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임 총리 정책 구상 실현 여부 주목
10월 말 예정된 총선 성적이 가늠자
2025년 양국 국교 정상화 60주년 맞아
韓 입장 인식 ‘신선언 도출’ 진전 기대
당내 비주류적 입지 한계 극복 관건”
1일 일본의 신임 총리로 취임하는 이시바 시게루 자민당 총재에 대해 국내 외교·안보 전문가들은 기시다 정권 때 물꼬를 튼 한·일관계 개선 흐름을 보다 안정화할 구체적 조치들이 요구된다고 봤다. 이시바 총재가 풍부한 정치 경력을 살려 당내 비주류적 입지의 한계를 극복하는 것이 관건이라는 분석이다.
신각수 전 주일대사는 30일 세계일보와 통화에서 “이시바 신임 총리가 자민당 내 역학관계를 뚫고 본인이 가진 생각과 정책 구상을 실현할지가 주목된다”며 “우선 10월 말로 예정된 총선 성적이 얼마나 나올지에 따라 가늠되는 바가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신 전 대사는 “원로들의 지원을 받고 당선됐기 때문에 기시다나 스가 전 총리의 영향력이 좀 있을 것으로 보인다”며 “기시다 총리는 한·일관계가 자신의 업적이기 때문에 계속해서 지원해 줄 것 같지만 스가 전 총리는 결이 조금 다르고 아베 쪽에 가깝다. 이 부분에서 노력이 필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인 김숙현 박사는 한·일 국교정상화 60주년인 내년에 그동안 일본이 다소 소극적이었던 신선언 도출 등에 진전이 있다면 좋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김 박사는 “미국에서도 곧 새 대통령이 나오기 때문에 한·미·일 협력 중요성이 다시 부각되며 이때 한·일 관계도 중요하다”며 “일본에서 온건파가 집권한 만큼 한국이 요구하기 전에 한국의 입장과 필요한 사안을 잘 인식해서 호응해준다면 좋지 않겠는가 생각한다”고 말했다.
총리 내각제의 역학 구조에서 총리의 의사결정권은 대통령보다는 약한 탓에 당내 지지 기반이 약한 총리의 정책 집행력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게 전문가들의 평가다. 신 전 대사는 “이를 극복하는 건 그 사람의 정치 수완인데, 이시바 총리는 경험이 많고, 역량이 되는 사람이니 좀 지켜볼 만하다”고 말했다. 김 박사도 “이시바라는 인물이 40년 넘는 정치적 경험이 있고, 자신도 처음이자 마지막 총리를 하는 것이라 생각할 것이기 때문에 꼭 한국을 위해서가 아니더라도 국제정세 차원에서 한·일관계를 보다 매끈하게 정리해나가려고 한다면 좋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인 최은미 박사는 “‘아시아판 나토’ 이야기가 나오는데, 한국에서 자위대 명기 등에 민감한 점 등 일본이 타국이 가진 우려에 대해 알아주면서 안보 협력 관련 논의를 활성화할 방안을 고민했으면 한다”며 “당장 있을 사도광산 추도식 등에서 총리가 직접 오거나 일본의 고위급 관료를 파견하는 등 조금씩 노력할 부분들을 실행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최 박사는 이시바 총리가 지방창생에 관심이 많다는 점에서 한·일 양국이 지방 소멸에 대해 머리를 맞대는 부분도 고려할 만하다고 제언했다.
지난해 캠프데이비드 회담 이후 양국 관계에 이렇다 할 진전이 없었다고 본 신 전 대사는 “앞으로 구체적인 실적을 통해서 한·일관계를 더 구동해가는 동력이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신 전 대사는 “전체적으로 개선된 분위기를 좀 더 안정화하고 확고하게 하기에는 아직 모자라는 형국인 만큼 내년 국교정상화 60주년을 맞아 일본 새 정권이 좀 더 적극적으로 나올 수 있도록 해야 한다”며 “이를 위해서는 우리 정부도 같이 탱고를 추는 입장에서 리드를 해 준다면 현재 갖춰진 필요조건이 충분조건까지 갈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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