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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자 청탁금지법 처벌 규정 없어 법적 한계… 질질 끌다 논란만 키웠다 [金여사 ‘명품백 수수’ 무혐의]

입력 : 2024-10-02 21:01:07 수정 : 2024-10-02 21:01: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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檢, 불기소 처분 이유는

공직자 배우자에 금품 수수 등만 금지
尹 직무와 무관… 신고 의무 없다고 봐
檢, 107쪽 분량 PPT 자료로 상세 설명

청탁금지법상 배우자 무혐의 첫 사례
金여사 특혜 조사·총장 패싱 등도 뒷말

검찰은 ‘명품 가방 수수’ 사건 수사 5개월 만에 김건희 여사의 모든 혐의에 대해 ‘혐의 없음’ 결론을 내리면서, 청탁금지법에 공직자 배우자 처벌 조항이 없는 법적 한계와 윤석열 대통령의 직무 관련성이 인정되지 않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이 사건은 공직자 배우자가 청탁금지법상 수수가 금지된 금품을 받고 무혐의 처분을 받은 첫 사례이자, 검찰이 대검 검찰수사심의위원회(수심위)를 2차례나 열고도 수심위의 기소 권고를 받아들이지 않은 첫 사례로 기록됐다. 검찰 수사 과정에서 불거진 잡음과 처분을 둘러싼 논란은 한동안 이어질 전망이다.

 

윤석열 대통령과 부인 김건희 여사 등이 지난 1일 성남 서울공항에서 열린 건군 76주년 국군의날 기념식에서 국기에 경례하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檢 수사팀 전원 의견 일치”

 

서울중앙지검 형사1부(부장검사 김승호)는 2일 김 여사의 핵심 혐의인 청탁금지법 위반에 대해 “청탁금지법은 공직자 등의 배우자가 그 공직자 등의 직무와 관련한 금품 수수를 금지하고 있긴 하나, 위반 행위에 대한 처벌 규정은 두고 있지 않아 처벌할 수 없다”면서 “대통령 직무 관련성 여부는 김 여사와 무관하고 살펴볼 필요도 없다”고 밝혔다. 김 여사 사건과 같은 전례가 있는지에 대해선 “찾지 못했다”고 했다.

 

검찰은 이날 이례적으로 107쪽 분량의 파워포인트(PPT) 자료로 수사 결과를 상세히 설명했다. 수사 기록은 1만1500쪽에 달한다.

 

검찰은 문제의 가방이 최재영 목사가 김 여사와 우호적 관계를 유지하고 접견 기회를 만들려 한 수단일 뿐이라며 윤 대통령 직무 관련성, 나아가 대가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은 이 같은 이유로 윤 대통령에게 “청탁금지법상 신고 의무가 발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배우자의 금품 수수 행위에 해당 공직자 직무 관련성이 인정돼야 공직자의 미신고 행위가 성립한다.

 

금융위원회 인사 개입 의혹과 관련해선 김 여사에게 “구체적 현안의 알선에 관한 고의나 인식도 없었다”며 알선 수재, 변호사법 위반 혐의도 성립하지 않는다고 봤다. 또 비공무원인 김 여사는 뇌물 수수와 직권남용 혐의의 주체가 되지 않는다는 게 검찰 판단이다.

 

검찰은 최씨가 2차례 소환 조사 때와 달리 최근 윤 대통령 직무 관련성이 있다고 주장하는 데 대해선 신빙성을 인정하지 않았다. 검찰 관계자는 “최씨가 (김 여사에게) 선물을 제공한 뒤 방송 등에서 한 주장과 검찰 진술이 맞지 않을 뿐 아니라 카카오톡 메시지 등 객관적 증거자료와도 배치된다”며 “최씨의 뒤바뀐 주장에 의지해 기소할 경우, 공소 유지가 불가능하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검찰은 최씨의 명예훼손 혐의에 대해선 공인인 대통령 배우자의 모습이 국민 관심사인 만큼, “위법성이 조각된다”며 유일하게 ‘죄가 안 됨’ 판단을 했다. 다만 검찰 관계자는 “법리상 이유로 불기소 처분했으나 (최씨와 서울의소리가) 의도를 갖고 치밀하게 준비한 사건으로 판단된다”고 덧붙였다. 최씨는 2022년 1월~2023년 9월 김 여사와 카카오톡으로 2000여개의 대화를 나눴는데, 689개를 검찰에 제출하지 않거나 삭제하고, 그중 191개는 고의로 삭제한 것으로 파악됐다.

 

검찰은 김 여사와 최씨에 대한 불기소 처분이 “수사팀 전원의 일치된 의견”임을 강조했다. 검찰 관계자는 “수사팀은 일체의 다른 고려 없이 증거와 법리에 따라 피고발인들에게 형사책임 부과가 가능한지 면밀히 검토했다”며 이같이 말했다.

 

검찰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 가방 수수 사건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사진은 2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방검찰청의 모습. 최상수 기자

◆2차례 수심위, 논란만 ‘가중’

 

검찰은 이 사건 관련 법리적 판단과 무관하게 절차상 문제에 대한 비판을 피할 수 없게 됐다. 이원석 전 검찰총장이 올해 5월2일 전담 수사팀 구성을 지시한 뒤에야 본격적인 수사에 나섰고, 7월20일 대통령경호처 부속 청사에서 김 여사를 비공개 대면 조사하는 과정에선 특혜 논란과 함께 이 전 총장에게 사후 보고해 총장 ‘패싱’ 논란이 일었다.

 

또 이 전 총장이 8월23일 김 여사 사건을 수심위에 직권 회부하자, 최씨가 자신에 대해서도 수심위 소집을 신청해 같은 사건에 대한 수심위가 2차례 진행돼 서로 다른 결론이 나왔다. 지난달 6일 김 여사 수심위는 이날 수사 결과처럼 6개 혐의 모두에 대해 무혐의 불기소를, 24일 최씨 수심위는 청탁금지법 위반 혐의 기소를 권고했다.

 

공직선거법 위반 및 명예훼손 혐의를 받는 최재영 목사가 지난 9월 27일 경기도 수원시 경기남부경찰청에 조사를 받기 위해 출석하고 있다. 뉴시스

부장검사 출신 변호사는 “동일한 평면에 있는 사건에 대한 수심위를 두 번씩이나 할 필요가 있었는지 모르겠다”며 “논란만 가중시킨 것 같다”고 지적했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명예교수는 “(최씨 없이 김 여사의) 일방적 이야기만 들은 김 여사 수심위 절차는 잘못됐다”며 “법원이 유무죄 판단을 하는 건데, 최씨는 기소하는 게 맞다. 검찰이 법 해석을 종국적으로 판단해 버린 게 됐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검찰은 대통령실이 임의 제출한 가방이 자신이 김 여사에게 준 게 아니라는 최씨 주장에 “대검 디지털포렌식센터 분석 등을 통해 포장지가 접힌 위치, 바느질로 인한 실밥 위치까지 동일하다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했다. 가방은 김 여사가 소유권 포기 의사를 밝힘에 따라 공매를 거쳐 국고에 귀속될 예정이다.


박진영·유경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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