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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T 차별 정책 맞서 싸운 …女 과학자들 투쟁 연대기

입력 : 2025-02-01 06:00:00 수정 : 2025-01-30 21:38: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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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겨진 여성들/ 케이트 제르니케/ 정미진 옮김/ 북스힐/ 2만2000원

 

미국 보스턴글로브와 뉴욕타임스 기자 출신의 저자가 1999년 미국 매사추세츠공과대학교(MIT)의 여성 교수 16명이 학교의 여성 차별 정책에 맞서 싸운 과정을 담았다.

1963년, 19살 낸시 홉킨스는 노벨상 수상자이자 하버드대 종신직이었던 제임스 왓슨의 강연을 듣고 과학자로서의 삶을 선택한다. 그 후 30년 동안 그녀는 과학이 순수한 능력주의라고 믿으며 살았다. 학위를 따고 직업을 얻을 기회가 동등하게 주어지므로 차별은 없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세월이 흘러 책임자의 자리에 오르며 권한이 생길수록, 자꾸만 이해되지 않는 것들이 눈에 띄기 시작했다. 왜 그녀의 연구실은 하급 교수보다 작은 크기인가? 왜 그녀의 월급이 같은 직급의 교수보다 낮은 것인가?

케이트 제르니케/ 정미진 옮김/ 북스힐/ 2만2000원

낸시는 그럼에도 이것이 차별인지 경쟁인지 구분할 수 없었다. 그의 과에 여성 종신 교수가 그녀 하나뿐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다 자신이 만든 강의를 뺏긴 일을 계기로 낸시는 이 모든 것이 차별임을 확신하게 되고 총장에게 공식 편지를 보내기로 한다. 그 순간 한 가지 생각이 그녀의 머릿속을 스친다. 함께할 다른 여성들이 있지 않을까? 지극히 평범한 낸시의 이야기가 1990년대를 살아간 모두의 이야기로 바뀌게 된 시작점이었다.

이후 낸시를 중심으로 모인 MIT 여성 교수들은 교묘하고 은밀하게 이뤄지는 학교의 차별을 증명하기 위해 ‘연구실 크기’와 ‘급여 명세’ 등 각종 자료를 수집한다. 이를 정량화해 분석한 결과 여성 교수들은 자신보다 낮은 직급의 남성 교수보다 작은 크기의 연구실을 배정받았고, 같은 직급의 남성 교수보다 적은 월급을 받고 있다는 사실을 밝혀낸다. 당시 명문대 MIT 전반에 퍼져 있던 여성 차별의 구조적 패턴이 사실로 밝혀지면서 미국은 물론 전 세계 과학계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던 사건이다.

이 사건을 처음 보도한 저자는 수많은 취재 자료와 인터뷰를 엮어 MIT의 차별을 밝혀낸 여성 교수들의 삶을 생생하게 재구성했다.

저자는 “차별은 종종 드러나지 않는 방식으로 존재하며, 이를 알아채기 위해서는 개인의 경험을 넘어서는 연대가 필요하다”고 역설한다. 책은 이들 여성 교수의 투쟁이 오늘날에도 여전히 유효함을 시사하고 있다.


박태해 선임기자 pth1228@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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