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처가 운영하는 영업장을 찾아가 흉기로 잔혹하게 살해한 혐의로 기소된 40대 남성이 중형을 선고받았다. 당시 전처는 임신 상태여서 태아는 제왕절개로 구조됐으나, 결국 숨을 거뒀다. 그는 법정에서 자신의 범행 사실을 순순히 인정하면서도 “당시 심신 미약 상태였고 전처가 임실한 사실을 미처 몰랐다”고 주장했다.
전주지법 제12형사부(부장판사 김도형)는 26일 살인 및 살인미수 혐의로 기소된 A(43)씨에게 징역 40년을 선고하고 5년간의 보호관찰 처분을 명했다.
A씨는 올해 3월 28일 오전 10시10분쯤 전처가 운영하는 전주시 완산구 효자동 한 미용실에 들어가 흉기를 마구 휘둘러 그를 살해한 혐의로 법정에 섰다. 그는 현장에서 이를 제지하던 전처의 남자 친구도 다치게 한 혐의를 함께 받는다.
사건 당시 전처는 임신 7개월째였다. 사건이 발생하자 경찰과 소방 당국은 피해자가 임신한 사실을 확인하고 즉시 병원으로 옮겨 제왕절개를 통해 배 속에 있는 태아를 구조했다. 신생아는 건강 상태가 좋지 않아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받았으나, 태어난 지 17일 만에 끝내 숨을 거뒀다.
A씨는 범행 후 자신의 승용차를 몰고 인근 김제로 도주한 뒤 신고를 받고 출동한 경찰에 의해 1시간여 만에 검거됐다. 이 과정에서 그는 흉기로 자해해 긴급 수술을 받기도 했다.
그는 이혼한 지 1년 남짓 된 전 전처에게 새로운 남자 친구가 생긴 사실을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고 “이젠 끝났다”는 생각에 이런 범행을 저지른 것으로 조사됐다.
앞서 A씨는 올해 5월 전주지법에서 열린 첫 공판에서 변호인을 통해 “공소 사실을 인정한다”면서도 “정신적 문제로 범행을 저질렀다”고 주장했다. 그는 변호인을 통해 “피고인은 이 사건 범행 사흘 전 병원에서 ‘입원이 필요할 정도’로 심각한 정신 상태를 진단받았다”며 “의사 소견서에는 우울증과 불면증이 심각한 수준이라고 적시해 있다”고 주장했다.
그는 재판부에 피고인이 범행 당시 피해자가 임신 상태인 사실을 몰랐다고 답했으나, 검찰은 “현장 폐쇄회로(CC)TV를 보면 누구나 한눈에 만삭인 상태임을 확인할 수 있다”고 반박했다.
재판부는 ‘심신미약’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았다. 국립법무병원 정신감정에 따르면 피고인은 범행 당시 불안과 분노가 주 증상이었지 우울증을 앓지는 않은 데다 범행 전에 흉기 손잡이에 붕대를 감아 미끄러지지 않게 했고 인화물질 등을 준비한 점 등으로 미뤄 당시 심신 상태는 건재했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피고인은 피해자와 이혼하고 다시는 찾아가지 않겠다고 각서까지 썼음에도 지속해서 협박하고 괴롭힌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이어 “피고인의 잔혹한 범행으로 피해자가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고귀한 가치인 생명을 잃었고 피해자 가족으로부터 용서받지도 못한 점을 고려해 형을 정했다”고 판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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