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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보수당, ‘자유당의 몰락’ 뒤따르나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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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7-05 09:51:31 수정 : 2024-07-08 09: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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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세기 영국사를 공부하다 보면 꼭 마주치게 되는 두 인물이 있다. 벤저민 디즈레일리(1804∼1881)과 윌리엄 글래드스턴(1809∼1898)이 그들이다. 디즈레일리는 보수당, 글래드스턴은 자유당을 각각 이끌며 영국 의회민주주의의 황금기를 주도했다. 경쟁자였던 둘의 정치적 성적표를 비교해보면 글래드스턴이 더 성공적이었다고 볼 수 있다. 디즈레일리는 두 번에 걸쳐 약 7년간 총리를 역임하는 데 그친 반면 글래드스턴은 네 차례에 걸쳐 무려 12년 이상 총리로 일했다. 심지어 88세를 일기로 사망하기 4년 전까지도 총리 자리를 지키고 있었으니 ‘직업이 총리’라는 말을 들어도 무방할 것이다.

 

19세기 영국 보수당, 자유당의 리더로 의회정치를 이끌었던 벤저민 디즈레일리(왼쪽)와 윌리엄 글래드스턴. SNS 캡처

영국의 의원내각제는 18세기에 시작됐다. 19세기 들어 보수당과 자유당의 양당제가 굳어지면서 두 정당이 번갈아 집권했다. 보수당이 여당일 때는 자유당이, 또 자유당이 여당일 때는 보수당이 야당이 돼 서로 뜨거운 공방전을 펼쳤다. 유권자의 마음을 사로잡기 위한 둘의 치열한 경합 덕분에 영국 민주주의가 발전하고 영국 경제가 성장했다. 보수당은 이름 그대로 ‘보수’, 자유당은 ‘중도’에 가까웠지만 두 정당의 이념 차이는 그리 크지 않았다. 훗날 제2차 세계대전을 승리로 이끈 윈스턴 처칠(1874∼1965)은 원래 보수당 소속으로 정치를 시작했으나 자유당으로 옮겨 꽤 오랫동안 활동하다가 다시 보수당으로 돌아간 경력이 있다.

 

여전히 영국은 양당제 국가이나 여기서 ‘양당’은 보수당과 자유당이 아니다. 자유당은 1920년대 들어 노동당에 양대 정당 자리를 빼앗기고 제3당으로 전락했다. 1922년 이후로 100년 넘게 한 번도 단독으로 집권하지 못했다. 2차대전 당시 처칠이 꾸린 거국 연립내각에 참여한 것이 고작이다. 경제·사회 분야의 과감한 개혁을 원하는 노동자 계층의 민심을 제대로 반영하지 못한 것이 몰락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1988년 사회민주당과 합당하며 당명을 ‘자유민주당’으로 고쳤으나 보수당과 노동당에 밀려 영국 정계에서 그 존재감은 희미하기만 하다.

 

영국 노동당의 키어 스타머 대표. 노동당의 총선 승리로 차기 총리를 맡게 되었다. AP연합뉴스

4일 실시된 영국 총선 결과 야당이던 노동당이 650석 중 무려 410석을 얻어 집권할 것이란 출구조사 결과가 나왔다. 2010년 이후 14년 만의 정권교체가 현실화한 것이다. 보수당은 고작 130석가량을 확보하며 여당 자리를 내놓게 생겼다. 자유민주당의 예상 의석수는 약 60석으로 집계됐다. 이쯤 되면 양당제도 아니고 노동당이 압도적 우위를 점한 ‘1.5당제’라고 해야 옳겠다. 20세기 초까지 영국 정치를 좌우했던 보수당과 자유민주당이 나란히 소수 야당이 돼 거대 여당의 독주를 지켜보기만 해야 할 처지로 내몰렸으니 새삼 ‘민심은 정말 무섭다’라는 생각이 든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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