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유일 동물 심폐소생술 전문
“반려가구 1000만시대 중요성 커”
지역 곳곳 돌며 CPR·펫티켓 교육
유기견 임시보호소 설치 보람도

“심폐소생술(CPR)은 사람만이 아니라 심장이 뛰고 폐로 호흡하는 동물에게도 꼭 필요합니다.”
15일 전북 완주소방서 119구조대에서 만난 백광일(53·소방위) 대장은 반려동물에 대한 CPR의 필요성에 대해 이같이 말한 뒤 “반려동물 1000만 시대에 CPR이 매우 중요한 수단으로 부상했다”고 밝혔다.
백 대장은 국내 최초이자 유일의 반려동물 CPR 전문가이다. 해외에서도 반려동물 CPR 전문가는 찾아보기 힘들다. 반려동물 CPR은 대퇴동맥이 지나는 뒷다리 안쪽 부위에 손을 넣어 맥박을 확인하고 입을 막고 코로 호흡을 불어넣는 것과 다를 뿐 갑작스러운 심정지 상태에 빠진 사람에 대한 대처 방법과 별반 다를 게 없다.

백 대장이 2021년 전북도의 ‘적극행정발굴’ 사업을 통해 반려동물 CPR을 처음 제안했을 때만 해도 “살다 살다 동물에게 심폐소생술을 하느냐”는 조롱 섞인 시선도 있었다고 한다. 하지만 그의 시범을 접하고 나서는 “우리 집 반려동물은 내 손으로 살릴 수 있겠다”는 반응을 보였다고 했다.
백 대장은 “2009년 인명 탐색 구조장비 교육을 받으며 붕괴된 건물 속에서 구조견의 수색 능력과 활약을 접하고 그 매력에 푹 빠지게 됐다”고 말했다. 인명구조견을 직접 양성해 보기 위해 생후 2개월 된 셰퍼트 견종을 분양받기도 했다. 날로 쑥쑥 불어나는 체격 때문에 아파트까지 처분해 폐가를 구해 이사했고 승용차도 케널(이동장) 적재가 가능한 승합차로 교체했다.
그는 광주지역 한 민간훈련소를 찾아다니며 반려견과 함께 몇 계절을 보낸 끝에 반려견지도사 자격증 3급, 2급, 1급을 차례로 취득했다. 지금까지 그가 딴 반려동물 관련 자격은 반려견 지도사·훈련사·행동교정사 등 줄잡아 10여개나 된다. 특히 국내 최대 규모로 2013년 개관한 전북119안전체험관에서 각종 사고 안전체험 임무를 수행하면서 반려동물 에티켓과 안전사고 예방 등에 더 큰 관심을 두게 됐다고 했다.

백 대장은 반려인과 비반려인을 위한 펫티켓 관련 프로그램을 개발해 반려동물 CPR과 함께 소방학교, 경찰견 훈련학교, 대학, 지자체, 지역 축제장 등을 찾아다니며 교육하고 있다. 전주의 한 반려동물 놀이터 소장은 최근 그가 전수한 CPR로 심정지에 빠진 위기견을 살려낼 정도였다. 완주소방서에는 유기동물 임시보호소를 설치해 관계 기관에 인계하기 전까지 안전하고 쾌적하게 보살펴 지난해 119동물구조대상, 동물복지대상을 받기도 했다.
백 대장이 반려동물과 CPR에 관심을 갖게 된 것은 단순한 호기심을 넘어 생명존중 사상 때문이다. 그는 “사람이든 동물이든 생명에 대한 존엄성은 다르지 않다”고 말했다. 그는 한 가지 바람을 전했다. 전북소방에도 인명구조견을 도입해 실종자 수색 등에 효율성을 높이는 것이다. 현재 전국 소방서에서 활약 중인 인명구조견은 45마리 정도이지만 전북과 충남·북 세 지역에는 전무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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