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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잔금 어떻게 치르나”… 둔촌주공, 입주 앞두고 규제에 ‘발동동’

입력 : 2024-09-05 06:00:00 수정 : 2024-09-05 07:12:3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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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건부 전세대출 대혼란

시중은행들 가계대출 급증에 한시 중단
KB·우리·농협銀, 모든주택 일괄 제한
임차인 구해 분양대금 완납 불가능해져
신한銀, 신규 분양 주택에 한해 예외로
은행 제각각 운용에 분양자들 혼란 키워

금감원 “실수요 부작용 없게 대책 논의”

1만2000여세대에 달하는 서울 강동구 둔촌주공 재건축 단지 ‘올림픽파크 포레온’이 입주 두 달여를 앞두고 혼란에 빠졌다. 최근 가계대출 급증세로 은행별로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제도를 다르게 운용하면서 예비입주자들의 불안이 커지고 있다. 일반 분양자를 중심으로 세입자를 들여 잔금을 조달하는 통로가 막힐 위기에 처해서다. 이 단지 전용 84㎡(34평) 기준 분양가는 13억원 정도로, 초기 계약금을 뺀 11억여원이 중도금 및 잔금이다. 일반 분양은 4768세대다.

서울 강동구 올림픽파크포레온(둔촌주공) 모습. 연합뉴스

4일 은행권에 따르면 주요 시중은행은 최근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을 중단하거나 한시적으로 제한하고 있다. 조건부 전세자금대출은 임대인(매수자)의 소유권 이전이나 신탁등기 말소 등 특정 조건을 충족했을 때에만 돈을 빌려주는 상품이다. 전세를 끼고 집을 사는 이른바 ‘갭투자’ 등 투기성 자금으로 활용될 가능성이 있어 은행들은 가계대출 억제 대책의 하나로 운용을 중단하고 있다.

 

다만 은행마다 시기 등 구체적인 조건을 달리 적용하면서 입주 예정일이 11월27일인 올림픽파크 포레온에서와 같이 주택 실수요자 사이에도 혼란이 불거졌다.

 

먼저 KB국민·우리·NH농협은행은 일반 분양을 비롯한 모든 주택에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 취급을 일괄 제한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은행에서는 일반 분양자가 전세 임차인을 구하고, 임차인이 전세대출을 받는 당일 그 보증금으로 분양대금을 완납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대출 실행 시점에 임대인으로 소유권 이전을 마치지 못한 탓에 조건부 전세자금 대출에 해당하기 때문이다.

 

다만 농협은행은 대출 실행 전까지 임대인의 분양대금 완납이 확인된다면 임차인에게 전세자금 대출을 내주기로 했다. 집주인이 이미 잔금을 다 치렀다고 해도 소유권 이전 등기가 안 돼 있다면 세입자에게 대출해주지 않는 국민·우리은행과는 차이가 있다. 국민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규제를 내달 말까지 한시적으로 운영한다. 올림픽파크 포레온 입주 예정일을 고려하면 갭투자가 아닌 실수요자의 전세자금 대출 길을 열어둔 것으로 풀이된다.

 

신한은행은 아예 신규 분양 주택을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대상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일반 분양자는 계약서상 소유주로 등재돼 있기 때문에 나중에 잔금을 완납할 때 소유권이 변경된다고 볼 수 없다는 해석을 근거로 들었다.

하나은행은 조건부 전세자금대출 중단 계획을 밝히지 않은 상황이다.

 

이처럼 제각각 가이드라인에 올림픽파크 포레온 예비입주자들은 뒤숭숭한 분위기다. 전세자금대출 가능 여부 문의가 재건축 조합으로 몰리자 조합 측에서 은행 지점에 대출조건 등을 정리한 자료를 요청한 것으로 전해졌다.

 

금융감독원은 이날 이복현 원장 주재로 개인 고객과 은행 영업점 직원, 금융권 전문가들의 애로사항을 듣기 위한 ‘가계대출 실수요자 및 전문가 현장 간담회’를 열었다.

 

이 원장은 이 자리에서 특히 “은행권 관리 강화조치 전 대출 상담 및 신청이 있었거나 주택 거래가 확인된 차주는 고객과의 신뢰 차원에서 정당한 기대를 최대한 보호하는 게 바람직하다”며 실수요자 보호를 강조했다.

 

은행들이 가계부채 관리를 위해 대출 창구를 아예 닫게 될 것이란 우려에는 월평균 약 12조원 규모의 주택담보대출 상환액을 실수요자에게 공급하는 방식의 규모 조절을 제시했다.

 

이 원장은 또 “실수요에게 부작용이 있고, 가계대출 억제나 특정 지역 부동산 쏠림에 대한 억제 효과는 없는 게 아니냐는 지적에 공감하고 있다”며 “추석 전 이른 시일 내에 은행장 간담회 등을 통해 가계대출 관리대책을 논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특히 무주택자나 교육 등의 목적으로 자기 집을 (주담대에) 쓰려고 하는 이들에게 부담을 안 드리는 쪽으로 가야 한다”고 덧붙였다.


박미영 기자 mypark@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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