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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기 고속도로’ 지자체서 제동… 수도권 전력 공급 차질 우려

입력 : 2024-08-26 05:00:00 수정 : 2024-08-25 20:09: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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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남시, 동서울변전소 증설 불허

한전, 2026년까지 7000억원 투자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 확충안
주민 반대 이유 서울 문턱서 막혀

원전 3기 생산 전기 공급 어려워
한전 승소해도 선로 완성 늦어져
반도체 클러스터 ‘전력 대란’ 걱정

타 지자체 영향 파급 여부도 주목

원전 등 동해안 일대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기를 대규모로 수도권으로 송전하기 위한 ‘전기 고속도로’ 국책사업이 지방자치단체의 반대로 막힐 위기에 처했다. 지자체에선 주민의 반대를 이유로 내세웠지만, 완공이 늦어져 수도권에 ‘전력 대란’ 수준의 혼란이 빚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25일 한국전력과 업계 등에 따르면 경기 하남시는 지난 21일 지역 주민 반대 등을 이유로 한전이 신청한 동서울변전소 옥내화 및 증설 사업안을 불허 처분했다고 밝혔다.

사진=연합뉴스

한전은 약 7000억원을 투입해 2026년 6월까지 기존 변전 시설을 건물 내에 설치하고, 확보한 여유 부지에 초고압 직류송전(HVDC) 변환소를 건설하기로 계획했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통해 들어올 추가 전기를 받아 수도권 일대에 공급하기 위한 것이다.

초고압 송전망 끝에 HVDC 변환소가 없으면 같은 시기 준공을 목표로 건설 중인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제대로 쓰이지 못하게 된다.

발전소에서 만든 교류 전기는 발전소 근처 변환소에서 500킬로볼트(kV)의 초고압 직류로 변환해 200㎞ 이상 길이의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타고 수도권으로 이동한다. 이후 수도권 인근의 최종 변환소에서 다시 배전망에 보낼 수 있는 교류 전기로 바꿔야 한다.

정부와 한전은 수도권 전력공급 확대를 위해 2026년 6월까지 동서 방향의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를, 2036년까지 남북 방향의 서해안 송전선로를 HVDC 방식으로 설치하는 방침을 내세웠다.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는 경북 울진에서 시작돼 경기 양평에서 두 갈래로 나뉘어 신가평변환소와 동서울변환소를 거치면서 각각 4기가와트(GW)씩 총 8GW의 전력을 수도권에 공급하도록 계획됐다.

하지만 동서울변환소 건설이 불가능해지면 당초 계획의 절반인 4GW의 전기만 옮기게 된다. 설비용량 1.4GW인 최신 원전 3기가 생산하는 전기를 보낼 수 없게 되는 셈이다.

또한 2030년 이후 울진에 건설되는 신규 원전인 신한울 3·4호기의 전력망 연계도 어려워지게 된다.

한전은 기존 시설을 옥내화하고 그 부지를 활용한다는 점과 HVDC 변환소가 전자파에 문제가 없는 설비라는 점을 강조하며 하남시의 이번 결정에 불복해 법적 대응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확정 판결이 나오기까지 길게는 수년이 걸릴 수 있어 한전이 법적 다툼에서 승소한다 해도 동해안-수도권 송전선로의 완성은 기존에 계획된 2026년보다 늦어질 전망이다.

수도권은 세계 최대 규모의 반도체 클러스터가 들어서는 등 전력 공급 확충이 시급한 상황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에만 현재 수도권 전체 전력의 4분의 1에 해당하는 10GW의 전력수요가 예상된다.

또한 인공지능(AI) 산업 여파와 전기차 증가로 수도권의 전기수요가 급증하면서 효율적인 전력망 구축은 국가 핵심 과제가 됐다. 11차 전력수급기본계획 총괄위원회는 지난 5월 내놓은 전기본 실무안에서 2038년 국내 최대 전력수요가 129.3GW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하남시의 결정이 다른 지자체에 영향을 줘 향후 국책 송전망 사업에서 크고 작은 차질이 발생할 수 있다는 관측도 제기됐다.

산업통상자원부 관계자는 “저희가 보기엔 타당하지 않은 이유로 불허됐다”며 “최종 단계에 있는 변환소가 건설돼야만 송전선로가 최종 완공이 될 수 있어 (운영 시기가) 늦어질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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