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겨울 문턱 울산 태화강에 연어가 모습을 나타냈다. 쌀쌀해지기 시작한 이달 1일 오후 4시 30분쯤 울주군 범서읍 구영교 인근에서 회귀한 2마리가 포획된 것을 시작으로 태화강으로 돌아오는 연어가 점점 늘고 있다.
26일 울산시와 울주군에 따르면 올해 처음 회귀한 연어는 암컷과 수컷 1마리씩이다. 암컷은 몸길이 62㎝, 무게 1.96㎏, 수컷은 몸길이 65㎝, 무게 2.1㎏이다. 태화강생태관 측은 “매년 10월~11월 태화강에 연어가 돌아오는데, 다음 달 6일까지 태화강 구영교 인근에 포획장을 설치해 회귀량 등 기초 생태자료를 조사할 계획이다”고 말했다.
울산은 태화강생태관을 통해 2015년부터 연어를 인공적으로 부화해 꾸준히 방류하고 있다. 연어를 포획해 얻은 알을 생태관 배양장에서 인공수정·부화를 하고 겨울동안 어린 연어로 키워 이듬 해 2~3월 방류하는 식이다. 지금까지 546만2000여마리를 바다로 보냈다. 조사 장소와 시기에 따라 차이가 있지만 2019년 162마리, 2020년 885마리, 2021년 136마리, 2022년 173마리가 회귀한 것으로 조사됐다. 지난해에는 45마리가 태화강을 다시 찾았다. 울산시 관계자는 “수온과 강수량이 회귀량에 많은 영향을 미치는데, 지난해 여름이 무더웠고 회귀시기에 해수면 온도가 평소보다 높았기 때문에 연어들이 섬진강 등 다른 곳으로 이동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태화강 연어는 방류한 지 3년이 지나 가장 많이 돌아오는 것으로 조사됐다. 태화강생태관·한국수산자원공단이 내놓은 ‘2022년 태화강 연어자원증강 및 보존연구 사업’보고서에서다. 보고서는 2021년 10월과 11월 울산 태화강 포획 연어 가운데 2세 이상 어미 연어 60마리 중 68.3%(41마리)가 3세 즉, 수정란에서 부화해 바다로 나간 지 3년 만에 태화강에 회귀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울산시는 2019년부터 태화강 방류 연어의 이석(耳石) 무늬와 유전자 정보를 확인하고 있다. 이석 무늬는 아가미 속 귓속뼈에 나무 나이테처럼 고유무늬가 있는 것을 말한다. 이를 통해 방류시기와 출생지 등을 확인할 수 있다.
울산이 연어를 부화시켜 방류하고, 얼마나 돌아오는지를 꼼꼼히 살피는 이유는 연어 회귀가 태화강의 수질이 최상급을 유지하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기 때문이다. 울산 도심 42㎞ 가로지르는 태화강은 2000년 초반까지만 해도 ‘죽음의 강’으로 불렸다. 공장에서 방류한 폐수로 2000년 이전에는 수질 오염 척도로 쓰이는 생화학적 산소요구량(BOD)이 10㎎/ℓ정도였다. 공업용수로도 쓰지 못하는 말 그대로 썩은 강이었다. 이후 울산시는 2004년 ‘생태도시 울산’을 선언하고, 오염된 태화강 살리기에 나섰다. 이런 노력 끝에 물이 맑아졌고, 생태계가 되살아났다. 3월이면 황어가 돌아오고, 큰부리도요, 뿔쇠오리 등 희귀조류까지 찾는다. 태화강과 울산만은 동해안 최초로 국제철새이동경로 사이트에 등재되면서 철새들의 주요 서식지로 자리매김했다. 태화강 십리대숲 등 일대는 2019년 국내 2호 국가정원으로 지정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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