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일보

검색

“돈보다 삶의 가치 중요… 건강한 와인에 자부심” [차 한잔 나누며]

관련이슈 차 한잔 나누며

입력 : 2024-10-28 21:24:56 수정 : 2024-10-28 21:24:55

인쇄 메일 글씨 크기 선택 가장 작은 크기 글자 한 단계 작은 크기 글자 기본 크기 글자 한 단계 큰 크기 글자 가장 큰 크기 글자

살바토레 페라가모 일 보로 와이너리 회장

伊명품 페라가모 창업주의 장손
패션 대신 와인사업 뛰어 들어
5성급 호텔·레스토랑으로 확장
“가족에게 다른 길 제시해 기뻐”

11억5600만유로(약 1조7200억원). 1927년 이탈리아 피렌체에서 작은 구두가게로 시작해 세계적인 명품 기업이 된 살바토레 페라가모 그룹의 2023년 매출 규모다. 이런 회사의 장손이라면 그룹 승계를 마다할 이유가 있을까. 하지만 창업주인 조부와 같은 이름을 쓰는 장손 살바토레 페라가모(54) 회장은 많이 다르다. 그는 매출 규모가 패션 사업의 50분의 1도 안 되는 작은 와이너리 비즈니스를 선택했다. 와인이 어떤 매력이 있기에 그는 이런 ‘무모한’ 결단을 내린 걸까. 토스카나의 빼어난 풍광을 자랑하는 일 보로(IL Borro) 마을에서 자연과 더불어 살아가는 살바토레 일 보로 와이너리 회장과 함께 진정한 ‘럭셔리 라이프’ 세상을 들여다본다.

한국을 찾은 살바토레 페라가모 일 보로 와이너리 회장이 서울의 한 호텔에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

◆패션 대신 와인에 빠진 남자

현재 페라가모 그룹은 살바토레 회장의 작은 아버지 레오나르도가 최고경영자(CEO)를 맡고 있다. 또 살바토레 회장의 쌍둥이 동생 제임스가 패션 브랜드를 총괄한다. 살바토레 회장이 젊은 시절 패션 사업에 발을 들였다면 지금쯤 그룹 회장에 올랐을지도 모를 일이다. 왜 패션이 아닌 와인에 빠졌을까.

“저는 돈보다 삶의 가치를 훨씬 더 중요하게 여깁니다. 명품 패션은 럭셔리 라이프의 아주 작은 일부분에 지나지 않습니다. 일 보로에 오면 천년 역사를 간직한 중세마을의 아름다운 호텔에서 편하게 휴식하며 포도밭을 거닐어 볼 수 있습니다. 창문을 통해 따사로운 햇살이 쏟아지는 레스토랑에 앉아 맛있는 와인을 곁들여 미식도 즐길 수 있고요. 이런 삶이 명품 패션보다 훨씬 더 럭셔리한 라이프이지 않을까요.”

그는 많은 나라를 여행한 뒤 집에 돌아올 때마다 자신도 모르게 “와∼ 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곳에 살고 있어!”라고 외칠 정도로 토스카나라는 특별한 곳에서 축복받은 삶을 살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게 된단다.

“토스카나에서 태어나 자랐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와인을 접했습니다. 다행히 동생이 패션 사업에 먼저 뛰어들었기에 저는 좋아하는 와인을 선택하게 됐답니다. 저는 가족에게 패션 사업 외에 다른 길을 제시할 수 있어 매우 기쁘답니다.”

일 보로는 부친 페루치오가 1993년 마을의 땅 1100㏊를 매입하면서 역사가 시작된다. 왜 이 마을을 선택했을까. “해발고도 250m가 넘는 일 보로는 토스카나 와인을 상징하는 키안티 클라시코 마을의 아름다운 언덕과 산맥이 코앞에서 펼쳐집니다. 특히 중세 풍경을 고스란히 간직하고 있어요. 와이너리, 호텔, 레스토랑이 어우러지는 호스피털리티 사업을 펼치기에 안성맞춤인 마을이라고 판단했죠.”

28살이던 1998년 와인 사업에 뛰어든 살바토레 회장은 호텔, 레스토랑으로 영역을 확장했다. 현재 일 보로 마을에 5성급 호텔 3개를 운영 중이며 피렌체, 아랍에미리트 두바이, 그리스 크레타섬 엘룬다 등에 캐주얼 레스토랑 ‘일 보로 투스칸 비스트로’와 프리미엄 레스토랑 ‘오스테리아 델 보로’ 등도 운영하고 있다. 또 내년에 싱가포르와 유럽에 추가로 레스토랑을 열 예정이다. 그의 뛰어난 사업수단으로 15년 전 500만유로를 밑돌던 와인·호텔 사업 연매출은 2023년 2200만유로(약 330억원) 규모로 성장했다.

◆건강한 테루아를 담다

살바토레 회장이 요즘 가장 신경 쓰는 점은 오가닉과 바이오다이내믹 농법이다. 건강한 땅을 후손에게 물려주기 위해서다. 이를 위해 2015년 유기농 인증을 받았다. 또 사용량의 3배 규모 전기를 생산하는 태양광 설비도 갖췄다. 레스토랑에서 사용하는 모든 식재료도 직접 재배한다. “건강한 테루아를 한잔의 와인과 접시에 고스란히 담으려고 노력해요. 이게 저의 철학이죠. 이런 건강한 와인과 음식을 가족과 친구, 전 세계 소비자와 나누는 것에 큰 자부심을 느낍니다. 와인 만드는 일을 사랑하는 것은 바로 이 때문입니다.”

지난달 한국 시장에 새로 선보인 볼레 디 보로 로제 브륏이 대표적인 오가닉 와인이다. 레드 품종 산지오베제 100%로 빚는 스파클링 와인으로 샴페인과 같은 전통 방식으로 만든다. 기본급 샴페인은 1년 병숙성하는데 이 와인은 무려 5년이나 병숙성을 한다. 살바토레 회장의 장인 정신이 돋보이는 대목이다.

살바토레 회장은 올해 ‘산지오베제의 왕’으로 불리는 부르넬로 디 몬탈치노(BDM) 마을로 영토로 넓혀 1874년부터 와인 역사가 시작된 테누타 피니노를 인수했다. “유서 깊은 몬탈치노로 와인 생산을 확대해 매우 기쁩니다. 페라가모 가문의 명품 DNA를 몬탈치노에도 심어 명품 BDM을 선보일 예정이니 많이 기대해 주세요.”


글·사진=최현태 선임기자 htchoi@segye.com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오피니언

포토

웬디 '상큼 발랄'
  • 웬디 '상큼 발랄'
  • 비비 '아름다운 미소'
  • 강나언 '청순 미모'
  • 문가영 '부드러운 미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