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국, 접근성 제고 등 제도적 기반 완비
네번째 도전… 투자자들 체감도가 변수
편입 땐 최소 500억弗 시장 유입 기대
외국IB “미뤄질 것” “등급 상향” 전망 갈려
‘공매도 금지’로 주가지수도 테이블에
관찰국 오르면 ‘지수 탈락’ 경고장될 듯
우리나라 금융시장이 글로벌 평가대에 다시 오른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 하나인 세계국채지수(WGBI·World Government Bond Index) 편입 여부가 다음주 중 결정된다. WGBI에 편입되면 단계적으로 최소 500억달러(약 70조원)가 우리 국채 시장에 유입되면서 시중금리와 환율 안정에 든든한 버팀목 역할을 하게 될 것으로 기대된다. 국채지수와 함께 주가지수 평가도 관심을 끈다.
29일 금융당국과 증권업계에 세계적인 지수 제공업체인 영국 파이낸셜타임스스톡익스체인지(FTSE) 러셀이 다음달 8일(현지시간) 오후 정례 시장 분류를 발표한다. 우리 시간으로는 공휴일인 10월9일 오전 5시쯤 나올 것으로 관측된다.
FTSE 러셀은 해마다 3월과 9월 반기 리뷰를 통해 주식과 채권의 국가별 분류 결과를 발표하는데, 이번에는 이례적으로 순연되면서 한국의 주식 및 채권 휴장일에 맞춰진 모양새다. 이번 리뷰에는 우리 정부가 주력하는 WGBI 편입 여부뿐만 아니라 주가지수와 관련해서도 평가가 내려질 것으로 알려졌다.
정부는 최근 2년간 공들이고 있는 WGBI 편입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이번이 네 번째 도전이다. 편입이 결정되면 6∼12개월 시차를 두고 WGBI 지수에 반영된다.
우리나라는 2022년 9월 관찰대상국(Watch List) 지위에 오른 지 2년가량 지난 데다 국채시장 접근성을 높이는 제도적 기반을 사실상 완비한 만큼 이번에는 편입을 기대하고 있다. 지수 편입을 위한 필요 조치를 모두 갖췄다는 게 정부 입장이다. 다만 편입 결정은 전적으로 FTSE 러셀의 ‘주관적 평가’에 달린 만큼 변수가 많다. 특히 투자자 체감도 조사(서베이) 결과가 미지수다. 투자자들이 개선된 시장 접근성을 체감하기에 시간이 더 필요하다는 쪽에 무게를 싣는다면 이번에도 편입 무산 가능성이 크다.
외국계 투자은행(IB) 전망도 엇갈린다. 골드만삭스는 편입 시점이 내년으로 미뤄질 것으로 예측했지만, HSBC는 “한국의 시장 접근성 등급이 ‘레벨 1’에서 ‘레벨 2’로 상향 조정될 것”이라며 편입에 무게를 실었다.
이번에는 주가지수 분류에서도 한국이 테이블에 오른 것으로 알려졌다.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할지가 관건이다. 관찰대상국 지정은 일정 시차를 두고 FTSE 지수에서 빠질 수 있다는 경고장으로 해석된다. 지수 편입에서도 일정 기간 관찰대상국을 거치는 것과 같은 구조다.
FTSE가 문제 삼는 부분은 ‘공매도 금지’다. 최근 정부가 내년 3월 말 재개 방침을 거듭 부각한 것도 이와 무관치 않아 보인다. 앞서 불법 공매도(무차입 공매도)를 방지해 이른바 ‘기울어진 운동장’을 바로잡는 내용의 공매도 개선 입법이 지난 26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고, 내년 3월 말 시행된다.
일단 이번 리뷰에서 관찰대상국에 지정되더라도 지수에서 빠지지는 않을 것이란 전망이 중론이다. 다만 한국 주식시장의 신인도에는 타격이 있을 수 있다. 자본시장 밸류업(가치제고)을 위한 정책을 펴고 있는 와중에 관찰대상국에 지정된다면 외국계 자금 유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정부의 한 관계자는 “WGBI 편입은 윤석열 정부 들어 공을 들이고 있는 부분이어서 긍정적으로 기대하고 있다”라면서도 “해외에서 볼 때는 우리나라 금융시장의 불안요인이 여전하다는 시선이 있어 예단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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