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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어지잔 말에 모녀 살해한 박학선 송치… 연령 가리지 않는 교제살인 [사사건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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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08 20:42:56 수정 : 2024-06-08 20:42: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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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별 통보에 모녀 흉기로 살해
경찰 “계획 범행 판단”
중·노년도 교제 폭력 심각

“헤어지자”는 말에 교제하던 여성과 그의 딸을 흉기로 찔러 숨지게 한 혐의를 받는 박학선(65)씨가 구속 상태로 검찰에 송치됐다. 이별을 통보한 동갑내기 여자친구를 잔인하게 살해한 ‘의대생 살인 사건’ 발생 한 달여 만에 또다시 교제 살인이 일어난 것이다. 이번 사건의 피해자 연령이 60대로 알려지면서, 20∼30대뿐 아니라 중·노년층 여성도 교제 살인에 노출돼 있다는 불안감이 확산하고 있다.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모녀 살해… “피해자 탓”

서울 강남의 한 오피스텔에서 모녀를 흉기로 찔러 살해한 박학선이 7일 서울 강남구 수서경찰서에서 나와 검찰로 송치되고 있다. 뉴스1

7일 서울 수서경찰서는 살인 혐의를 받는 박씨를 서울중앙지검에 구속 송치했다. 이날 박씨는 “이별 통보를 듣고 범행했냐”는 취재진 질문에 “아니다”라고 답했지만, 경찰은 박씨가 헤어지자는 피해자에게 앙심을 품고 사전에 범행을 계획한 것으로 보고 있다. 

 

경찰은 “박씨가 범행 장소로 이동하는 모습이 찍힌 폐쇄회로(CC)TV 영상과 박씨의 휴대전화 포렌식 내용, 박씨가 범행 장소에서 머문 시간 등 여러 증거 자료를 봤을 때 우발 범행은 아닌 것으로 보인다”고 했다. 

 

박씨는 지난달 30일 강남구 대치동에서 교제 중이던 60대 여성 A씨를 만나 이별을 통보받았다. 유족 측에 따르면 앞서 두 사람은 지난해 한 모임에서 만나 교제를 시작했다.

 

그러나 피해자 가족은 박씨의 지나친 집착과 스토킹에 교제를 반대해 왔다. 유족은 언론 인터뷰에서 “박씨가 오전 5시부터 A씨가 받을 때까지 전화하거나, A씨가 일하는 중인데도 출근해서 끝날 때까지 계속 집 앞에 앉아 있는 등 집착이 심했다”고 전했다. 

 

결국 이별을 통보한 A씨에게 박씨는 흉기를 휘둘렀다. 같은 자리에 있던 A씨의 딸 30대 B씨도 흉기에 찔렸다. 범행 40여 분 뒤 피해자 가족의 신고로 경찰이 현장에 도착했을 때, A씨는 이미 숨져 있었다. B씨는 병원으로 옮겨졌지만 사망했다. 

 

박씨는 범행 이후 대중교통을 이용해 도주하다 범행 13시 만인 이튿날 오전 7시45분쯤 서울 지하철 4호선 남태령역 인근에서 경찰에 붙잡혔다. 박씨는 경찰이 다가서자 자해를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붙잡힌 박씨는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앞두고 ‘피해자 탓’을 하기도 했다. 2일 오후 검은색 모자에 마스크를 쓴 채 호송차에서 내린 박씨는 “이별 통보를 받고 화가 나 범행한 것이 맞느냐”는 취재진 질문에 “(피해자 모녀 중 딸이) 신랑에게 전화하는 바람에 범행이 이뤄졌다”는 취지로 말했다. 

 

서울경찰청은 4일 범행의 잔인성이 인정된다며 박씨의 신상정보와 머그샷을 공개했다. 중대범죄신상공개법을 제정·시행한 이후 경찰이 수사 단계에서 피의자 머그샷을 공개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박학선의 머그샷. 세울경찰청 제공

◆중·노년층도 피할 수 없는 ‘교제 살인’

 

전문가들은 고령화 추세 속에서 교제 살인이 연령을 가리지 않고 일반화한 범죄라는 점에 경각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한다. 교제 살인·폭력이 젊은 층 일부의 범죄로 보는 경향이 강하지만, 이번 사건처럼 현실은 그렇지 않다는 지적이다. 

 

한국여성의전화가 지난 3월 발표한 ‘언론 보도를 통해 본 친밀한 관계의 남성 파트너에 의한 여성 살해 분석’ 보고서를 보면 지난해 데이트 상대에 의해 살해되거나 살인미수 등을 당한 여성은 최소 207명에 이르렀다.

 

이 중 연령대를 특정할 수 있는 피해자는 133명이었는데 50대 이상이 전체의 19.5%(26명)에 달한 것으로 파악됐다. 20대(38명)와 30대(32명)가 많았지만 중·노년층 피해자 수도 결코 무시할 수 없다는 분석이다. 

 

한 변호사는 “연령을 가리지 않는 교제 폭력은 일반적인 사안보다 가중처벌하고 처벌불원 의사와 관계없이 처벌해야 한다”며 “처벌불원 의사가 있더라도 상담이나 면담을 통해 진정성을 신중하게 검토하고 판단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예림 기자 yeah@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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