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장암 투병… 6월 세상 떠나
교사를 꿈꾸던 대학생이 대장암으로 세상을 뜨면서 아르바이트로 번 돈을 후배들을 위한 장학금으로 내놨다.
10일 대구대에 따르면 차민수(55)씨는 대구대에 대학발전기금 600만원을 전달했다. 이 돈은 대구대 생물교육과를 다녔던 차씨 딸 수현씨가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며 모은 돈이었다.
수현씨는 2021년 교사가 되려는 꿈을 안고 대구대 생물교육과에 입학했다. 하지만 입학한 그해 받은 건강검진에서 ‘가족성 선종성 용종증’ 진단을 받았다. 이 질환은 대장이나 직장에 수백개에서 수천개의 선종이 생기는 질환으로, 20여년 전 수현씨 아버지 차씨도 앓았다고 한다.
차씨는 “수현이가 저와 같은 병 진단을 받았을 때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다”며 “딸에게 이런 몹쓸 병을 물려준 게 아닌가 싶어 너무 괴로워 당시에는 눈물이 마를 날이 없었다”고 회고했다.
대장암으로 진행할 가능성이 큰 병이었지만 수현씨는 후유증이 크다는 수술보다는 자연치유 쪽을 택했다. 대장 수술은 후유증이 크게 남을 수 있는 수술이라 갓 스무살이 된 여학생이 감내하기에 쉽지 않아서다.
수현씨는 아픈 몸이지만 교사의 꿈을 이루기 위해 3년간 한 학기도 쉬지 않고 열심히 공부했다. 연구 학생과 교내 샌드위치 가게에서 아르바이트하던 수현씨는 병세가 급속히 악화한 지난해 말 대장암 4기 진단을 받았다. 이후 투병생활을 이어가다 지난달 초 22세의 꽃다운 나이로 세상을 떠났다.
수현씨는 생전 병상에서 아버지와 얘기를 나누던 중 아르바이트로 모은 돈에 대한 얘기를 꺼냈고 “제가 이루지 못한 꿈을 후배들이 대신 이룰 수 있도록 돕는 데 쓰면 좋겠다”고 제안했다. 아버지 또한 “교사가 되기 위해 열심히 공부하는 학생들을 보고 있으면 모두 딸처럼 느껴진다”면서 “딸의 소중한 뜻이 담긴 돈이 교사의 길로 나아가고 있는 후배들에게 작게나마 응원이 됐으면 한다”고 말했다.
이정호 대구대 부총장은 “자식 잃은 부모의 마음을 헤아릴 수 없겠지만 같은 학과 교수로서 제자를 잃은 마음 또한 황망하기 그지없다”면서 “수현 학생의 못 이룬 꿈이 캠퍼스에 잘 간직되고 후배들에게 전해질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대학 측은 수현씨가 평소 생활했던 사범대학 건물과 아르바이트를 했던 가게 근처에 있는 벤치에 수현씨 이름과 추모 문구를 넣어 그의 소중한 꿈을 기리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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