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졸자와 같은 채용 절차를 밟아 입사한 고졸자를 임금·승진에서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은 평등권 침해라는 국가인권위원회(인권위) 판단이 나왔다.
출신 학교와 학점 등을 따지는 학벌주의를 타파하기 위해 그런 사항들을 가리는 블라인드 채용 방식이 수년 전 도입됐지만 우리사회 깊숙이 뿌리내린 학벌주의가 여전한 것이다.
이런 상황을 반영하듯 국민 10중 7명은 “우리나라는 학벌로 인한 차별이 심각하다”는 견해를 드러내기도 했다.
16일 인권위에 따르면 고졸자인 A씨는 지난해 7월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재단에 경영지원 직군 신입사원으로 최종 합격했다.
정규직 신입사원 채용 공고를 보고 지원한 A씨는 다른 지원자들과 같이 서류, 필기, 면접 전형을 거쳐 합격했지만 대졸자와 달리 채용 공고에는 없었던 직급을 부여받았다.
재단은 합격자 개별 안내 과정에서 고졸자는 대졸자(5급A)와 달리 5급B 직급으로 분류되며 임금이 더 낮다는 사실을 알렸다.
근속 만 4년을 채워야 5급A 직급이 되며 그 이후에야 대졸자와 같은 보직경로를 밟을 수 있는 등 승진에서도 불리한 대우를 받는다는 사실도 최종합격 후에나 고지했다.
이에 A씨는 “블라인드 방식으로 신입사원을 채용하면서 합격 후 최종학력만을 이유로 대졸자와 고졸자를 구분해 직급을 부여하고 차별하는 것은 부당하다”며 인권위에 진정을 냈고, 인권위는 A씨의 진정이 타탕하다고 봤다.
인권위는 고졸자와 대졸자를 구분하지 않고 평가 요소를 구성하고 같은 시험을 보도록 한 점, 직급별 업무가 완벽하게 구분돼있지 않은 점 등을 근거로 “최종합격자의 학력만을 기준으로 불리하게 대우한 행위는 평등권 침해의 차별 행위”라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재단에 학력을 이유로 직급 체계를 구분하지 않도록 조치하고 고졸자 채용 시 고졸 적합 직무에 기반해 채용할 수 있도록 관련 제도를 개선하라고 권고했다.
한편 국민 10명 중 7명은 우리나라에서 학벌로 인한 차별이 심각하다고 인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앞선 10일 국회 환경노동위원회 소속 강득구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재단법인 교육의봄과 함께 진행한 ‘출신 학교 및 학력 차별에 대한 국민 인식 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의 74.7%는 “학력 차별이 심각하다”고 답했다. 특히 채용 과정에서 출신 학교 등 학벌이 영향을 미치는지 묻는 질문에는 ‘매우 영향 있음(42.8%)’과 ‘어느 정도 영향 있음(42.4%)’이 85%를 넘기며 지배적이었다. 또 응답자의 66%는 기업들이 고용정책기본법을 제대로 준수하지 않고 있다고 답했다.
고용정책기본법 7조 1항은 기업이 근로자를 채용할 때 학력과 출신 학교 등을 이유로 차별하지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하지만 법 위반에 대한 기준과 처벌 조항이 없어 실효성이 없는 상황이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