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정부가 두 차례에 걸쳐 발표한 아파트 층간소음 대책이 수요자의 무반응으로 인해 ‘폐기’ 위기에 놓이거나 법 개정안이 통과되지 않아 제대로 실행되지 않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30일 국토교통부가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더불어민주당 전용기 의원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층간소음 개선을 위한 리모델링 사업에 작년 40억원, 올해 12억원의 예산이 책정되었으나, 지금까지 지원 건수는 단 한 건도 없었다고 한다.
정부가 지난해 시작한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은 아파트를 리모델링할 때 층간소음을 저감할 수 있는 고성능 바닥구조(1·2등급)를 사용할 경우, 조합에 리모델링 비용 일부를 융자해주는 사업이다. 그러나 이 사업은 여러 가지 문제로 인해 제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다.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해야 하는 조건의 주택담보대출임에도 불구하고, 대출 금리가 시중은행의 담보 대출보다 높은 편이라 융자 지원을 신청하는 주체가 없었던 것이다.
국회예산정책처는 이미 2023년 예산안을 분석하며, “리모델링 사업을 수주·시행하는 건설사들은 대체로 기업 신용도가 우수하고 매출액 규모가 큰 상위 종합건설사업자이기 때문에, 거래 은행과의 대출 조건이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 사업보다 양호할 경우 이 사업을 통해 융자를 신청할 유인이 크지 않다”고 진단했다. 이러한 상황에도 불구하고 정부는 올해도 12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내년부터는 아예 이 사업을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또한, 아파트 층간소음 저감 매트 지원 사업 역시 실적이 저조한 상황이다. 이 사업은 전용면적 84㎡ 공동주택에 층간소음 저감 매트를 깔 때 드는 비용을 연 소득 4천만원 이하 가구에는 무이자로 빌려주고, 8천만원 이하 가구 또는 자녀가 있는 가구에는 1%대 저리로 최대 300만원까지 융자 지원하는 방식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5천가구에 매트 설치를 지원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150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실제 지원 건수는 44건에 그쳐 집행률은 0.74% 수준에 불과했다.
올해는 목표 지원 건수를 800건으로 대폭 낮춘 뒤 24억원의 예산을 편성했으나, 8월까지 지원된 건수는 172건에 불과해 집행률은 18.4%에 그치고 있다. 국토부는 “융자 지원 사업은 대상자가 원리금을 상환해야 한다는 근본적 한계로 집행 실적이 저조했다”고 설명하며, 자기 자금을 들여야 하는 탓에 호응이 극히 낮았음을 밝혔다.
이러한 실효성이 낮은 융자 방식의 문제를 인식한 국토부는 내년부터 만 4세 자녀가 있는 주거급여 수급 가구에 매트 설치 비용을 재정 보조하는 방향으로 사업 구조를 변경하기로 결정했다. 층간소음 성능보강 지원은 국토부가 2022년 8월 '층간소음 사후확인 제도'와 함께 발표한 대책으로, 기축 주택의 층간소음을 줄이기 위한 방안이다.
국토부는 지난해 12월에는 건설사가 층간소음 기준을 충족할 때까지 보완 시공을 하도록 의무화하고, 기준을 충족하는 경우에만 준공을 승인하는 고강도 대책을 추가로 내놓았다. 그러나 이러한 조치들을 시행하기 위해서는 주택법 개정이 필요하지만, 관련 법안은 국회 국토위에서 제대로 심의조차 되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전 의원은 “층간소음 개선 리모델링 사업이 2년 연속 실적이 없다는 것은 생색내기용 전시 행정임이 드러난 셈”이라며, “우리나라는 공동주택 비율이 높기 때문에 국토부가 층간소음 저감을 위한 실효성이 있는 대책을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