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연예인부터 기업인까지 유명인을 사칭하는 온라인 사기 범죄가 기승을 부리고 있다. 피해가 확산하자 유명인들은 직접 플랫폼과 정부에 문제 해결을 촉구하는 한편 법적 대응에 나섰다. 경찰과 방송통신심의위원회도 적극 단속에 들어갔다.
30일 경찰청에 따르면 2023년 9월부터 지난해 2월까지 유명인 사칭 사기를 포함한 불법 주식 투자 유도 특별 단속 결과 피해 건수는 2517건, 피해액은 2371억원에 달했다. 보통 유명인 사칭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계정으로 개인 정보나 금전을 요구해 실제 피해로 이어지는 사례가 늘고 있다.
지난달에는 성 김 현대자동차그룹 사장을 사칭한 다수의 SNS 계정에 대한 신고가 접수돼 서울경찰청이 수사에 나섰다. 개인 사진과 프로필을 내건 김 사장 사칭 계정은 페이스북에만 14개 이상으로 파악됐다. 김 사장을 사칭한 한 계정은 현대차 관계자에게 메시지를 보내 개인 정보 등을 캐내려 했으나 실패한 것으로 전해졌다.
지난 27일 가수 겸 방송인 김종민도 초상권 무단 도용 및 허위 광고에 대해 법적 대응 방침을 밝혔다. 한 업체는 ‘수익률 특별 이벤트’라며 김종민의 사진을 내세우고 “2000만원 이상 추가 예치 시 추가 수익률을 지급한다”는 광고를 했다. 소속사 측은 “해당 업체는 김종민의 신뢰도를 악용하고, 수익금을 빌미로 투자를 유도하고 있어 피해자 발생을 막기 위해 강력한 법적 조치를 결정했다”고 전했다.
온라인 사칭 게시물 탐지 업체에 따르면 유명인 사칭 게시물 중 약 80%는 SNS 등에 집중된 것으로 나타났다. AI를 통해 인간 이미지를 합성하는 ‘딥페이크’ 기술과 음성 합성 기술을 활용해 유재석·이부진 호텔신라 사장 등 대중적 지명도와 신뢰도가 높은 유명인을 내세워 주식 투자 리딩방 가입을 유도하는 수법이다.

사칭을 당한 유명인들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유명인 사칭 온라인 피싱 범죄 해결을 위한 모임’(유사모)는 지난해 3월 기자회견을 열고 플랫폼과 정부에 피해 확산 방지책을 요구했다. 기자회견에는 방송인 송은이·황현희씨, 유명 강사이자 베스트셀러 작가인 김미경씨, 주진형 전 한화투자증권 대표, 존리 전 메리츠자산운용대표 등이 참석했다.
이들은 성명서를 통해 “최첨단 기술을 가진 세계 최고의 플랫폼 기업들은 현재 범죄 광고를 사전에 필터링할 수 있는 시스템이 없다”며 “지금 시스템에서는 누구나 돈을 쓰면 광고를 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주진형 전 대표도 “사칭 광고를 보고 즉각 신고해도 플랫폼 기업은 ‘사칭인지 알 수 없기에 게시물을 내릴 수 없다’고 답변한다”면서 “(지금 사태는) 무책임한 정부와 입법기관, 미디어 회사의 합작품”이라고 비판했다.
송은이씨는 “수도 없이 많은 분이 ‘언니 아니죠?’ ‘송은이씨 아니죠?’ 하며 제보를 하는데 일일이 신고할 수가 없는 수준”이라며 “가짜가 판을 치고 진짜가 무엇인지 알 수 없는 세상이 더 깊게 올 것 같다 두렵다”고 말했다. 그는 “저는 어떤 경우에도 투자권유, 광고를 하지 않는다”며 “투자를 유도하는 사칭에 절대 속지 말라”고 재차 강조했다.
방심위는 이같이 초상을 무단 도용한 불법투자 유도 광고에 대해 집중 단속 중이다. 방심위는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 등 법령 위반 여부를 검토해 적극적으로 조치할 예정”이라며 “초상권 침해 피해를 본 유명인들의 경우, 방심위로 직접 신고해 권리를 신속하게 구제받을 수 있다. 유명인을 사칭해 원금 보장·고수익으로 현혹하며 카카오톡·밴드 등 오픈채팅방으로 유도하는 광고성 정보에 이용자들도 각별히 주의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한편 온라인상에서 타인 사칭 계정을 개설하면 1년 이하 징역 또는 1000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정보통신망법 개정안’은 지난해 6월 국회에 발의돼 현재 소관 상임위원회에서 논의가 진행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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