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창호 인권워원장 청문회, ‘혐오발언 전시장’ 전락
野 “정교분리 안 돼, 인권워원장으로서 자격 미달”
“동성애는 공산주의 혁명의 중요한 핵심적인 수단이다”, “동성애가 질병이라는 데 사람들마다 견해를 달리한다”,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인류를 짐승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
해당 발언들은 3일 안창호 국가위권위원장 후보자 인사청문회가 진행되는 동안, 안 후보자가 직접 말한 발언이거나 이날 인권위원장 후보자로서 동의를 표한 안 후보자의 과거 발언들이다. 인권의 최후의 보루인 인권위를 대표·총괄해야 할 위원장으로서 인권 감수성이 현저히 떨어진다는 지적과 함께, 인권위원장 후보자 청문회가 ‘혐오발언 전시장’으로 전락했다는 비판이 나온다.
이날 안 후보자는 인권위원장으로서의 자질을 검증받는 청문회장에서 성 소수자에 대한 편견과 혐오를 여과 없이 내비쳤다.
안 후보자는 ‘동성애를 인정하자는 것이 마르크시스트 혁명을 위해 교두보를 놓기 위한 것이냐’고 물은 조국혁신당 신장식 의원을 비롯해 관련 질의를 한 여야 의원들에게, 안 후보자는 “네오 마르크시스트 중에는 동성애는 사회주의 혁명, 공산주의 혁명의 핵심적인 수단이라고 얘기하는 사람이 있다”며 “여러 상황을 비춰볼 때 가능성이 제로라고 생각하지 않는다”고 답했다.
이날 안 후보자는 “안토니오 그람시라는 사람이 영국과 같이 산업이 발달한 나라에서 사회주의 혁명이 일어나지 않는 것은 각 진지를 자본가들이 장악하고 자본주의 교육을 시키기 때문에 이렇게 됐다(고 했다)”며 “그래서 이 분이 문화, 학교, 사회에 진지를 구축해 사회주의 혁명을 일으켜야 한다고 얘기했다”고 말했다.
그람시는 이탈리아 공산주의자로 무솔리니 파시즘 체제에 맞서다 투옥된 인물로, 안 후보자의 발언 요지는 차별금지법을 도입하면 가정, 교회, 국가공동체가 해체되고 사회주의, 공산주의 혁명이 일어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야당의 강한 반발에도 안 후보자는 극언을 이어갔다.
신 의원이 ‘동성애는 질병이냐’고 묻자 안 후보자는 “사람들마다 견해를 달리한다”고 했다. 이에 신 의원이 “1990년 5월17일 세계보건기구 WHO는 국제 질병 분류를 개정해 동성애를 정신장애 부분에서 삭제했고, 현재 그 어떤 정신의학 진단 기준에서도 질병으로 분류되고 있지 않다”고 반박하자, 안 후보자는 “그 부분에 대해 작성 경위에 대해 저는 정신병 전문의한테 다른 의견을 들었다”며 WHO 기준을 부정하는 모습을 보였다.
이 외에도 개인의 성적 끌림을 뜻하는 ‘성적 지향’을 ‘수간(獸姦·동물 간 성관계)’, ‘기계간’과 연관 지으며 ‘차별금지법이 도입되면 인류를 짐승의 나락으로 떨어뜨릴 수 있다’는 취지의 과거 자신의 주장을 되풀이하기도 했다.
또 이날 청문회에선 안 후보자가 지난 6월에 발간한 저서 ‘왜 대한민국헌법인가’에서 ‘신체 노출과 그에 따른 성 충동으로 인해 성범죄가 급증할 수 있다’는 주장을 펼친 것을 두고도 질의가 이어졌다.
안 후보자는 “외국에서 그런 부분에 대한 보도가 있으니까 이런 가능성은 충분히 있다고 생각을 한다”며 “이게 왜 성범죄를 두둔하는 거냐”고 반문했다. 성범죄 가해자에게 면죄부를 주고, 피해자에게 ‘노출 탓’이라는 책임을 돌리는 발언이라는 점에서 성인지 감수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잇따랐다.
인권위는 헌법의 핵심 원리인 평등이념의 실현을 도모하려는 취지로 2006년 차별금지법 제정 권고법안을 의결했다. 이후 2020년 제21대 국회 출범 직후에는 평등법 시안을 공개하며 국회에 입법을 재차 권고해 왔다. 유엔 여성차별철폐위원회, 유엔 사회·자유권위원회, 유엔 아동권리위원회의 등 국제기구에서도 한국을 향해 포괄적 차별금지법을 제정하라는 권고가 이어지고 있다.
이날 집중 질타에 나선 신 의원은 “안 후보자는 정교분리가 안 된 것 같다”며 “국가인권위원장께서 지금의 형태로 반대하신다면 국제적으로 인권 후진국의 오명을 쓰게 될 것”이라며 꼬집었다. 더불어민주당 추미애 의원은 “인권의 보편성을 훼손하고 차별과 혐오를 정당화시키고 인권위원회의 신뢰성 손상을 시키는 후보자께서는 인권위원장으로서 자격이 없다는 걸 확인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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