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공된 가상계좌 역대 최대 규모
보이스피싱(전화금융사기)과 온라인 불법도박 등 범죄조직에 가상계좌 7만여개를 판매하고 11억여원을 챙긴 일당이 재판에 넘겨졌다. 이 가상계좌를 통해 오간 범죄 피해금과 도박자금은 5900억원에 이른다.

서울동부지검 보이스피싱범죄 정부합동수사단(합수단)은 가상계좌 유통조직의 총책 A씨 등 3명을 구속기소했다고 20일 밝혔다. 이들은 2022년 8월부터 지난해 6월까지 범죄조직에 가상계좌를 판매해 보이스피싱 피해금을 비롯한 범죄수익을 이체해 주는 대가로 11억2060만원의 수익을 올린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이 제공한 가상계좌는 역대 최대 규모인 7만2500개다. 합수단은 금융감독원 자료를 바탕으로 가상계좌를 압수하고 분석해 올 6월부터 이달 19일까지 피고인들을 구속기소했다.
검찰에 따르면 총책 A씨는 대포통장 유통업을 하던 조직폭력배 출신 B씨 등과 함께 2022년 8월 유령법인을 설립했다. 이 법인은 결제대행업체(PG사)와 가상계좌 판매계약을 맺고 텔레그램을 통해 보이스피싱과 도박사이트 운영 조직을 ‘가맹점’으로 모집해 관리했다.
해당 법인은 보이스피싱 피해자가 가상계좌로 돈을 입금하면 범죄조직이 지정한 대포통장 등으로 이 돈을 이체해 주고 수수료를 챙긴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은 피해자의 신고가 접수되면 모계좌 지급정지를 막기 위해 보이스피싱 조직 대신 피해자와 접촉해 사건을 무마하는 등 범죄조직과 공생한 것으로 확인됐다.
검찰은 일반적인 통장과 달리 간단한 절차를 통해 사실상 무한대로 개설이 가능하고, 피해자가 신고하더라도 모계좌 전체가 지급정지되지 않는 특성 탓에 가상계좌가 범죄에 대규모로 이용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 연루된 PG사도 보이스피싱 피해자의 지급정지 신청이 접수된 가상계좌 판매업자와 계약을 해지하거나 계좌 이용을 중지하는 등의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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