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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중앙아시아와 지속가능한 협력 추진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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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05 23:15:22 수정 : 2024-06-05 23:15: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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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원전 6세기쯤 제작된 고대 바빌로니아 점토지도는 현존하고 있는 가장 오래된 세계지도라고 알려져 있다. 두 개의 큰 동심원을 그려 안쪽에는 육지를, 바깥쪽에는 바다를 나타내면서 당시의 세계관을 직관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이처럼 지도는 당시 사회의 세계관, 살고 있는 지역에 대한 이해도와 함께 문화 수준을 가늠하게 한다. 고대에서 현재까지 문명의 흥망성쇠, 탐험과 개척, 무역 및 전쟁 등이 지도위에 살아 숨 쉬고 있다. 더 나아가 지도를 통해 우리는 호기심과 상상력으로 인류 역사에 대한 경험과 인식을 넓힐 수 있다.

과거 실크로드가 아시아와 유럽을 잇던 시절에 중앙아시아 지역은 교통 및 상업의 중심지 역할을 했다. 하지만 2차 세계대전 이후 구소련 진영으로 편입되면서 세계 경제에서의 중요성이 위축되었다. 1990년대 초에 카자흐스탄, 우즈베키스탄, 타지키스탄 등이 독립했으나, 체제전환 과정에서 수많은 시행착오를 겪었다. 대외관계도 원활하지 못했다. 북쪽으로는 러시아가 여전히 영향력을 행사했고 남쪽에서는 중국의 영향력이 커짐에 따라 서방세계와의 교류가 원활하지 못했다. 더구나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바다를 접하지 않는 내륙국이다.

조우석 국토지리정보원장

꼬이고 꼬인 지정학적 여건 속에서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우리나라를 경제발전의 모델로 정했고, 점진적으로 교류를 확대해 왔다. 특히 우즈베키스탄은 우리나라 교육제도 도입에 열성을 보였다. 한국-우즈베키스탄 정부의 협력사업으로 2015년 타슈켄트인하대학교(IUT)가 개교한 것을 대표적인 사례로 들 수 있다. 현재 IUT는 우즈베키스탄뿐 아니라 인근 국가의 대학 교육 모델이 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원조를 받는 국가에서 원조를 주는 국가로 전환한 세계 최초이면서 유일의 사례이다. 해방 이후 50년간 국제사회의 원조를 받으며 이룩한 놀라운 발전이며, 국제사회에서 우리나라의 위상을 재정립하는 성과를 이뤘다.

미·중 관계가 대결국면으로 전환되었고, 중국을 중심으로 한 글로벌 공급망이 재조정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공급망을 다변화해야 하고, 중앙아시아는 이러한 시대적 대전환 기회를 경제발전의 기회로 활용하기 위해 다방면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는 풍부한 천연자원과 다양한 지형을 가지고 있으며, 개별 국가마다 독특한 발전 과제 및 기회와 도전을 마주하고 있다. 모두 지진, 홍수, 산사태와 같은 자연재해에 취약해 지속가능한 개발과 보존이라는 과제를 안고 있다. 산림 파괴, 수자원 관리, 기후변화 등 환경 보존과 함께 지속가능한 자원 이용 방안 마련도 필요하다. 이들 국가는 우리나라에 지원을 요청했고, 친환경 농기계, 스마트팜, 희소금속센터 등 여러 분야에서 소기의 성과를 보이고 있다.

전통적인 공적개발원조(ODA)를 통한 단기적이며 물질적인 인프라 구축과 같은 직접적인 지원 방식보다는 지속적이며 실질적인 지식과 기술 전수 및 역량 강화 등 파트너십 자립지원 방식으로 새로운 패러다임의 국제협력을 추진해야 하겠다.

중앙아시아 국가들은 사회 인프라가 여전히 부족하다. 특히 지리정보는 아날로그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중앙아시아 국가에 대한 지도와 공간정보 ODA 사업은 다른 어떤 협력사업보다 효과성과 지속가능성이 높은 분야이다. 이를 통해 축적된 중앙아시아 경제 지리적 정보는 우리 기업의 현지 진출에 나침반 역할을 수행할 것이다.

 

조우석 국토지리정보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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