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면엔 저출산과 1인 가구 증가
가족 해체, 공동체 붕괴는 안 돼
국민이 공감하는 대책 수립해야
‘한국, 세계에서 가장 외로운 나라’. 지난 12일 미국 뉴욕타임스(NYT)가 한국을 콕 집어 집중 조명한 기사 제목이다. NYT는 “세계에서 출산율이 가장 낮고, 많은 인구가 혼자 사는 한국에서 반려견은 사랑받는 가족 구성원이 됐다”고 전했다. 자신은 5만원대 낡은 패딩을 입고 반려견에는 20만원짜리 재킷을 입혔다는 30대 여성의 사연도 전했다. 저출산이 심화하면서 그야말로 ‘반려견 팔자가 상팔자’가 되었다. 코로나19 대유행을 거치면서 반려동물 입양 가구가 늘면서 4가구 중 1가구가 반려동물을 기르고 있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2010년 17.4에 그쳤던 것과 비교해 많이 증가했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식용견 문화로 지탄받던 한국이 이제는 반려견을 가족처럼 생각한다는 것 자체가 아이러니다. 지난 9월 월스트리트저널(WSJ)은 서울발 기사에서 반려견을 태우는 일명 ‘개모차’ 판매량이 유아용 유모차를 넘어섰다고 보도했다.
한국이 아이 대신 반려견에 꽂힌 건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한국의 ‘저출산 펫족’ 증가의 이면에는 저출산과 1인 가구의 증가가 도사리고 있다. 3월 기준 행정안전부의 주민등록 인구 통계에서 전국의 1인 가구가 사상 처음으로 1000만가구를 넘어섰다. 오죽했으면 통화신용정책이 주된 임무인 이창용 한은 총재가 고령화·저출산 문제를 위해 간병과 아이 돌봄 비용을 낮추기 위한 외국인 노동자 직접 고용과 최저임금 차등적용까지 제안했겠는가.
저출산이 세계적인 추세라지만 우리는 정도가 심하다. 지난해 우리나라의 합계출산율은 0.72명으로 38개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 중 최저다. 홍콩을 제외한 전 세계 236개 국가·지역 중 가장 낮은 수치다. 국제연합(UN) 인구 자료에 따르면 우리나라 인구는 지난해 5181만6000여명에서 2050년 4577만1000여명으로 무려 11.67% 감소할 것으로 추산된다. 인구 10명 중 1명이 사라지는 셈이다.
심지어 미국 CNN은 “한국은 북한 핵·미사일 위협을 경계하기 위해 약 50만명의 병력을 유지하고 있지만, 현 출산율로는 한국의 가장 큰 적은 ‘인구’일지 모른다”고 짚었다. 현 병력 수준을 유지하려면 연간 20만명이 입대해야 하지만 현 추세라면 2072년 신생아 수는 16만명까지 떨어질 것으로 예측됐다. 한국군의 새로운 주적이 북한이 아닌 저출산이라는 말이 나올 법도 하다. 인구학자 데이비드 콜먼 교수는 우리나라를 ‘인구소멸 1호 국가’라고 경고했고, NYT는 ‘흑사병’에 비유하기도 했다.
가족은 사회를 구성하는 기본 단위이다. 사망과 이혼, 별거 등 물리적 요인에 따른 가족 해체는 불가항력이다. 다만 저출산으로 인한 가족 해체와 공동체 붕괴는 심각성이 크다. 외로움을 달래기 위해 반려견에 지나치게 의지하는 경우 사람과 사람 사이에서 생겨야 할 건강한 사회적 관계가 흐트러질 수 있다. 가족이 제 역할을 못 하면 구성원 사이의 유대감과 정서적 교감이 사라지고, 사회의 구성원을 양육하고 사회화하는 기능도 없어진다.
불확실성이 가득한 저성장 시대를 사는 청년들에게 결혼과 출산은 ‘남 얘기’일 수 있다. 조선시대도 아닌데 결혼과 출산을 강요할 순 없다. 대통령이 나서 인구 국가비상사태를 선언하고 부총리급의 인구전략기획부를 만든다고 하지만 저절로 출산율이 늘어날 리 없다.
오랜만에 반가운 소식이 들린다.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가 지난 8월 31일부터 9월 7일까지 전국 만25~49세 국민 총 2592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결혼·출산·양육 및 정부 저출생 대책 인식조사’ 결과가 고무적이다. 결혼적령기라 할 수 있는 만30∼39세 여성의 결혼 의향이 3월 조사보다 12%포인트 올랐다고 한다. 무자녀 여성 중 출산계획이 있는 비율도 만25~29세 26.4%→28.1%, 만30~39세 30.9%→35.7%, 만40~49세 12.3%→18.0% 등으로 모두 증가 추이를 보였다. 맞벌이 가구의 60.6%는 일·가정생활 균형을 위해 필요한 사항(1+2순위)으로 ‘육아를 위한 시간 확보’를 꼽았다. 국민이 공감할 정책이 시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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