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원 “참사 예견 어려웠을 것”
피고인 중에 경찰 최고 ‘윗선’
용산서장 선고와 엇갈린 판단
상황관리관·112상황팀장도 무죄
유족들 “누구에 책임 묻나” 반발
이태원 참사에 대한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찰 중 최고위직인 김광호 당시 서울경찰청장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를 선고했다. 앞선 판결에서 같은 혐의로 기소된 이임재 당시 서울 용산경찰서장에게 “사고를 예견하고 회피할 수 있었다”며 금고 3년을 선고한 것과 대비된다. 법원은 당시 경찰의 대응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지만, ‘윗선’인 김 전 청장이 참사를 예견할 가능성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서울서부지법 형사12부(재판장 권성수)는 17일 업무상 과실치사상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김 전 청장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김 전 청장은 참사 당시 서울의 치안을 총괄하는 경찰 최고위직으로 6월 의원면직 처리됐다.
검찰은 김 전 청장이 핼러윈 데이를 앞두고 이태원에서의 다중 운집에 따른 사고 위험성을 예견하고도 경찰력 배치 등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며 1월 그를 재판에 넘겼다. 그러나 법원은 김 전 청장이 사전 대응 단계와 사고 당일 모두 업무상 주의의무를 위반하지 않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서울경찰을 총괄하는 김 전 청장의 경우 이태원 참사를 구체적으로 예견할 가능성이 충분하지 않았다고 봤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서울청 정보과 등 일부 부서와 용산경찰서로부터 받은 이태원 핼러윈 인파 대응 계획 보고 내용을 볼 때 이태원에 다수의 인파가 집중될 것이라는 내용을 넘어 대규모 사고가 발생할 우려와 관련한 대비가 필요하다는 정보를 구체적으로 파악할 수는 없었던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다.
같은 혐의로 기소된 류미진 전 상황관리관과 정대경 전 112상황3팀장도 무죄를 받았다. 이들은 참사 당일 112사건 처리 감독을 소홀히 하고, 김 전 청장 등 상급자에게 신속히 보고하지 않는 등 미흡하게 대응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재판부는 피고인들을 형사처벌할 수는 없지만 도의적 책임이 있다는 점은 명확히 했다. 재판부는 “경찰로서는 다중운집 안전사고에 대한 위험 자체를 어느 정도 예상할 수 있었을 것이고, 소수의 질서 유지 전담 인력만 있었더라도 피해가 현격히 줄어들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또 “심리 과정에서 살펴본 관련 규정이나 매뉴얼은 상당히 추상적이거나 미흡하고, 재난 예방과 관련된 경찰 조직 전반에 적극적이지 못하고 안일한 인식과 문화가 보였다”고 언급했다.
재판부가 무죄를 선고하자 법정에 있던 유가족들은 “경찰에 잘못이 없으면 우리 아이들은 왜 죽은것이냐”, “국민이 누구를 믿고 거리를 배회할 수 있는 것이냐”며 고성을 질렀다. 10·29 이태원 참사 유가족협의회와 시민대책회의는 판결 직후 논평을 내고 “경찰의 부실수사와 법원의 소극적 법 해석의 결과로 참사의 주요 책임자들에게 면죄부가 주어졌다”며 “사법의 역할을 저버린 기만적 판결”이라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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