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재로 7명이 숨지고 부상자 12명이 나온 경기 부천시 호텔이 4개월 전 자체 소방점검을 한 뒤 “양호하다”는 결과를 소방서에 통보한 것으로 알려졌다. 자체 점검이 형식적으로 이뤄진 것 아니냐는 의혹이 제기된다.
23일 소방당국에 따르면 전날 불이 난 부천시 원미구 호텔은 올해 4월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에 맡겨 각종 소방시설을 자체 점검했다. 호텔 측은 점검 후 지적사항이 한 건도 없었다며 부천소방서에 양호하다고 통보했다. 해당 호텔은 소방시설법에 따라 1년에 두 차례 자체 점검 결과를 관할 소방서에 알려야 한 것으로 전해졌다.

앞서 지난 2월에도 겨울철 화재에 대비해 소방서 차원에서 이 호텔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했으나, 별다른 문제점은 발견되지 않았다고 한다. 다만 지난해 자체 점검에선 피난 유도등 불량 등 지적사항 2건이 나왔다.
소방당국은 이번 호텔 화재가 빈 객실에서 누전이나 에어컨 스파크 등 전기적 요인으로 일어났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고 있다. 전날 오후 7시34분 호텔 8층 객실에서 시작된 불로 사망 7명, 부상 12명 등 사상자 19명이 발생했다. 객실 등 내부에 스프링클러가 없어 초기 진화를 못 했고, 유독가스가 빠르게 퍼지면서 피해가 커졌다.
민간 소방시설 관리업체에 맡겨 자체 점검을 형식적으로 진행했다가 큰 피해로 이어진 사례도 있다. 사망자 9명을 낸 2018년 인천 세일전자 화재의 경우 검찰 수사에서 화재 발생 2개월 전 민간 소방점검 대행업체 소속 무자격자가 소방점검을 엉터리로 한 사실이 뒤늦게 드러났다. 문제의 업체는 무자격자 2명이 점검한 사실을 숨기려 현장에 가진 않은 자격증 소지자 2명의 이름을 점검기록표에 썼고, 점검을 한 인원도 4명으로 허위 기재했다.
전문가들은 민간 업체에 맡겨 진행하는 자체 소방점검이 제 역할을 하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류상일 동의대 소방방재행정학과 교수는 연합뉴스에 “민간 업체는 자체 점검에서 큰 하자를 지적하기 어렵다”며 “사실대로 지적하면 건물주가 다음 점검 때 다른 업체와 계약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지금 구조로는 자체 점검이 계속 형식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소방점검을 전담하는 공사나 공단을 만드는 방안 등을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