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연시험 객관성 반박하면서도 “이 사건은 가슴 아프고 앞으로 일어나서는 안 될 일”
2022년 강원 강릉에서 발생한 급발진 의심 사고 차량 제조사의 공식 입장이 10일 처음으로 나왔다. 사고에 안타까움을 표하고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자극적인 추측성 보도는 삼가달라는 메시지이지만, 자세히 보면 두 차례에 걸친 사고 재연시험은 객관성이 부족하다는 내용이 대부분이어서 제조사 책임을 부인하는 쪽에 무게가 쏠린다.
KG모빌리티(KGM)는 이날 언론에 배포한 입장문에서 “불의의 사고로 인해 아픔을 겪을 유가족에게 또 다른 상처가 될 것을 우려해 입장 표명을 자제하고 법원에서 상세히 소명해왔다”며 “지난달 원고 측의 강릉 재연시험 결과 발표 등에는 사실과 다른 부분이 있어 이를 바로잡고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기 위해 회사의 입장을 밝힌다”고 전했다.
강릉 급발진 의심 사고는 A씨가 2022년 12월6일 강릉에서 KGM의 스포츠유틸리티차(SUV)를 몰던 중 발생했으며, 이 사고로 함께 타고 있던 A씨의 손자가 숨졌다. A씨와 그 가족은 제조사인 KGM을 상대로 약 7억6000만원 규모 손해배상 청구 소송을 냈으며, 현재 법정 다툼이 진행 중이다.
법원이 지정한 감정인의 사고 관련 재연시험에서 나온 ‘A씨는 가속페달을 밟지 않았다’는 주장에 힘이 실리는 결과를 토대로 “페달 오조작이 아니므로 차량 결함에 의한 급발진”이라던 유족 주장을 KGM은 맞받았다. 사측은 “원고들의 감정 신청으로 이뤄진 지난 4월 강릉 도로에서의 주행 시험은 가속 상황, 사건 차량과 시험 차량의 다른 점, 도로 상황의 차이점 등 제반 조건이 확인된 객관적 데이터에 부합하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운전자가 약 35초간 모든 주행 구간에서 가속페달을 100% 밟았다는 전제 아래 재연시험이 진행됐고, 실제 사고 구간은 오르막이지만 평지에서 시험이 이뤄졌으므로 똑같다고 볼 수 없다면서다. 사고 차량이 직전에 다른 차를 추돌하는 등 큰 충격이 있었다는 점도 들어 정상 차량과 동일 수준 가속도 어렵다고 부각했다.
보완 감정으로 제대로 된 감정 결과를 받을 예정인 KGM은 “원고들은 지난달 자체적으로 긴급제동보조장치(AEB) 작동 재연시험도 했지만 법원을 통한 사적감정은 객관성을 담보한 증거 방법이라 보기 어렵다”며 “AEB는 운전자가 다른 차량을 추돌할 당시 가속 페달을 60% 이상 밟았기 때문에 미리 설계된 AEB 작동 해제 조건에 따라 작동하지 않고 경고음만 울렸다”고 설명했다.
지난달 재연시험의 세 차례 시도에서 AEB 정상작동으로 시험 차량은 모닝 차량 모형 스티로폼 앞에서 모두 멈췄으며, 원고 측은 사고 당시 AEB 미작동은 차량 결함이라고 강력히 내세운다.
KGM은 “AEB는 전방 사람·차량 추돌 위험이 있을 때 일정 속도(시속 8~60㎞)에서 자동으로 차를 제동해 추돌을 완화하거나 회피한다”며 “‘AEB OFF’가 설정되거나 차량이 시속 60㎞를 초과하는 경우, 핸들을 급격히 30도 이상 조작하는 경우, 기어가 P나 R에 위치하는 경우, 가속페달을 60% 이상 밟는 경우, 추돌 대상이 사람이나 차량이 아닌 자전거·건물·나무 등일 때는 작동하지 않는다”고 덧붙였다.
이처럼 재연시험을 조목조목 반박하면서도 사측은 “이 사건은 너무나도 가슴 아프고 앞으로 절대로 일어나서는 안 될 비극적인 일”이라며 “실체적 진실은 결국 재판을 통해 밝혀질 수밖에 없다”고 했다. 그러면서 “KGM은 진행 중인 재판 과정을 거쳐 사건의 진실 규명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며 “재판이 진행 중인 만큼 객관적이고 과학적인 근거가 없는 자극적인 추측성 보도는 삼가 달라”고 덧붙였다.
[ⓒ 세계일보 & Segye.com,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