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번(휴무일)에 부모님 댁을 찾은 한 소방공무원이 화재를 목격하고 발빠르게 초동 대처해 소중한 생명과 재산을 지켜냈다.
28일 전북도소방본부에 따르면 정읍소방서 소속 조우현(33) 소방사가 마을에서 화재를 목격한 것은 전날 오전 11시30분쯤. 휴무일을 맞아 정읍시 이평면 평령리에 있는 부모님 댁을 찾아가던 그는 한 주택 쪽에서 잿빛 연기가 피어오르는 모습을 발견하고 ‘불이 났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현장으로 뛰어갔다.
예감은 적중했다. 주택과 맞닿은 부속 창고에서 불이 나 이미 내부 전체로 확산된 상태였다.
그는 곧바로 119에 신고한 뒤 집주인이 있는지 소리치며 집안을 살폈다. 안방에는 80대 할머니가 홀로 있었지만, 불이 난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었다.
조 소방사는 재빠르게 할머니를 부축해 집밖으로 대피시킨 뒤 주택 외부에 설치된 수돗물을 틀어 진화를 시도했다. 물줄기가 약해 진화에는 역부족이었으나, 적어도 창고쪽 불길이 주택으로 확산하는 것을 막으려는 조치였다. 창고는 주택에 바로 붙어 있어 언제든 화재가 주택으로 번져 큰 피해가 발생할 수 있는 위험천만한 상황이었다.
다행히 화재 신고 뒤 9분여가 지나자 신속히 소방대가 도착했다. 불은 인명 피해 없이 조립식 샌드위치패널 구조의 창고 1개동(50㎡)과 고추건조기, 보일러 등 내부 시설을 태워 950만원(소방서 추산) 상당의 재산피해를 내고 20여분만에 완전히 진화됐다.
소방 당국은 창고 밖에 설치한 간이 화덕의 취급 부주의로 불씨가 번졌을 것으로 보고 자세한 원인을 조사 중이다.
조 소방사는 “연기를 조기에 발견해 빠르게 대처할 수 있어 다행”이라며 “언제 어디서든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소방공무원으로서 소임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간호사 자격증을 소지한 그는 2021년 3월 구급대원으로 소방에 첫 발을 들인 이후 3년8개월간 현장을 누벼왔다.
이오숙 전북소방본부장은 “조 소방사의 빠른 판단과 대처 덕분에 화재가 주택으로 확산되지 않았고, 집 주인도 안전하게 대피할 수 있었다”며 노고를 치하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