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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8년 개봉했던 영화 ‘아이언맨 1’에는 무기업체 최고경영자(CEO)이자 억만장자인 주인공 토니 스타크가 아프가니스탄에서 자신이 개발한 신형 ‘제리코’ 미사일을 소개하는 장면이 나온다. 양복을 멋있게 차려입은 주인공 뒤로 미사일에서 빠져나온 여러 개의 소형폭탄이 폭발하자 온 산이 화염에 휩싸이고, 먼지 폭풍이 불어 참관하던 군인들까지 몸을 휘청인다. 가상이긴 하나 집속탄의 파괴력에 혀를 내둘렀던 기억이 생생하다.

집속탄은 모탄이 터지면 그 안에 들어있던 자탄이 빠져나와 제각각 폭발하고, 폭탄 파편이 사방으로 튀며 광범위한 파괴를 일으키는 구조다. 2차 세계대전 때 처음 사용됐다. 미국은 베트남전쟁 기간인 1964~1973년 라오스, 베트남, 캄보디아에 약 2억7000만개의 집속탄을 사용했다. 이라크전에서 명성을 크게 얻었던 미국의 M270 다연장로켓시스템(MLRS)도 이 중 하나다. MLRS는 포탄 하나에 400~600발에 이르는 자탄이 들어있다. 쇠가 비처럼 내린다는 의미의 ‘강철비’(Steel Rain)로 불렸다.

민간인에게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했다. 자탄의 불발률이 최대 40%에 달해 전쟁이 끝난 후에도 불발탄이 지뢰처럼 남아 있다가 뒤늦게 민간인에게 큰 피해를 주는 경우가 많았던 탓이다. 대인지뢰와 함께 국제사회가 우려하는 이유다. 러시아는 과거 여러 전쟁에서 집속탄을 가장 적극적으로 사용했던 나라다. 2022년 2월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여러 도시를 공략하는 과정에서도 반복적으로 사용했다.

우크라이나가 지난 23일 러시아 점령지인 크름반도에 미국산 지대지 미사일 ‘에이태큼스’(ATACMS) 5발을 발사한 것으로 알려졌다. 5명이 숨지고 124명이 다쳤다고 한다. 사거리가 300㎞ 정도인 에이태큼스는 우크라이나가 미국에 줄기차게 지원을 요구해 받아낸 무기다. 한 발의 탄두에 약 950개의 자탄이 탑재돼 축구장 3~4개 넓이를 일거에 초토화할 수 있다. 비인도적인 살상무기다. 우크라이나로선 당한 만큼 갚는다지만 전황이 그만큼 다급해졌다는 의미일 수도 있다. 러시아가 더 잔인한 보복을 감행한다면 인명피해는 상상 이상일 것이다. 기우이길 바란다.


박병진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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