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범’ 혐의로 ICC의 체포영장 발부돼
“몽골은 ICC 회원국… 의무 이행해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몽골을 방문할 예정인 가운데 우크라이나가 몽골에 “푸틴이 입국하는 즉시 체포하라”고 요구했다. 푸틴은 우크라이나에서 저지른 전쟁범죄 혐의로 국제형사재판소(ICC)에 의해 체포영장이 발부된 상태이며, 몽골은 ICC 협약 가입국이다. ICC 설립에 관한 로마 협약은 모든 회원국들에게 ICC 결정 이행에 협력해야 할 의무를 부과한다.
30일(현지시간) BBC 방송에 따르면 우크라이나 외교부는 “몽골 정부가 푸틴이 전범이라는 사실을 알고 있길 바란다”고 밝혔다. 이어 “푸틴이 몽골 국경을 넘는 즉시 ICC가 발부한 체포영장을 집행해 푸틴의 신병을 네덜란드 헤이그에 있는 ICC로 넘겨야 한다”고 주장했다. 푸틴의 몽골 방문은 오는 9월3일로 예정돼 있다.
러시아 대통령실은 터무니없다는 반응이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크레믈궁 대변인은 몽골 정부가 푸틴을 체포할 가능성에 대해 “전혀 걱정하지 않는다”고 일축했다. 페스코프 대변인은 취재진과 만난 자리에서 “러시아는 몽골 측 파트너들과 높은 수준의 친밀감을 갖고 있다”며 “대통령의 몽골 방문은 모든 측면에서 세심하게 준비되고 있다”고 말했다.
체포영장을 발부한 ICC의 태도도 미지근하다. ICC 측은 “로마 협약에 따라 모든 회원국은 ICC의 결정 이행에 협력해야 한다”면서도 “그렇다고 푸틴의 체포가 반드시 이뤄져야 하는 것은 아니다”라고 밝혔다. ICC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 후 1년이 지난 2023년 “러시아가 점령한 우크라이나 땅에서 어린이들을 대거 납치해 강제로 자국으로 데려간 것이 전쟁범죄에 해당한다”며 푸틴을 전범으로 규정했다. 그러면서 푸틴을 상대로 체포영장을 발부했다.
당황한 러시아 정부는 원래 2023년으로 예정됐던 푸틴의 남아프리카공화국 방문을 취소했다. 남아공은 ICC 회원국이다. 당시 시릴 라마포사 남아공 대통령은 “ICC의 결정을 이행하는 것은 곧 러시아에 선전포고를 하는 것이나 다름없다”며 러시아 측에 방문을 취소해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앞서 우크라이나는 멕시코 정부에도 푸틴이 입국하는 경우 체포할 것을 요청한 바 있다. 멕시코는 오는 10월1일 열리는 클라우디아 셰인바움 대통령 당선인의 취임식에 맞춰 푸틴을 초청한 바 있다. 하지만 푸틴이 진짜로 취임식에 참석할 가능성은 낮은 데다 안드레스 마누엘 로페스 오브라도르 현 대통령은 “그렇게 할 수 없다”며 거부 의사를 명확히 밝혔다.
몽골은 푸틴의 방문이 예고된 상태에서 우크라이나로부터 “푸틴을 체포해달라”는 요구를 받은 첫번째 나라에 해당한다. BBC는 영국 런던에 주재한 몽골 대사관에 몽골 정부의 입장을 물었으나 답변을 듣지 못했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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