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산·인력부족 등 제구실 못해
교육정책의 정치적 독립성 위해
헌법상 독립기관 격상안 논의를
교육부와 더불어 합의제 의결기구 성격을 가진 별도의 교육기구를 가지고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국가교육위원회(국교위)의 탄생은 대한민국 국민의 교육에 대한 관심, 인재 중시 의식이 그만큼 크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
하지만 국교위는 여야 합의를 이루지 못한 채 만들어졌고, 정치적 중립을 표방한 것과 달리 위원 구성권에서 대통령과 여당의 몫이 절반을 넘게 되어 있다. 또한 진영논리를 앞세우는 인사로 구성될 수밖에 없는 위원 추천제도 등등 많은 태생적 한계를 가지고 있다. 국교위 설치를 반대했던 당시 야당이 집권하게 되자 국교위 설치 자체를 지연시키기도 했다. 이에 더해 사무국과 예산을 원래 기대와 달리 크게 줄임으로써 제 역할을 하기 어려운 모습으로 만들었다. 그러다 보니 그간 이룬 성과는 잘 보이지 않고 내부 갈등을 비롯한 문제점만 언론에 부각되었다. 이를 핑계로 여당과 야당 그리고 일부 교육계 인사들은 차라리 없애는 것이 낫겠다는 이야기를 공공연히 하고 있다.

‘국가교육위원회 위상과 과제’라는 국회 포럼에서 발제를 요청받아 생각을 정리한 결과, 제도를 보완하여 제 역할을 하도록 하는 것이 우리 교육의 미래를 위해 바람직하다는 결론에 이르렀다. 최근 사회 각 분야에서 집단 간 대립과 갈등이 더욱 심해지고 있고, 국민의 정책 결정 과정 참여 욕구도 커지고 있다. 대통령 주도의 단호하고 전격적인 교육개혁은 어려워졌다. 이제는 갈등이 심한 사안, 중장기 비전 수립에 대해서는 국민의 뜻을 모아 대안을 탐색하는 협의 기구가 꼭 필요하다.
최근 흐름을 보면 인재 양성이 중요하다는 점에 동의하면서도 경제 국방 외교 등에 밀려 교육에 대한 관심과 투자가 점점 줄어들고 있다. 학생 수 급감으로 인해 정치권의 관심은 더욱 줄어들고 있다. 제반 상황을 고려할 때, 국교위와 교육계, 행정부와 국회가 힘을 모아 그간 국교위 운영 과정 중에 나타난 제반 문제를 극복하고, 국교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관련 법을 개정하고 조직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것은 대통령과 행정부로부터의 독립성을 더 키우는 것이다. 개헌 논의를 할 때 국교위를 헌법상 독립기관으로 격상하는 방안을 포함하길 기대한다. 다음으로는 교육부와의 업무 관계를 재정립하고 거기에 적합한 조직과 인력 및 예산을 갖추도록 지원하는 것이다. 국회의 승인을 필요로 하는 예산 수반 정책을 결정하는 경우에는 국회와의 협의 절차를 명확히 할 필요도 있다. 또 하나 중요한 것은 대통령 선거공약팀과의 관계이다. 선거공약을 개발할 때 국교위가 수립한 장기발전 계획 및 정책안을 준수하도록 할 필요가 있다.
국교위가 제대로 작동하도록 하려면 대통령 추천 몫을 5인에서 2인 이하로 줄여서 여당과 야당 추천 위원 수가 유사하게 해주어야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여야 및 관련 기관의 위원 추천 시 최종 선정은 상대 당이나 기관이 하게 하는 교차추천제를 도입하는 것이다. 이렇게 하면 전문성을 갖춘 중립적인 인사로 위원회가 구성될 가능성이 커지고, 추천받은 위원들의 추천기관에 대한 부채의식도 줄게 될 것이다. 진보 보수로 나뉘어 활동 중인 교육시민단체가 아니라, 전국 학생회와 학부모회가 위원을 추천하게 하는 것도 좋은 방법일 것이다.
운영방식과 관련해서는 국교위법 제1조에서 밝히고 있는 ‘사회적 합의’에 대한 개념, 방법, 참여 범위, 절차 등에 대해 상세히 규정함으로써 위원회 운영에서 나타나는 갈등을 완화할 필요가 있다. 물론 여야 합의를 통해 양측이 동의하는 내용으로 규정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개인과 조직의 철학 및 정파적 입장에 따라 관점과 대안이 다를 수밖에 없다. 교육의 방향에 대해서도 완벽한 합의를 이루기 어려운 것이 현실이다. 하지만, 국교위가 제 역할을 한다면 국가의 미래와 그 안에서 살아갈 차세대의 행복을 위한 사회적 합의 도출이 가능할 것이다. 우리 교육 미래의 희망인 국교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교육계와 국회 그리고 행정부와 시민사회가 머리를 맞대길 소망한다.
박남기 광주교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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