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저가 소비, 청년층서 유행처럼 자리 잡아”
유통업계가 새해 들어 1000원 미만의 저가 상품을 잇달아 출시하며 ‘가격 파괴’ 경쟁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고물가 시대 소비자 부담을 덜기 위한 업계의 전략이 가성비를 강조한 상품군으로 구체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CU는 지난 7일 삼각김밥 신제품 ‘땡초어묵 삼각김밥’을 리뉴얼 출시했다. 기존 삼각김밥 가격의 절반 수준인 990원에 판매되며, 가격은 낮추되 품질은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이 제품은 지난해 5년 만에 부활한 1000원짜리 ‘매콤어묵 삼각김밥’보다도 10원 저렴하게 책정돼 소비자들의 눈길을 끌고 있다. 고물가로 소비자 부담이 가중되면서 10원 단위의 절감이 구매 결정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매콤어묵 삼각김밥’은 높은 가성비로 출시 직후 뜨거운 반응을 얻었으며, 지난해 말까지 누적 50만 개가 팔리는 성과를 거뒀다. 이어 CU는 직장인들의 점심 부담을 덜기 위해 가성비 도시락 제품 ‘추억의 도시락’(3900원)과 ‘땡초 어묵 김밥’(2200원)을 함께 선보이며 초저가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
지난해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29.8% 증가하며 3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880원 컵라면, 990원 스낵과 우유, 290원 캡슐 커피 등 다양한 저가 상품들이 1년간 약 500만 개 판매됐고, 초저가 트렌드를 주도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고물가 상황에서도 가성비 높은 상품을 제공하기 위해 다양한 저가 상품군을 개발 중"이라며 "생활밀착형 상품을 통해 소비자들이 편의점에서 더 많은 혜택을 누릴 수 있도록 노력하고 있다"고 전했다.

GS25도 1000원 이하 상품을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가고 있다. 지난해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전년 대비 46.5%로, 2022년(28.8%)과 2023년(32.2%)을 뛰어넘는 증가세를 보였다.
2023년 11월 출시된 990원 컵라면 ‘면왕’은 누적 판매량 90만 개를 기록했으며, 같은 해 5월 출시된 1974우유(200mL, 980원)도 5만 개 이상 팔렸다. 1000원 콩나물(7월 출시)은 누적 20만 개, 500~800원에 책정된 리얼프라이스 아이스크림 5종은 출시 5개월 만에 180만 개를 돌파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선보인 550원짜리 ‘리얼소고기라면 봉지면’은 현재까지 45만 개 이상 판매되며 초저가 라인업의 성공 사례로 자리 잡고 있다.
세븐일레븐 역시 1000원 이하 상품 경쟁에 뛰어들며 긍정적인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해 1000원 이하 상품의 매출 신장률은 약 20%로 업계 평균을 웃돌았다.
320mL 기준 업계 최저가인 900원 파우치 음료(청사과·청포도)는 출시 6개월 만에 누적 판매량 100만 개를 넘어섰다. 세븐일레븐은 또한 ‘커피플레이션(커피+인플레이션)’으로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을 겨냥해 아이스 아메리카노를 800원에 출시하며 시장 확대를 노리고 있다.
업계는 고물가로 인해 소비 여력이 줄어든 청년층이 불황형 소비를 이끄는 주된 계층이라고 분석한다. 욜로(You Only Live Once)에서 유래한 ‘요노족(You Only Need One)’이라는 신조어는 이 같은 소비 트렌드를 대변한다.
NH농협은행의 트렌드 보고서를 보면 2030세대는 일반 주점, 음식점, 배달 앱 등의 소비를 줄이는 대신, 마트에서 구매하는 간편식과 저가 주류 소비를 늘리는 경향을 보였다.
업계 관계자는 “1000원대 소비 시장을 선점한 다이소의 성공에서 보듯, 초저가 소비는 특히 청년층에서 유행처럼 자리 잡고 있다”며 “이 흐름이 편의점 업계 전반으로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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