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당 내에서 힘이 부족하다는 취지로 한동훈 국민의힘 대표를 ‘땡감’에 비유한 지 약 한 달 만에 박지원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금은 잘하고 있다”며 조금은 뒤바뀐 듯한 평가를 내렸다.
박 의원은 29일 YTN라디오 ‘신율의 뉴스정면승부’에 나와 “지금 보면 윤석열, 김건희 두 분에게 여권 내에서 (뭔가) 말을 할 수 있는 사람은 오직 한동훈 대표밖에 없다”며 이같이 짚었다. 그의 발언은 ‘한동훈 대표 취임 100일인데 100점 만점에 몇 점을 줄 건가’라는 진행자 질문에 답하는 과정에서 나왔다. 올해 7·23 전당대회에서 당선된 한 대표는 30일로 취임 100일을 맞이한다.
이달 초 한 유튜브 방송에서 박 의원은 한 대표가 국회에 입성했다면 지금보다 더 큰 힘이 있었을 거라며 곧 ‘낙과’할 것 같다는 식으로 말했었는데, 한 대표가 자신의 정치력 시험대가 될 수도 있는 특별감찰관을 내세우는 상황 자체를 박 의원이 흥미롭게 본 것으로 보인다. 이 사안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을 논의할 의원총회를 앞두고 친한(친한동훈)계와 친윤(친윤석열)계 간 신경전으로도 이어지는 분위기다.
다만, 한 대표에 대한 평가와는 별개로 박 의원은 한 대표가 내세운 특별감찰관에는 ‘특검’만이 가야할 길이라는 식으로 물리쳤다.
특별감찰관은 대통령 배우자와 4촌 이내 친족, 수석비서관 이상 대통령실 공무원을 감찰하는 기구다. 박근혜 정부 때 도입됐지만 초대 이석수 특별감찰관이 박 전 대통령 탄핵 국면에서 사퇴한 이후 문재인·윤석열 정부에서도 임명하지 않은 채 8년째 공석이다. 특별감찰관 도입 필요성은 계속 거론됐지만, 이와 연계된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민주당이 사실상 거부하면서 여야 간 제대로 된 논의가 진행되지 못한 채 서로 촉구성 구호만 주고받는 실정이다.
현 정부 들어서도 여당은 특별감찰관 후보 추천과 야당의 북한인권재단 이사 추천을 연계해 처리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았고, 각종 특검법에 화력을 집중해온 민주당은 특별감찰관 임명에 큰 실익이 없다고 보고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는 터다.
특별감찰관은 국회의 추천 절차가 있어야 하는 만큼 국회 운영 관련 ‘원내 사안’이라는 추경호 국민의힘 원내대표 입장까지 나오면서, 특별감찰관에 관한 당내 공감대가 넓게 형성될지는 미지수다. 특별감찰관 추천이 원내 사안인 만큼 ‘원외 당 대표’가 아닌 원내대표인 자신이 의원들의 의견 수렴으로 특별감찰관 추천 여부를 비롯한 절차들을 이끌겠다는 추 원내대표 생각으로 읽힌다.
한 대표는 원내외 총괄 임무 수행이 당 대표 임무라며 특별감찰관의 실질 추천과 임명 절차를 진행하겠다고 밝히고 있다. 추 원내대표의 제동에 한 대표가 국민의힘 당헌상 당 대표 권한을 들어 반박한 것으로 풀이됐다.
민주당은 한 대표의 특별감찰관 언급이 ‘김 여사 특검법’ 훼방 놓기라며 강하게 비판한다. 윤석열 대통령 부인 김건희 여사의 도이치모터스 주가 조작 의혹뿐 아니라 인사 개입 의혹, 공천 개입 의혹, 이권 개입 의혹 등을 들어 특별감찰관 임명이 아닌 특검으로 전방위 수사를 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박 의원도 라디오에서 “김건희 여사는 대통령 부인이 되기 전에 도이치 모터스, 양평고속도로 (등 의혹이) 얼마나 많은가”라며 “(한동훈 대표가) 특감을 주장하는 것은 축소이고, 이재명 대표와 5선 이상 중진의 저녁식사에서 여러 의견을 교환했는데 (결론은) 특검”이라고 물러서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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