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악의 제국’이라 불리던 미국 메이저리그 월드시리즈 최다 우승(27회)에 빛나는 뉴욕 양키스. 그들의 마지막 월드시리즈 우승 기록을 보려면 지금으로부터 15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2008년 조 토레에 이어 양키스의 34대 감독으로 취임한 조 지라디가 이끌던 2009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마운드에는 CC 사바시아와 앤디 페티트, A.J. 버넷의 3선발 체제로 포스트시즌을 뚫어냈다. 마운드 최후방에는 역대 최고의 클로저인 마리아노 리베라가 든든하게 버텨줬다. 타선에는 주장인 데릭 지터를 비롯해 알렉스 로드리게스와 마크 테셰이라, 마쓰이 히데키 등이 조화를 이루며 27번째 월드시리즈 우승 트로피를 들어올렸다.
매년 월드시리즈 우승을 목표로 하는 양키스지만, 2009년 이후엔 월드시리즈 우승은커녕 무대조차 밟아보지 못했다. 2010년을 비롯해 2012년, 2017년, 2019년, 2022년까지 다섯 차례 디비전 시리즈를 뚫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으나 모조리 패배했다. 특히 2017년과 2019년, 2022년에 패배를 안긴 팀은 휴스턴 애스트로스였다. 2010년대부터 지금까지 아메리칸리그를 지배한 한 팀을 꼽으라면 양키스가 아닌 휴스턴일 정도로 양키스는 2009년 우승 이후 가을엔 그리 강한 모습을 보이지 못했다.
그런 양키스에게 절호의 기회가 찾아왔다. 우승까진 아니어도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월드시리즈 문턱을 밟아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리그 승률 1위로 1번시드를 받아 디비전 시리즈에 직행한 양키스는 캔자스시티를 3승1패로 누르고 챔피언십시리즈에 올랐다. 그 사이 가장 까다로운 팀으로 꼽히는 휴스턴은 디트로이트 타이거스의 돌풍에 휘말려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탈락했고, 동부지구 강호로 떠오른 볼티모어 오리올스도 캔자스시티에게 와일드카드 시리즈에서 2전 전패로 탈락했다.
양키스는 15일(한국시간) 미국 뉴욕주 뉴욕의 양키스타디움에서 열린 2024 아메리칸리그 챔피언십시리즈(ALCS·7전4승제) 1차전에서 클리블랜드 가디언스를 5-2로 누르고 서전을 승리로 장식했다.
무엇보다 반가운 것은 에이스 개릿 콜 외에는 포스트시즌에서 제 역할을 해주는 선발투수가 없는 상황에서 이날 선발로 나선 카를로스 로돈이 그간의 부진을 딛고 호투를 보여준 점이다. 로돈은 이날 6이닝을 소화하며 피안타 단 3개만을 맞으며 볼넷 없이 탈삼진 9개를 솎아내는 위력투로 클리블랜드 타선을 1실점으로 틀어막았다. 유일한 실점은 브라이언 로키오에게 6회 맞은 솔로포였다.
시즌 막판 마무리로 전향해 좋은 모습을 보이고 있는 루크 위버는 이날도 1.2이닝 동안 탈삼진 4개를 곁들여 무실점으로 완벽투를 선보이며 팀 승리를 지켜냈다. 위버는 양키스가 올 가을에 치른 5경기에 모두 등판해 6이닝 동안 피안타 단 2개만 맞고 탈삼진 9개를 곁들여 4세이브로 맹활약하고 있다. 선발 투수로서는 그다지 재미를 보지 못했던 위버가 새로운 재능을 찾은 셈이다.
타선도 제 역할을 했다. 3회 선두타자로 나선 후안 소토가 중월 솔로포로 기선을 제압했고, 볼넷 3개로 만든 1사 만루 찬스에서 연속 폭투로 3-0까지 달아났다. 4회에는 애런 저지의 중견수 희생플라이로 한 점을 더 보탰다. 7회에는 지안카를로 쐐기 솔로포까지 터졌다.
아쉬운 점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팀의 상징이자 홈런왕인 애런 저지의 이번 포스트시즌 첫 홈런이 이날도 나오지 않았다. 저지는 볼넷 1개와 희생플라이를 쳐내긴 했지만, 이날 무안타에 그쳤다. 올해 가을야구 5경기에서 저지의 성적은 타율 0.133(15타수 2안타) 0홈런 1타점 3득점에 불과하다. 홈런은 없고, 장타도 2루타 1개가 유일하다. 볼넷을 6개 골라내 출루율은 0.364로 나쁘지 않은 모습이지만, 장타율은 0.200에 그치고 있다. 저지가 챔피언십시리즈에서는 살아나야만 월드시리즈 우승까지 거머쥘 수 있는 양키스다.
저지의 부진을 메워주고 있는 선수는 ‘한물 간 홈런왕’ 지안카를로 스탠튼이다. 이날도 솔로포를 터뜨리며 장타 본능을 뽐낸 스탠튼의 이번 가을야구 성적은 5경기 타율 0.368(19타수 7안타) 2홈런 5타점으로, OPS는 1.244에 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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