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참사 정확한 원인 규명, 재발 방지 위한 대책 마련 시급하다”
29일 오전 무안국제공항에서 발생한 여객기 참사의 주요 원인으로 ‘버드 스트라이크(조류 충돌)’에 따른 기체 고장이 지목되고 있다.
국토교통부는 사고 여객기 착륙 직전 조류 충돌 주의를 알렸던 점을 확인하면서 이 분석에 무게를 실었지만, 정확한 사고 원인은 여전히 논란의 중심에 있다.

국토부에 따르면 사고는 이날 오전 8시 54분경 무안공항 1번 활주로 접근 과정에서 발생했다. 해당 여객기는 첫 착륙 시도에 실패했고, 8시 57분 관제탑이 조류 활동 경고를 발령했다. 이에 따라 여객기는 즉시 복행(Go-around) 절차를 시행했으나, 8시 59분 ‘메이데이’ 신호를 발신했다.
사고 여객기는 예정된 01번 활주로 대신 반대 방향의 19번 활주로로 접근하여 착륙을 시도했으나, 9시 3분 랜딩기어를 내리지 못한 채 활주로에 착지했다. 이로 인해 활주로 끝단에서 속도를 줄이지 못하고 구조물과 충돌한 후 동체가 파손되며 화재가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랜딩기어 미작동을 사고의 직접적 원인으로 보고 있다. 최기영 인하대 항공우주학과 교수는 “영상에서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은 상태로 속도를 줄이지 못한 채 충돌했다”고 지적하며, 에어브레이크와 엔진의 역추진 장치도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을 가능성을 제기했다. 김규왕 한서대 비행교육원장은 “랜딩기어가 작동하지 않으면 제동장치도 무력화된다”며 동체 착륙으로 사고가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조류 충돌이 원인일 가능성도 제기됐다. 조류가 엔진 내부로 빨려 들어가 유압장치 등 주요 시스템에 손상을 주었을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김규왕 원장은 “유압 시스템은 랜딩기어 작동과 밀접하게 연관되어 있다”며 조류 충돌로 인한 손상 가능성을 분석했다. 황호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새가 직접 랜딩기어에 부딪힌 것은 아니지만, 엔진에 들어가 타면서 유압장치에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조류 충돌만으로는 대형 참사가 발생하기 어렵다고 지적했다. 최기영 교수는 “양쪽 랜딩기어가 모두 작동하지 않았고, 동체 착륙 후 항력이 충분히 확보되지 않은 점을 고려하면 양쪽 엔진 모두 문제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정윤식 가톨릭관동대 교수는 “유압장치가 고장 나더라도 보조 장비가 작동해야 하지만, 사고는 3~4분 이내에 급박하게 발생했을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김인규 한국항공대 교수는 “랜딩기어 3개 모두 작동하지 않은 사례는 매우 이례적이며, 기체 결함 가능성도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안오성 한국항공우주연구원 박사는 “조류 충돌과 같은 단일 원인만으로 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항공기 설계 철학에 어긋난다”며 다중 시스템 결함 가능성을 언급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무안공항 활주로 길이가 사고 피해를 키웠다고 지적했다. 장조원 한국항공대 교수는 “활주로 끝에 도달했음에도 그라운드 스포일러 등 제동 시스템이 작동하지 않아 속도가 줄지 않았다”며 “무안공항 활주로(2800m)는 인천공항이나 김포공항에 비해 상대적으로 짧은데, 길었다면 큰 인명피해는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국토부는 “무안공항 활주로는 국제항공운행 기준을 충족하며, 이전에도 항공기가 정상적으로 운행했다”고 반박했다. 무안공항 활주로는 청주공항(2744m), 대구공항(2755m)보다는 길지만, 인천공항(3750~4000m), 김포공항(3200~3600m)보다는 짧다.
사고 원인은 조류 충돌뿐만 아니라 기체 결함, 정비 불량 등 복합적인 요인이 얽혀 있을 가능성이 있다. 전문가들은 철저한 조사와 분석을 통해 정확한 원인을 규명하고, 재발 방지를 위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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