빚 독촉에 시달리자 연인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넣은 술을 먹인 후 수천만원 상당의 금품을 훔친 남성이 징역형을 선고받았다.
29일 법조계에 따르면 부산지법 형사7부(부장판사 신헌기)는 강도상해 및 마약류관리에 관한 법률 위반 혐의 등으로 기소된 A씨에게 징역 3년6개월을 선고했다.
A씨는 지난 1월 자신의 여자친구 B씨에게 향정신성의약품을 넣은 맥주를 마시게 한 혐의를 받아 재판에 넘겨졌다. 이후 B씨가 정신을 잃자 집에 있던 고가의 물품들을 절도한 혐의도 같이 받는다.
조사 결과 A씨는 채권자들로부터 4000만원 상당의 채무 변제를 독촉받고 있었다. 이에 여자친구의 물건을 훔치기로 계획한 것이다. 그는 약 2000만원인 명품시계와 귀금속, 고가의 의류와 가방 등 총 3300만여원의 금품을 가로챘다.
재판 과정에서 A씨는 자신이 받는 혐의 중 상해죄를 부인했다. 그는 “범행을 계획하면서 향정신성의약품을 사용한 사실은 인정하지만 피해자의 건강이 악화하거나 생활기능에 장애를 초래했다고 볼 수는 없다”고 호소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A씨의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가 처방받은 향정신성의약품 외에도 친구 2명에게서 처방받은 약까지 섞어 피해자에게 투약한 것은 약리적 효과를 벗어나 다양한 부작용 혹은 이상 반응을 일으킬 수 있다는 판단에서였다.
재판부는 “피해자는 실제 약물 효과로 과다한 중추신경 억제 작용이 나타나 기억 장애를 겪은 점 등으로 미뤄 상해가 인정된다”며 “피고인의 범행 경위와 내용, 방법 등을 보면 죄질이 매우 좋지 않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피고인이 가로챈 금품을 모두 돌려주고 피해자와 합의한 점 등을 유리한 정상으로 참작한다”고 양형 이유를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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