 소를 이용했고, 이때부터 소싸움도 자연스럽게 이루어졌으리라고 본다”고 설명한다.

 

다소 생소할 수 있지만 소싸움에 관한 법률도 있다.

 

‘전통 소싸움경기에 관한 법률’은 ‘전통적으로 내려오는 소싸움을 활성화하고 소싸움경기에 관한 사항을 규정함으로써 농촌지역의 개발과 축산발전의 촉진에 이바지함을 목적으로 한다’고 밝힌다. 경기 시행자가 법령에 맞춰 농림축산식품부장관 허가를 얻어 소싸움경기장을 설치해야 한다고도 규정하고, 소싸움 경기 공정성을 해하는 행위 등에는 5년 이하 징역이나 5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한다고 정한다.


김동환 기자 kimcharr@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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