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김모(25·여) 씨는 1년째 교제중인 남자친구에게 최근 기념 선물을 받았다. 남자친구는 ‘특별한 것’을 준비했다며 김 씨에게 고급스러운 쇼핑백을 내밀었다. 쇼핑백 속에는 유명 명품 브랜드 가방이 들어 있었다. 그러던 중 한 명품 브랜드에 근무하는 친구를 만난 김 씨는 자랑스럽게 가방을 보여줬다. 하지만 친구의 반응은 의외였다. 혹시 모르니 감정받아 보라는 조언을 들었기 때문. 그는 찜찜한 마음에 명품 감정을 맡기는 곳을 찾아갔다. 그는 감정사로부터 "이건 정품이 아닌 모조품"이라는 말을 듣고 큰 충격에 빠졌다.

지난해 세관 당국에 적발된 소위 ‘짝퉁’ 수입품의 90%는 중국산 제품으로, 샤넬 브랜드 모조품이 가장 많았던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회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박성훈 국민의힘 의원이 관세청에서 받은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지식재산권을 침해해 국경 단계에서 적발된 수입품 규모는 총 1705억 원으로, 79건이 적발됐다.
국가별로 보면 중국산 짝퉁 규모가 1539억 원으로 전체 지식재산권 침해 수입품 규모의 90.3%를 차지했다. 건수로도 전체 79건 중 61건(77.2%)이 중국산이었다. 그 외 국가별 적발 규모는 홍콩 67억 원(5건), 태국 54억 원(3건), 기타 국가 45억 원(10건)으로 나타났다.
브랜드별로는 샤넬 모조품이 540억 원 규모로 전체의 32%를 차지하며 가장 많았다. 이어 버버리 117억 원, 루이뷔통 100억 원 순으로 뒤를 이었다.
품목별로는 가방이 803억 원(28건)으로 가장 많았으며, 의류 및 직물이 520억 원(39건), 시계류가 202억 원(8건) 적발됐다.
정품과 흡사한 디자인과 포장으로 소비자를 속인 뒤 ‘병행 수입 제품’이라고 광고하며 정가의 30~50% 수준에 판매한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위조상품 거래를 차단하고 시장의 유통 질서를 바로잡기 위해 소비자 보호와 판매자 단속이 동시에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 업계 전문가는 "오프라인 매장의 높은 가격 등 문턱으로 인해 직접 쇼핑할 수 없는 상황에서 명품을 갖고 싶어 하는 소비자 심리를 악용해 온라인에서 위조상품 시장이 활발히 형성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소비자들은 명품을 구매하려면 정당한 가격을 지불해야 한다는 성숙한 인식을 가져야 한다"며 "관련 당국도 지속적으로 위조상품 판매업자를 색출하고 강력한 제재를 가해 짝퉁 시장을 위축시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온라인 거래가 급증하면서 위조상품과 같은 상표권 침해 제품의 유통이 더욱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정부 당국은 단속을 강화하고, e커머스 업체들도 자체 감시 시스템을 보강해 소비자 피해를 최소화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위조상품 근절을 위해 정부와 기업, 소비자 간 협력이 필수적이라며 지속적인 단속과 함께 소비자 인식 개선 캠페인도 병행해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았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