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 스타트업 22곳 참여…美 유니콘들로부터 한 수 배워
김동연 “나도 거대 양당 틈에서 창업…스타트업 생태계 강화"
“황무지 성남에 한국의 실리콘밸리 일궈…판교+20 프로젝트”
Clustering-Networking-Globalization 3대 전략…해외 개척
美 변호사 변신, 가수 이소은씨 깜짝 등장…AI 관련 사업 대세
지난 8월 ‘인천 청라 전기차 화재’는 우리 사회에 경각심을 불러왔습니다. 친환경·무공해 이동장치로 각광받던 값비싼 전기차의 인기가 바닥으로 떨어지는 것도 순식간이었습니다.
18일(현지 시간) 미국 뉴욕에서 열린 ‘NYC 스타트업 서밋’에 참여하기 위해 경기 성남에서 태평양을 건너 날아온 스타트업 튠잇의 송영욱(47) 대표는 전기 이동장치의 취약한 화재 문제부터 끄집어냈습니다. 송 대표가 창업한 이 회사는 전기자전거 교환형 배터리 관리 플랫폼을 제공합니다. 사물인터넷(IoT)과 블록체인 등 첨단 기술을 적용한 이 시스템은 전기자전거의 배터리에 추적·감지센서를 부착해 24시간 상태를 점검합니다.
단순히 배터리 교환만 하는 동남아 충전업체들과 달리 충전과 안전관리의 두 마리 토끼를 잡았다는 게 회사 측 설명입니다. 배터리 사용 중에는 충전 기능을 분리하고, 온도가 급격히 올라가는 구간에선 미리 화재조건을 살펴 경고한답니다.
하지만 뉴욕에서 만난 송 대표는 깊은 한숨부터 내쉬었습니다. 정글과 같은 국내 벤처 시장의 환경도 문제이지만 국내 배달 시장에서 튠잇은 생존하기 어려운 구조라고 했습니다. 50만명 넘는 배달 라이더가 있지만 대부분 가솔린 연료를 쓰는 오토바이를 타기 때문입니다. 전기자전거·스쿠터 이용자가 극소수라 시장 자체가 형성되기 어려운 구조입니다.
뉴욕은 다르다고 합니다. 정책적으로 전기자전거를 이용한 친환경 배달을 사실상 강제하고, 자전거 전용도로를 벗어나지 않도록 규제합니다.
◆ 경기도 22개 스타트업 미국行…“투자·노하우 확보”
‘빅마켓’인 뉴욕을 향해 송 대표가 미국행 비행기에 몸을 실은 이유는 이처럼 간단합니다. 한국인창업자연합(UKF)이 주최하고 경기도가 후원한 이 행사에서 튠잇은 기업설명회(IR) 피칭의 기회를 얻었습니다. 국내외 벤처캐피털(VC) 투자자들에게 사업을 설명하고, 선배 창업가들과 네트워킹을 쌓는 것입니다.
코로나19 사태로 투자에 제약을 받으며 창업 6년 만에 간신히 매출 30억을 넘겼다는 이 회사는 사실 현대자동차의 사내 벤처로 출범했습니다. 국내 유수 자동차회사에 디지털 차 키를 제공하는 등 관련 기술을 지녔지만 반도체 대란 등으로 다시 어려움을 겪었습니다.
15명 안팎 직원으로 꾸려진 이 회사는 이번 행사에 앞서 꾸준히 미국 진출을 타진해왔습니다. 뉴욕에 충전소를 갖추고 배터리팩을 교환한 뒤 스마트폰 앱으로 관리하는 플랫폼만 갖추면 연간 2000억∼3000억원의 블루오션 시장이 열릴 것이란 기대감 때문입니다. 하지만 쉽지 않은 일이었습니다.
“우리 같은 마이크로 모빌리티 생태계는 무조건 해외로 나가야 합니다. 해외 투자자를 만나는 것 자체가 쉽지 않은 상황이죠. 경기도와 UKF가 행사를 마련해줘 고맙습니다. 지방정부인 경기도가 관여하면서 뉴욕시도 우리를 다르게 보고 있습니다.”
송 대표는 이번 행사를 전후해 50억원 가까운 국내외 투자를 받을 것으로 기대합니다.
서울에서 창업해 경기 성남시 판교 밸리로 이주한 스타트업 모스포츠의 송윤수(43) 대표도 행사에 모습을 비쳤습니다. 이미 국내 MZ세대 사이에서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입소문을 탄 이 회사의 신발은 친환경 분해 플라스틱을 활용했다고 합니다. 해조류를 기반으로 폴리우레탄 성분을 섞어 만들었는데, 축구선수 이승우 등이 신으면서 이목을 끌고 있습니다.
이 회사는 운동화 중창에 들어가는 친환경 고분자 충격흡수 소재와 관련한 특허기술을 보유했다고 합니다.
외국에서 공부하고 일했다는 송 대표는 “운동화 시장이 미국은 한국보다 25배 이상 크다. 미국에서 주목받아야 글로벌 비즈니스가 가능하다고 판단해 행사에 참여했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러면서 “경기도의 소개로 참여했는데 당장 매출만 살펴보는 국내 투자사들과 달리 미국에선 기술과 회사의 비전부터 살펴보고 투자한다. 그런 투자사들과 만남을 갖게 된 것 만으로도 만족한다”고 평가했습니다.
다국적 스포츠의류 회사에서 신발을 디자인했다는 송 대표는 제품 개발은 UC샌디에이고, 디자인은 영국 회사와 협업한다고 합니다. 그가 설정한 경쟁 상대는 비슷한 컨셉의 제품을 만드는 프랑스·스위스 회사입니다.
◆ 김동연 “나도 창업가…거대 양당 틈에서 창당 경험 지녀”
NYC 스타트업 서밋은 한인 창업자들의 모임인 UKF가 올해 처음 연 행사입니다. UKF는 비영리단체로 유니콘 기업인 눔(NOOM)의 정세주 회장과 프라이머사제의 창업자 이기하 대표가 의기투합해 설립했습니다. 2019년 미 서부권 창업자 모임으로 시작해 4년여 만에 1000명 넘는 스타트업들이 모였습니다. 이스라엘인들처럼 두뇌·네트워킹 협업을 꾀한다고 합니다.
올해 초 스위스 다보스포럼에서 이들을 만난 김동연 경기도지사는 도내 22개 스타트업 관계자들과 함께 미국으로 향했습니다. UKF와 도내 우수 스타트업을 발굴·육성해 국제 시장 진출을 돕는 협약(MOU)도 맺었습니다.
김 지사는 이날 개막식에서 자신도 창업가임을 강조했습니다. 그는 “‘다시 태어나 20대 초반으로 돌아가면 공무원을 하겠냐’는 질문에 주위에서 권하는 길이 아니라 내가 하고 싶은 일을 ‘빡세게’ 찾을 것이라고 말했었다”며 “아마도 창업을 하고, 창업했다가 장렬하게 몇 번의 실패를 맛보고 있지 않을까”라고 화두를 던졌습니다.
이어 은행원과 공무원, 경제부총리로 이어진 자신의 삶에서 NGO 설립과 ‘새로운물결’ 창당 과정은 창업이었다고 했습니다.
“거대 양당으로부터 정치를 권하는 여러 구애가 있었지만 홀로 대선 출마를 선언했고 그 뒤 새로운 정당을 만들었습니다. 정치를 시장에 비유하자면 거대 양당은 한국 정치를 과점하고 있는 대기업이었고 저는 신생 스타트업이었습니다.”
참가자들로부터 박수를 박은 그는 “여러분께서 만약 이 두 번의 시도를 스타트업 창업이라고 인정해 주신다면 같은 길을 걷고 있는 동료로서 여러분을 만나게 돼 정말 기쁘고 반갑다는 말씀을 전하고 싶다”고 덧붙였습니다..
그러면서 자신이 어린시절 천막촌에서 생활하던 ‘황무지’ 성남이 이제 한국의 실리콘밸리가 됐다며 경기도가 판교를 중심으로 20곳의 창업 혁신공간을 조성하는 ‘판교+20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고 소개했습니다. 아울러 공간(Clustering), 연결(Networking), 세계화(Globalization)의 3대 전략을 강조했습니다.
◆ 올해 NYC 스타트업 서밋 대세는 AI…가수 출신 이소은 변호사 깜짝 등장
올해 첫 행사인 NYC 스타트업 서밋은 인공지능(AI)에 방점이 찍혔습니다. 행사에 참여한 한인 기업인들의 5분의 1가량이 관련 분야에서 창업하거나 사업을 이어가고 있다고 밝혔습니다.
무대에 오른 한 패널의 경우 “인공지능을 활용한 암 정복도 눈앞에 두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패널로는 플뢰르 펠르랭(51) 전 프랑스 장관, 멜리사 로먼 버치(47) 뉴욕시 경제개발공사(NYCEDC) 최고운영책임자(COO) 등이 참석했습니다. 프랑스 내각에서 문화부 장관과 통상관광국무장관, 중소기업디지털경제부 장관을 지낸 팰르랭은 벤처캐피탈인 코렐리아 캐피탈을 창업해 대표를 맡고 있습니다. 그는 한인경제인들의 연대와 혁신을 강조했고, 버치 COO는 뉴욕시의 창업환경에 관해 설명했습니다.
이날 주목받은 또 다른 주인공은 가수 출신 미국 변호사 이소은(42)씨였습니다. 1998년 데뷔해 맑은 음색으로 사랑받던 이씨는 가수 김동률과 ‘기적’ 등을 부르며 인기를 모은 바 있습니다.
영문학도였던 그는 명문 노스웨스턴대 로스쿨에 진학하며 인생의 전기를 맞았고, 지금은 국제중재법원 뉴욕 사무소에서 일하는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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