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 전문가들 "조류 충돌, 유일한 원인 아닐 듯"
기장 비행경력 6823시간..."원인 규명 빨라야 6개월"
국내외 항공안전 전문가들이 이번 제주항공 여객기 참사가 조류 충돌만의 일은 아닐 것이라는 의견을 잇따라 내놓고 있다. 조류 충돌뿐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사고 여객기는 랜딩기어 고장으로 동체 착륙하던 중 사고가 났다. 이 랜딩기어 고장의 원인은 현재까지 조류 충돌 때문으로 추정되고 있다.

◆ 국내 전문가들 "복합적 원인 작용했을 듯"
그런데, 국내외 다수의 전문가들은 이 조류 충돌만의 일이 아니라 복합적인 원인이 작용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현직 항공사 기장 A씨는 세계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랜딩기어 결함이 생길 경우, 수동으로 작동하는 방법이 있는데 그것조차 작동이 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는 "단순한 새 충돌이 아닌 기체 결함 등 복합적인 원인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도 “엔진 등 자체 결함이 있을 수 있다”고 봤다.
◆ 해외 전문가들 "조류 충돌, 유일한 원인으로 보기 어려워"
해외 전문가들도 비슷한 의견을 내놨다.
30일 영국 BBC 방송, 로이터통신 등에 따르면, 조류 충돌이 유일한 원인이라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 해외 전문가들 사이의 중론이다.
사고 기체가 착륙할 때 속도를 줄이는 주요 브레이크 시스템인 랜딩기어(착륙 바퀴), 플랩(고양력장치), 엔진 역추진 모두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것으로 보여서다.
이 때문에 활주로에 내린 뒤에도 속도가 줄어들지 않았고, 결국 콘크리트 구조물과 충돌하며 참사로 이어졌다.
독일 항공사 루프트한자의 파일럿이자 항공 안전 전문가인 크리스티안 베케르트는 조류 충돌이 아직 내려오지 않은 랜딩기어에 손상을 입히는 일은 발생하기 어렵고, 이미 랜딩기어가 내려온 상태에서 조류 충돌이 일어났다면 다시 올리기는 더욱 어렵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랜딩기어는 독립된 시스템으로 작동하고 대체 시스템도 있기 때문에, 이를 내리지 못하는 것은 정말로 매우 드물고 특이한 상황"이라며 "조사를 통해 더 자세한 전후 상황이 재구성돼야 한다"고 말했다.
호주의 항공안전 전문가 제프리 델도 "조류 충돌로 인해 랜딩기어가 내려가지 않는 상황은 한 번도 보지 못했다"며 “기체의 엔진에 새가 빨려 들어갔다고 하더라도 즉시 엔진이 멈추는 것이 아니므로 조종사들에게 대응할 여유는 생기는 것이 일반적”이라고 설명했다.

◆ 기장 비행경력 6823시간..."원인 규명 빨라야 6개월"
긴박했던 제주항공 여객기의 무안국제공항 참사와 관련해 사고 여객기인 7C 2216편을 조종한 기장 A씨의 비행시간은 6800시간을 넘는다.
무안공항 사고 여객기를 조종한 기장 A씨는 40대 중반으로 기장 경력 5년차로 확인됐다. A씨는 공군 학사장교 출신으로 2014년 제주항공에 입사해 2019년 3월 부기장에서 기장으로 승급했다. A씨의 총 비행시간은 6823시간에 달한다.
제주항공은 부기장으로 3500시간을 비행해야 기장으로 승급할 수 있다. 이 비행시간을 채웠다고 무조건 기장으로 승급하는 것은 아니다. 승급에 필요한 요건을 모두 갖췄을 때에만 기장으로 선발한다.
'에어라인 뉴스' 편집장인 항공 전문가 제프리 토머스는 "한국의 항공사들은 업계 내에서 최고 수준의 훈련을 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고, 사고 기체와 항공사 모두 훌륭한 안전 기록을 보유했다"며 "이번 비극에서는 설명되지 않는 일이 많다"고 말했다.
정부는 사고 원인을 규명할 '블랙박스'를 확보하고 본격적인 조사 절차에 돌입했다.
다만 정확한 사고 원인을 파악하기까지 최소 6개월 이상의 상당한 시간이 소요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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