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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행깃값 뽑고도 남아”… ‘슈퍼 엔저’에 일본 가는 한국인 급증 [뉴스 투데이]

입력 : 2024-07-09 18:20:00 수정 : 2024-07-09 21:24: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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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대급 슈퍼 엔저에 여행수지 ‘비상’

여행수지 적자 5년來 최대치

韓 여행수지 24년째 ‘만성적자’
628만명 韓 올 때 1180만명 ‘해외로’
對日적자 183% 늘어 33억8000만弗
“또 일본 가려고 엔화 틈틈이 환전”

日, 코로나 전보다 관광객 더 늘어
1년 새 60% 늘어 5월 304만명 달해
“여행 수지 흑자로 무역 적자 만회”

직장인 A씨는 최근 주말을 이용해 일본 후쿠오카로 당일치기 여행을 다녀왔다. 평소 눈독을 들이던 가방이 후쿠오카 시내 백화점에서 ‘깜짝 세일’을 한다는 소식에 다녀왔다. A씨는 “휴가를 쓰기 여의치 않아서 하루 일정으로 가게 됐다”며 “엔저에 여러 추가 할인까지 더하면 비행기 가격을 감안하더라도 충분히 이득이어서 만족스러웠다”고 전했다. 그는 가을에는 부모와 함께 교토 여행을 갈 계획도 세웠다. A씨는 “엔화 가격이 계속 떨어져서 외환 통장에 틈틈이 환전도 해놓고 있다”며 “거리 부담도 없어 부모님과 여행 전에 기회가 생기면 한 번 더 갈 의향도 있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하나은행 위변조대응센터에서 직원이 엔화와 달러화를 정리하고 있다. 뉴시스

우리나라 여행수지 적자는 지난해 들어 5년 만에 최대치를 기록하는 등 ‘만년 적자’ 행진 중이다. 최근에는 ‘슈퍼 엔저’로 일본을 찾는 우리나라 여행객이 급증하면서 대일본 여행수지 적자폭이 커지고 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엔데믹 이후 우리나라를 찾은 해외 여행객은 점차 회복하고 있지만, 해외로 나가는 우리 국민이 더 빠르게 늘고 있어서다. 만성적인 여행수지 적자가 경상수지에 악영향을 미칠 수 있는 만큼 구조적인 해법을 찾아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9일 한국은행 경제통계시스템에 따르면 ‘한국 방문의 해’였던 2023년 여행수지는 125억2700만달러 적자를 기록했다. 5년 만에 최대 규모로 코로나19 직전인 2019년(118억7200만달러 적자)보다 7억달러가량 늘었다.

 

월별로 따져봐도 여행수지는 2014년 11월 53억1000만달러 흑자 후 적자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연도별로 보면 1999년 19억5970만달러 흑자 후 지난해까지 24년 동안 한 해도 빠짐없이 적자를 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58억1600만달러에서 2021년 70억2560만달러, 2022년 83억6900만달러 등 적자액 또한 급속도로 불어나고 있다.

 

올해에도 외국인 입국자보다 해외여행을 떠나는 출국자가 더 큰폭으로 늘고 있다. 한국관광공사에 따르면 1~5월 누적 방한객 수는 628만명으로 전년 동기 대비 81.1% 증가했고, 2019년 동기 대비 90% 회복세를 나타냈다. 같은 기간 우리나라 국민의 누적 해외관광객 수는 1180만명으로 2019년 대비 94% 회복세를 보이며 방한객보다 두 배 가까운 수치를 기록했다.

특히 엔화 가치 저하에 따른 엔저 현상 장기화로 대일본 여행수지 적자가 상대적으로 깊어지고 있다. 지난해 대일본 여행수지는 33억7950만달러 적자로 2019년 18억4490만달러 적자 대비 183.2% 폭증했다. 코로나19 기간인 2020년 4억9450만달러, 2021년 2억1850만달러로 ‘반짝’ 흑자를 냈지만, 엔데믹과 함께 다시 악화일로다.

 

엔저는 미국이 기준금리를 인상한 2022년부터 나타났지만, 일본을 찾는 국내 관광객은엔데믹과 더불어 지난해부터 급증하기 시작했다. 지난 5월 들어 엔화 가치가 더 하락하기 시작하면서 이런 추세는 더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실제 일본 정부관광국(JNTO) ‘방일 해외 여행객 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방일 외국인은 304만100명으로 작년 동기(189만9176명)보다 60.1% 증가했다. 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5월과 비교해도 9.6% 늘었다. 이에 힘입어 지난 5월 일본 여행수지는 4417억엔 흑자로 전년 같은 달보다 55.7%나 늘어났다. 산케이신문은 “여행수지가 무역적자를 보완하는 수입의 기둥으로 기대를 모은다”고 평가한 바 있다.

 

엔저로 일본 여행이 증가하면서 현지 카드 사용액도 늘고 있다. 하나카드가 올해 상반기 개인 고객의 현지 매장 사용액을 집계한 결과 4314억원으로 전년 상반기(2065억원) 대비 2배 넘게 증가했다. 일본에서 카드를 사용한 고객 수가 같은 기간 22만5507명에서 42만7295명으로 급증한 영향이 컸다. 1인당 평균 이용금액도 91만5745원에서 100만9677원으로 늘었다.

지난 5일 일본 도쿄의 한 관광지 모습. AFP연합뉴스

업종별로 보면 백화점 이용금액이 616억원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식당(206억원), 할인점(204억원), 잡화점(190억원), 의류(164억원) 순으로 많았다.

 

하나카드 관계자는 “주요 통화 중 엔화는 다른 통화에 비해 환율 변동에 더 민감한 패턴을 보인다”며 “엔화 환전 수요는 2월 증가했다가 3월에 주춤했고 4~6월 다시 증가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올해 들어 전체 여행수지는 1월 -14억6710만달러를 기록해 1년 만에 월간 최대 적자를 기록한 뒤 줄어드는 추세다.

 

앞서 여행수지 만년 적자를 해소하기 위해 정부는 2022년 제7차 국가관광전략회의에서 2023∼2024년을 ‘한국 방문의 해’로 선포하고 총력전에 나선 바 있다. 올해도 방한 관광객 2000만명 달성을 목표로 중국인 단체관광 비자 수수료 면제 조치를 연장하는 한편 면제 대상을 중국 외 베트남과 필리핀, 인도네시아, 인도, 캄보디아 등으로까지 확대하기로 했다. 또 외국인 관광객 부가가치세가 환급되는 숙박 유형을 전통호텔·의료관광호텔·호스텔 등으로 늘리는 한편 여행사 등 중개 플랫폼을 이용할 때도 부가세 환급을 지원한다. 부가세를 사후에 환급할 때 모바일 신원 인증 허용 지역은 전국으로 확대한다.

9일 인천공항에서 한 여행객이 여객기 출발시간을 안내하는 전광판을 확인하고 있다. 여름 휴가철을 맞아 해외 여행객이 늘어나고 있는 가운데 ‘슈퍼 엔저’에 힘입어 일본 여행객이 증가하고 있다. 하나카드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한국인이 일본에서 쓴 카드 매출액이 지난해 같은 기간의 2배를 넘었다. 인천공항=이재문 기자

신세돈 숙명여대 경제학부 명예교수는 “엔저 현상이 나타나기 전에도 여행수지 적자는 고질적이었다”며 “반도체 수출이나 해외 투자 배당 등 (경상수지) 분야별로 이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다각화하는 한편 구조적인 해법을 모색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박미영·안승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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