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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취소’ 아닌 ‘명령 철회’에 술렁이는 의사들…총파업 접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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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6-05 13:51:51 수정 : 2024-06-05 15:13: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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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료계 측 “정부 상대 1000억대 손해배상청구 소송 진행할 것”

정부가 의대 증원에 반발해 병원을 이탈한 전공의들을 상대로 100여일 전에 발령한 사직서 수리금지 등 명령을 철회하면서 의사들이 예고한 총파업(전체 휴진)을 접을지 관심이다. 서울대 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전체 휴진’ 찬반 투표를 연기하면서 상황 변화에 대한 기대가 있지만, 비슷한 투표를 진행하는 대한의사협회(의협)가 9일 대정부 투쟁을 선포하겠다는 입장이라서 전체 휴진 가능성은 여전하다.

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명령 철회하자 투표 연기

 

5일 의료계에 따르면 서울의대·서울대병원 교수 비상대책위원회는 전날 오후 5시 전체 교수들이 모이는 총회를 열어 마무리짓기로 한 총파업 투표를 6일 오전까지 연장하고 당일 결과를 발표하기로 했다. 비대위는 “정부가 복귀한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 절차를 중단하고, 수련병원장에 내렸던 사직서 수리 금지 명령을 철회한다고 밝힌 만큼 좀 더 폭넓은 의견 수렴이 필요하다”고 이유를 밝혔다. 비대위 측은 다만 “정부 조치를 긍정적으로 해석했다기보다 내용을 좀 더 명확히 파악하고, 더 많은 교수 의견을 받기 위해 시간이 필요하다는 판단으로 기간을 연장했다”고 설명했다.

 

전날 투표에 참여한 서울의대 교수 765명 중에 ‘휴진 등 강경투쟁을 해야 한다’는 답변은 64.4%였고, ‘집회·대자보 등 진료와 무관한 항의표시가 적절하다’는 응답은 23.7%였다. 투쟁 방식으로는 ‘정부 정책 철회시까지 중환자실·응급실 등 제외한 셧다운(전체 휴진)’이 45.1%였고, ‘주 1회 전체 휴진’이 41.9%였다고 한다. 전체 교수 1700여명 중 1000명 가량이 투표하지 않아 연장한 것이라는 분석이 있고, 정부의 명령 철회로 투표를 다시 시행할 가능성도 있다. 서울대의대·서울대병원 교수들이 총파업을 하면 응급실과 중환자실, 신장 투석, 분만 등 환자 생명과 직결된 필수의료를 뺀 정규 수술과 외래 진료를 전면 중단할 가능성이 있다.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지난 4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의료개혁 관련 현안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취소’ 아닌 ‘철회’” 논란

 

서울대의대 교수들이 투표를 연기한 것은 정부가 발표한 ‘명령 철회’의 의미를 온전히 받아들이지 못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교수들은 “정부가 복귀한 전공의가 전문의를 딸 때까지 행정처분을 중단한다는 것”이라거나 “전공의들이 다시 들고일어나지 못하게 하려는 것”이라는 반응이 많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대위원장은 내부공지에서 “조규홍 복지부 장관은 ‘명령 철회의 효력이 장래를 향해 발생한다’고 밝혔다”며 “법적으로 취소는 일단 의사표시의 효과가 발생한 다음에 그 효과를 소급적으로 소멸시키는 것인데 반해 철회는 다만 장래에 향해서만 그 효과를 상실시키는 점에서 다르다”고 지적했다. 이어 “명령을 취소할 경우 2월 명령을 내렸던 시점부터 행정 명령의 효과가 소멸돼 법적으로 전공의는 비교적 자유로운 상태가 됐을 것”이라며 “정부가 명령을 취소하지 않고 철회함으로써 다시 법적인 문제 제기를 할 수 있는 여지를 남겨둔 것”이라고 강조했다. 

 

복지부 관계자도 이날 2월20일 집단사직한 전공의들이 진료유지명령과 업무개시명령을 어긴 사실은 그대로 남아있고, 4일 이후부터 명령을 거둬들여 사직이 가능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병원에 복귀하는 전공의에 대한 행정처분은 중단하지만, 미복귀 전공의에 대한 처분은 전체 복귀상황 등을 고려해 추후 판단하겠다는 의미다.

5일 서울의 한 대학병원에서 의료진이 이동하고 있다. 뉴스1

의대 증원 취소 소송 등을 대리하는 이병철 변호사는 이날 “전공의들의 복귀 또는 일반의로서 취업 및 개원 등은 완전히 전공의 자유에 달렸다”며 “정부는 합리적 이유없이 복귀하는 전공의와 복귀하지 않는 전공의를 차별하는 것이어서 헌법상 11조, 행정기본법 9조 평등원칙에 위반돼 위헌, 위법, 무효”라고 주장했다.

 

이 변호사는 아울러 국가를 상대로 1000억원 상당의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는 “정부의 행정처분, 형사처벌 등 법적 리스크가 제거됐기 때문에 전공의 1만명, 의대생 1만8000명, 의대 교수 1만2000명, 대한의사협회 소속 의사 14만명, 기타 피해받은 의료인 등은 대한민국 등을 상대로 손해배상청구 소송을 진행하겠다”며 “소송내용은 국가배상법상 공무원의 불법행위(의료농단)로 인한 손해배상청구소송으로 소송금액은 전공의 1인당 1000만원(3~4개월 급여)에 1만명을 곱한 최소 1000억원이다. 피고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덕수 국무총리 그리고 보건복지부·교육부 장·차관 등”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단 대한전공의협의회 비상대책위원장이 지난 5월 31일 열린 '의정갈등을 넘어 미래 의료 환경으로' 심포지엄 발표를 지켜보고 있다. 연합뉴스

◆의협, “9일 대정부 투쟁 선포”

 

대한의사협회(의협)는 정부의 명령 철회 발표와 무관하게 대정부 투쟁을 밀어부치고 있다.

 

의협은 전날 정부 발표 직후 “예상했던 대로 정부는 아무 대책 없이 의료농단, 교육농단 사태를 일으켰다는 것을 확인했다”며 “이로써 정부는 의료 정상화를 위한 능력도 의지도 없음을 국민 앞에 드러냈다”고 주장했다. 의협은 전날부터 전 회원 대상 온라인 투표를 실시하고 9일 오후 2시 의협회관에서 전국의사대표자대회를 개최해 의료계 투쟁 동력을 결집할 계획이다.

 

의협은 “9일에는 교수, 봉직의, 개원의는 물론 전공의, 의대생도 함께 해 전 직역이 의협을 중심으로 뭉쳐 대정부 투쟁을 선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의사 회원 12만9200명을 대상으로 전날 오후 5시부터 시작된 의협 투표율은 하루만에 30%를 넘어섰다. 의협이 투표 문자를 보낸 지 한시간만에 15%의 투표율을 기록했다고 한다.

 

서울대 외에 다른 의대들도 정부 명령 철회에 따라 향후 대응 방안을 마련하고 있다.

 

연세대 의대교수 비대위는 이날 저녁 내부 회의를 열고 대응 방안을 논의하고, 전국의과대학교수비상대책위원회(전의비)는 7일 총회를 열고 대응책을 모색할 방침이다.


정재영·이정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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