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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앞 닥친 지방 소멸… 경계 허문 ‘메가시티’로 위기 넘는다 [창간36-지방자치제 30년 진단]

, 창간 특집

입력 : 2025-02-03 08:00:00 수정 : 2025-02-02 19:45: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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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자체 간 행정통합 논의 활발

비수도권 인구 유출 ‘발등의 불’

2047년 전국 157곳 소멸 위기 맞는데
30년 묵은 지방행정은 ‘인구증가’ 전제
“지역 경쟁력 저하 등 현실 대응 못해”
지자체 기능조정·거점 강화 필요성 대두

지자체들 “생존 동맹 불가피”

TK·충청 등 광역 생활권 출범 잰걸음
목포·신안 등 기초 지자체도 “뭉치자”
개편 기준·특례 등 법적 근거 명확해야
“주민 투표 의무화로 민의 반영” 지적도

경남 창원시 인구는 지난해 100만명 선이 붕괴됐다. 옛 창원시·마산시·진해시를 합쳐 ‘통합 창원시’로 출범한 지 14년 만이다. 통합 창원시 인구는 2010년 7월 출범 당시 주민등록인구 108만1808명으로 출발했다. 2012년 5월 109만2554명을 기록해 정점을 찍은 뒤 점차 내리막길을 걷다 지난해 12월 기준 99만9858명으로 집계됐다. 1년 새 9180명(0.9%)이 줄었다. 통합 창원시 인구 유출의 주된 원인은 청년들이 외지로 떠났기 때문이다.

창원시는 2022년 1월 출범한 특례시 지위도 잃을 위기에 처했다. 특례시는 인구 100만명 이상 대도시 중에서 정부가 지정한다. 기초자치단체지만 광역시에 준하는 자치권한을 갖는다. 경기 수원·용인·고양·화성과 창원 등 전국 특례시 5곳 중 인구가 줄어든 건 창원시가 유일하다. 인구 감소는 시 행정조직에도 영향을 미친다. 창원시 마산회원구 내서읍장은 기존 4급 자리였지만 최근 5급 자리로 하향 조정됐다.

 

◆30년 묵은 지방행정체제 변화 오나

올해는 지방자치단체장과 지방의회 의원을 주민들이 직접 선출한 제1회 동시지방선거가 실시된 지 30년이 되는 해다. 인구감소와 지방소멸, 행정 구역과 생활권 불일치, 복잡한 행정수요 증가 등 행정 환경의 급격한 변화가 있었지만 행정 체제는 30년간 변화하지 못해 주민 불편과 지역경쟁력 저하를 낳았다는 지적이 나온다. 권한과 재정이 여전히 중앙정부에 쏠려 있는 게 근본 원인이다. 정부도 이런 지방행정체제 개편 필요성에 공감해 지원에 팔을 걷어붙이자 전국 지자체도 ‘판’을 키우고 있다.

2일 행정안전부에 따르면 지난해 5월 출범한 ‘미래지향적 행정체제개편 자문위원회’는 지난달 개편 권고안을 내놨다. 권고안에는 광역시·도 통합, 대도시 거점 기능 강화, 자치단체 기능 조정, 자치단체 구역변경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행정체제 개편 논의가 활발한 것은 ‘지방소멸’이 현실적인 위협으로 다가오고 있어서다.

자문위가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2047년에는 한국 시·군·구 157곳이 소멸 위기에 처할 것으로 예상된다. 2017년 12곳 대비 약 13배 증가한 것으로 비수도권 대부분은 지역 소멸 고위험지역인 곳으로 나타났다.

인구 감소와 지방 소멸이라는 국가적 위기 상황에 봉착한 가운데 인구·도시·지역 개발 등 행정 외 영역에서 행정 체제 개편이 필요하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현행 지방자치제도는 특·광역시 설치, 대도시 특례 부여의 특징을 지니는 등 인구 증가를 전제로 설계돼 있어 인구가 감소하는 현실은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전대욱 한국지방행정연구원 연구위원은 “현행 지방행정체제는 행정구역 관할을 초월한 이슈에 대응하는 데 한계가 있다”면서 “인구감소나 고령화 대응 등에 대한 주민밀착형 근린 자치 활성화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뭉쳐야 산다” 행정구역 새판짜기 시동

지방소멸 위기의식이 고조되면서 전국의 지자체가 ‘행정체제 개편’에 뛰어들었다. 세계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현재까지 행정체제 개편이 언급된 지역은 12곳에 달한다. 정부도 4대 초광역권(충청권, 광주·전남권, 부산·울산·경남권, 대구·경북권)과 3대 특별자치권(강원권, 전북권, 제주권)을 통해 지역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

대구와 경북이 광역단체 중에선 유례가 없는 행정통합을 내세워 메가시티(광역생활경제권)를 향한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지난해 10월 공동합의문에 서명해 2026년 7월 ‘대구·경북특별시’를 출범시키는 것이 목표다. 충청권은 대전·세종시·충남도·충북도가 메가시티를 구축하기로 하고 최근 특별지방자치단체인 ‘충청광역연합’이 출범했다. 특별지자체는 2개 이상의 지자체가 공동으로 특정한 목적을 위해 광역 사무를 처리할 필요가 있을 때 설치하는 것이다.

광주·전남도·전북도는 ‘호남권 메가시티 경제동맹’을 선언했다. 이어 부산·경남도 ‘부산·경남특별시·특별도’ 신설 등 행정통합 기본 구상안을 공개하고 공론화위원회가 출범했다. 전북도는 군산시·김제시·부안군 등 3개 시·군이 ‘새만금특별지방자치단체’를 출범하기로 했다. 경기도는 북부지역 가평군·파주시·포천군·연천군 등을 묶어 ‘경기북도’로 분도를 추진한다. 제주는 동제주시, 서제주시, 서귀포시로 나눠 3개 행정구역의 기초자치단체를 만드는 행정체제 개편을 추진 중이다.

기초지자체도 통합 논의가 이어지고 있다. 충북 음성군과 진천군, 전남 목포시와 신안군, 전북 전주시와 완주군이 지역 발전의 승부수로 통합을 선택했다. 구정태 대한민국시장군수구청장협의회 선임전문위원은 “행정체제 개편의 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기초자치단체 차원에서도 광역 간 통합에 더 집중할 필요가 있다”고 주문했다.

◆명확한 법적 근거·주민 동의가 관건

국회 입법조사처는 지방행정체제 개편이 안정적으로 추진되기 위해서는 개편 기준, 절차, 정부 지원, 특례 등에 대한 법적 근거를 명확히 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특히 광역자치단체의 경우 폐치 분합이나 구역 변경을 할 수 있다는 법적 근거만 있고 통합 절차 등 상세 규정이 미흡하다는 지적이 있어 왔다. 또한 지방행정체제 개편 과정에서도 지역주민의 의사가 반영될 수 있도록 합리적인 절차 마련이 필요하다. 그동안 행정체제 개편이 추진하다 좌초한 사례들도 저조한 여론조사 결과가 배경으로 작용했다. 도한영 부산경실련 사무처장은 “행정체계 개편 논의는 주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한 더욱더 적극적인 대응 전략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행정구역의 변경은 주민들의 생활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에서 여론조사를 넘어 주민투표를 의무화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지방자치법상 지자체를 폐지 또는 설치하거나 합칠 때는 지방의회 의결 혹은 주민투표를 거치도록 했다.

하혜영 국회 입법조사처 행정안전팀장은 “가장 이상적인 방안은 광역과 기초자치단체의 지방행정체제 개편 시 모두 주민투표를 실시해 의사를 확인하는 것이지만, 광역단위에서는 시간과 비용 측면에서 실현되기 어려울 수도 있다”면서 “지방의회 의결을 거칠 경우라도 주민의견을 수렴할 수 있는 합리적 절차를 마련하는 방안에 대한 논의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대구·창원·청주=김덕용·강승우·윤교근 기자, 전국종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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