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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폭탄 수준의 11월 첫눈은 당혹스러웠다. 27일 서울에 최대 28.6㎝에 달하는 폭설이 쏟아졌다. 11월 서울에 이렇게 많은 눈이 내린 건 1907년 기상관측을 시작한 이후 117년 만이다. 그동안 서울 지역의 11월 최고 적설은 12.4㎝(1972년)였다. 어제도 폭설이 이어지면서 서울의 적설은 최대 40㎝를 넘어섰다. 수원시에는 27일 하루 동안 32.3㎝가 쌓였는데 12월∼2월을 포함해도 역대 최고기록이다. 기상전문가들도 “200년에 한 번 정도 나타날 수 있는 빈도의 기상이변”이라며 놀라워했다.

 

지난여름 우리나라는 기록적 폭염속에 시간당 100㎜가 넘는 ‘극한 호우’가 속출했다. 비에 이어 눈까지 극단적으로 많은 양이 한꺼번에 퍼붓는 게 심상찮다. 전문가들은 겨울이 오기도 전에 이례적으로 눈폭탄이 떨어진 주원인으로 해수면 온도를 꼽고 있다. 올해는 기후변화로 역사상 지구가 가장 뜨거웠던 영향으로, 서해는 현재 해수면 온도가 14∼16도로 평년보다 2도가량 높은 상태다. 바다에서 수증기 공급이 원활하고, 습도가 너무 높다 보니 비구름대가 쉽게 포화상태가 돼 한곳에 몽땅 쏟아냈다는 것이다. 바다 수온이 예년보다 높지 않았다면 적설이 이처럼 많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한다.

 

갈수록 심각해지는 기상이변은 전 지구적 현상이다. 프랑스 파리는 겨울에도 좀처럼 눈을 보기 힘든 곳이다. 그런데도 지난 21일 이례적으로 8㎝가량 폭설이 내려 시내 교통이 마비되고 에펠탑 전망대도 폐쇄됐다. 지난달 29일 스페인 남동부에선 불과 8시간 만에 20개월 치 비가 쏟아져 224명이 사망하는 대참사가 벌어졌다. 스페인이 1962년 이후 겪은 최악의 홍수다. 기후변화로 인한 재난이 언제 어떻게 닥칠지 가늠하기도 어렵다.

 

이번 폭설은 기후변화로 인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겨울철 강수량의 예고편이라는 시각이 있다. 전문가들은 “해수면 온도가 계속 높을 것으로 보여 올겨울 이런 국지성 눈폭탄이 빈번하게 발생할 수 있다”며 주의를 당부했다. 제설 작업을 하다가 여럿 숨지고 눈길에 53중 추돌사고가 나는 등 전국에서 인명 및 재산 피해가 커지고 있어 걱정이다. 올해 첫눈은 설렘이 아니라 공포를 안겨줬다.


채희창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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