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MBK파트너스와 경영권 분쟁 중인 고려아연이 정부에 자사의 이차전지 소재 전구체 관련 기술에 대한 국가핵심기술 지정을 신청했다. 고려아연이 국가핵심기술 보유 기업으로 지정되면 향후 정부가 외국 기업 인수·합병(M&A)을 승인할 권한을 가지게 돼 분쟁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고려아연은 25일 “산업통상자원부에 국가핵심기술 판정신청서를 전날 제출했다”며 “대상 기술은 자회사인 켐코와 고려아연이 공동으로 소유한 하이니켈 전구체 가공 특허기술”이라고 밝혔다.
국가핵심기술은 해외로 유출될 경우 국가 안전 보장 및 경제 발전에 악영향을 줄 수 있어 정부가 특별 관리하는 기술로 현재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분야에서 70여건이 지정돼 있다.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면 해외로 해당 기술을 수출할 때, 국가핵심기술을 보유한 기업이 M&A 등 방식으로 외국 기업에 매각될 때 산업부 장관의 승인을 받아야 한다.
업계에선 고려아연이 이번 경영권 분쟁에서 질 경우를 대비해 회사가 해외에 매각될 가능성을 원천적으로 차단하고 나섰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판단은 매달 비정기적으로 열리는 산업기술보호위원회에서 하는데, 영풍·MBK의 주식 공개매수 종료일(10월4일)까지 10일도 채 남지 않아 종료일 이전에 국가핵심기술로 지정되기엔 물리적인 시간이 부족한 상황이다.
MBK 측은 고려아연의 국가핵심기술 지정 신청이 진행 중인 M&A와 이후 사업 운용에 별다른 영향이 없다고 판단했다. MBK 관계자는 통화에서 “당초 외국 자본에 고려아연 지분이나 기술을 매각할 계획 자체가 없으니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는 우리와 관계가 없다”고 말했다.
국가핵심기술 지정 여부와 관계없이 MBK의 고려아연 해외 매각 가능성은 작다는 분석도 나온다. 영풍과 MBK가 공개매수에 성공해도 양쪽 모두 10년간 고려아연 지분을 제삼자에게 처분할 수 없고, 그 이후에도 양측이 공동 매각 요구권과 동반 매도 청구권을 행사해 지분 매각을 추진하도록 계약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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