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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 승인 기다려”… 90대 노모 낀 ‘사기꾼 3인방’ 22명에 45억 편취 [사건수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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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10-27 14:39:45 수정 : 2024-10-27 14:4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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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채권 인지세 필요”, “은행에 3500억 보유”
90대 노모 등 사기꾼 일당, 노인 22명 속여 편취
친척·지인·이웃에게 발등찍힌 노인들…45억 뜯겨
법원, 징역 1년6개월∼7년 실형 선고…“엄벌 필요”

“외국에서 거액을 들여오기 위해 세금도 내고 공무원에게 로비도 해야 한다.”

 

90대 노모와 70대 딸이 낀 ‘사기꾼 3인방’이 교묘한 거짓말로 친척과 지인들을 속여 45억원을 편취한 혐의로 징역형의 실형을 선고받았다. 역시 고령인 피해자들은 “남편이 숨겨둔 일본 채권을 사용하려면 인지·증여세 등이 필요하니 돈을 빌려달라”는 등의 말에 속아 거액의 돈을 건넸다. 

 

경복궁 뒤로 보이는 청와대. 연합뉴스

사기꾼들은 “청와대 승인을 기다리고 있다”는 등 구체적인 거짓말도 서슴지 않았고, 뜯어낸 돈을 생활비와 사치품 구입비로 사용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결국 거동이 불편한 몸을 이끌고 구속 상태로 재판을 받았다.

 

27일 법조계에 따르면 1심 법원인 의정부지법 고양지원 형사합의1부(부장판사 김희수)는 이달 18일 A(90)씨에게 징역 1년6개월, 그의 딸인 B(72)씨에게 징역 3년, B씨의 남성 지인인 C(68)씨에게 징역 7년을 각각 선고했다. 또 공동으로 5억1520만원을 갚으라고 명령했다.

 

재판부는 “수년간 피해자들에게 여러 거짓말을 늘어놓으며 계속 돈을 달라고 요구해 책임이 무겁다”고 밝혔다. 특히 A씨에게 “친족을 상대로 범행을 저질러 비난 가능성이 크고 피해자들로부터 용서받지 못했다”면서 “다만 1933년생으로 상당히 고령인 점과 공범인 딸이 선처를 탄원하고 있는 점 등은 참작했다”고 판시했다.

 

앞서 이들은 2014년부터 올해까지 약 10년간 피해자 22명을 상대로 45억원대 사기행각을 벌이다가 구속기소됐다. 피해자들은 동네에서 알게 됐거나 지인으로부터 소개받은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A씨는 일본채권 등을 미끼로 2018년 사촌동생 D씨로부터 32차례에 걸쳐 1억7000여만원을 받아냈고, B씨와 C씨는 이를 거들었다.

 

B씨와 C씨도 2016년부터 지난해까지 E씨를 꾀어 12억6000만원을 송금받았다. 주범인 C씨는 15명의 피해자를 속여 2016년부터 2024년까지 21억3000여만을 편취했다.

 

이들은 범행 과정에서 “은행에 3500억원을 갖고 있는데 세금을 내야 하고 로비도 해야 한다”, “은행 일이 마무리되면 법원 세금 47억원을 오늘 대납한다”, “오늘 공무원을 만났는데 저녁 술값을 내야 한다”, “서류를 내일 날짜로 맞추고 한국은행에 신청하고 왔는데 하루 종일 걸릴 것 같다”는 등의 발언을 지어낸 것으로 전해졌다.

 

이들이 언급한 청와대·일본채권 이야기 등은 모두 거짓이었고, 돈을 빌려주면 바로 변제하겠다는 말에 속아 거액을 송금한 피해자들은 먹잇감이 됐다.


고양=오상도 기자 sdo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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