벼랑 끝에서 프로야구 ‘디펜딩 챔피언’ LG가 기사회생했다. 대구 원정에서 2024 KBO리그 플레이오프(PO·5전3승제) 1,2차전을 삼성에 모두 내주고 서울로 돌아온 LG가 피말리는 투수전을 승리로 장식해내며 반격에 성공했다.
LG는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PO 3차전에서 선발 임찬규와 엘리저 에르난데스(베네수엘라)만을 투입하는 초강수를 두며 1-0 신승을 거뒀다. 2패 뒤 1승을 거둔 LG는 ‘리버스 스윕’을 위한 발판을 마련했다. 역대 5전3승제 PO에서 1,2차전을 한 팀이 모두 승리한 것은 18차례로, 그중 15번을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리버스 스윕이 나온 것은 총 세 차례로, 가깝게는 지난해 KT가 NC와의 플레이오프에서 1,2차전을 내준 뒤 3,4,5차전을 내리 잡으며 한국시리즈 진출에 성공한 바 있다.
KT와의 준플레이오프(준PO) 최우수선수(MVP)에 빛나는 선발 임찬규는 이날도 완벽투를 선보이며 팀을 탈락의 위기에서 구해냈다. 임찬규는 지난 6일 KT와의 준PO 2차전에서 5.1이닝 2실점(1자책)으로 호투하며 생애 첫 포스트시즌 선발승을 챙긴 데 이어 11일 5차전에서도 6이닝 1실점의 쾌투로 2승째를 챙겼다. 이번 포스트시즌을 통해 ‘가을남자’로 성장한 임찬규는 패하면 올 시즌 종료가 결정되는 절체절명의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지만, 침착함을 전혀 잃지 않았다. 5.1이닝 동안 최고 시속 146km를 찍은 직구(37구)를 비롯해 주무기 체인지업(25구), 커브(19구), 슬라이더(3구)를 섞어 던지며 삼성 타선을 3피안타 1볼넷 무실점으로 완벽히 틀어막았다. 스트라이크존 구석구석을 찌르는 완벽한 제구로 탈삼진도 4개를 솎아냈다.
경기 전 LG 염경엽 감독은 “오늘 지면 끝나기 때문에 이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야한다. 오늘 에르난데스는 두 번째 투수로 쓴다. 선발투수처럼 긴 이닝을 맡길 계획도 있다”라고 말했다. 에르난데스는 이번 가을들어 불펜 투수로 변신해 KT와의 준PO에서 5경기에 모두 등판해 7.1이닝 무실점의 완벽투로 1홀드 2세이브를 거뒀다. 임찬규에게 준PO MVP를 내주긴 했지만, 숨은 일등공신은 에르난데스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지난 11일 준PO 이후 6일간 푹 쉬며 체력을 회복한 에르난데스는 1-0으로 앞선 6회 1사 상황에 마운드에 올랐다. 염 감독이 여차하면 3.2이닝을 맡기겠다는 의지가 보이는 조기 투입이었다.
아찔한 순간도 있었다. 첫 상대 타자인 윤정빈에게 우측 방면 큼지막한 타구를 맞았다. LG 우익수 홍창기를 타구를 끝까지 쫓아 담장에 기대며 이 타구를 잡아냈다. 1,2차전이 열렸던 삼성라이온즈파크였다면 100% 홈런이 될만한 타구였지만, 국내 최고 규모의 잠실구장이라 뜬공으로 바뀌고 말았다. 이후 에르난데스는 쾌투를 거듭했다.
8회 김지찬에게 내야안타, 윤정빈에게 볼넷을 내주고 2사 1,2루 위기에 몰렸다. 타석에는 1,2차전에서 3홈런을 때려낸 르윈 디아즈(도미니카 공화국). 에르난데스는 시속 150km의 강속구로 디아즈를 유격수 땅볼로 잡아내며 또 한 번 위기를 넘겼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에르난데스는 박병호와 대타 이성규, 김영웅까지 세 타자를 모두 삼진으로 돌려세우며 LG의 1-0 승리를 완성해냈다.
1승만 더 거두면 2015년 이후 9년 만에 한국시리즈 진출할 수 있었던 삼성은 마운드는 제 몫을 다 해냈다. 선발로 나선 황동재가 3이닝 무실점을 기록한 뒤 벌떼 마운드를 가동해 실점을 단 1점으로 묶어냈지만, 타선의 침묵이 아쉬웠다. 2차전 1회 도루 과정에서 좌측 무릎 내측 인대 미세 손상 부상을 입고 일본으로 치료를 위해 떠난 팀 내 최고타자 구자욱의 공백이 여실히 느껴지는 한 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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