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신상 털린 10대 여성 살해범, 경찰도 공개여부 곧 결정 [사건수첩]

순천 거리서 일면식 없는 피해자 흉기로 찔러

전남 순천시의 한 거리에서 일면식도 없는 10대 여성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피의자의 신상정보가 온라인 공간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경찰은 이 남성의 이름, 얼굴 등 신상정보를 공개할 지 여부를 조만간 결정한다.

29일 각종 온라인 커뮤니티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등을 살펴보면 ‘순천 살인범 신상’ 같은 제목 아래 이번 사건 피의자 박모(30)씨의 얼굴 사진과 이름, 그가 운영한다는 찜닭 가게명 같은 정보가 나돌고 있다. A씨가 운영한다는 찜닭 가게 후기엔 일명 ‘별점 테러’와 함께 “살인자가 하는 찜닭집”, “남은 생 고통스럽게 살아라”, “사이코패스” 등의 댓글이 달렸다.

전남 순천시의 한 도심 거리에서 흉기로 10대 여성을 살해한 박모(30)씨가 지난 28일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구속 전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 취재진의 질문을 받고 있다. 순천=뉴스1

수사당국도 결정을 앞두고 있다. 전남경찰청은 30일 오후 신상정보공개위원회를 열어 살인 혐의로 구속된 박씨에 대한 신상정보 공개 여부를 심의한다. 특정중대범죄 피의자 등 신상정보 공개에 관한 법률에 따르면 수단의 잔인성과 중대한 피해, 죄를 범했다고 믿을 만한 충분한 증거, 국민의 알권리, 공공의 이익 등의 요건을 충족할 경우 신상을 공개할 수 있다.

박씨는 지난 26일 0시44분 순천시 조례동의 한 거리에서 생면부지의 A(18)양을 흉기로 찔러 살해한 혐의로 구속됐다. 그는 범행 후 도망쳐 만취 상태로 거리를 배회하다가 행인과 시비를 벌였고, 사건 약 2시간20분만인 오전 3시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체포됐다. 배달음식점을 운영하는 것으로 조사된 박씨는 사건 당일 가게에서 흉기를 챙겨 밖으로 나왔다.

이후 그는 거리에서 A양을 발견하고 800m가량 쫓아간 뒤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파악됐다. 박씨는 경찰 조사 과정에서 정확한 범행 동기를 진술하지 않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그는 전날 광주지법 순천지원에서 열린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에 출석하면서는 “(사건 당시) 소주를 네 병 정도 마셔서 기억이 나지를 않는다”고 주장, 공분을 사기도 했다.

순천시는 시민 요청에 따라 사건 현장에 A양을 추모하기 위한 분향소를 설치했다. 분향소에 국화꽃을 놓거나 추모글을 남기는 행렬이 이어지고 있다. 순천시 관계자는 “더 안전한 도시가 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했다.

김주영 기자 [e-mai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