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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의 젤렌스키 [김태훈의 의미 또는 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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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29 16:10:00 수정 : 2024-05-29 16:0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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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 북부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 부근에는 미군 묘지가 있다. 1944년 6월6일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독일군과의 교전 도중 전사한 이들을 포함해 미군 장병 9000여명이 묻혀 있다. 작전 개시에 앞서 연합국은 노르망디 바닷가에 5곳의 상륙 지점을 설정하고 이들을 유타(Utah), 오마하(Omaha), 골드(Gold), 주노(Juno), 소드(Sword)라는 암호명으로 불렀다. 작전 당일인 ‘디데이’(D-Day)에 유타와 오마하는 미군, 골드와 소드는 영국군, 주노는 캐나다군이 각각 상륙해 교두보를 확보했다.

프랑스 북부에 있는 노르망디 미군 묘지. 1944년 노르망디 상륙작전 당시 독일군과의 교전 도중 전사한 이들을 포함해 미군 병사 9000여명이 묻혀 있다. 위키피디아

5곳 중에서도 오마하 해변의 전투가 특히 치열했다. 미리 강력한 방어진을 치고 대기하던 독일군은 뭍에 오르려는 미군을 겨냥해 격렬한 총격을 가했다. 2023년 상륙작전 79주년 기념식에 참석한 로이드 오스틴 미국 국방부 장관은 “무거운 장비를 짊어진 병사들은 배에서 내리자마자 독일군 기관총에 난도질을 당했다”며 “차가운 바닷물이 (피로) 빨갛게 변하자 군의관과 위생병이 부상자를 돌보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회상했다. 이 모습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할리우드 영화 ‘라이언 일병 구하기’(1996)에 생생히 묘사돼 있다.

 

상륙작전의 목적은 나치 독일 점령 하의 프랑스를 해방시키는 것이었다. 프랑스는 제2차 세계대전 초반인 1940년 독일군의 침공을 받고 불과 6주일 만에 무너졌다. 그해 6월 항복한 프랑스는 사실상 독일의 속국이 되고 말았다. 1944년 6월 노르망디에 상륙한 미군 등 연합군은 남쪽과 동쪽으로 진격했고 얼마 후 프랑스는 나치 독일의 압제에서 벗어났다. 오늘날 노르망디 상륙작전은 프랑스인들에겐 군사력이 약해 나라를 빼앗긴 설움을 일깨운다. 아울러 미국, 영국 등 다른 연합국에는 ‘상대방(독일군)이 아무리 강해도 우리가 힘을 모으면 충분히 물리칠 수 있다’라는 교훈을 준다.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왼쪽)과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 사진은 2023년 5월 파리를 방문한 젤렌스키 대통령을 마크롱 대통령이 엘리제궁 앞에서 환영하는 모습. AFP뉴스1

오는 6월6일 프랑스 노르망디의 오마하 해변에서 열리는 디데이 80주년 기념식에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이 참석한다. 행사를 주관하는 에마뉘엘 마크롱 프랑스 대통령은 28일 이 사실을 언론에 깜짝 공개했다. 2022년 2월 러시아의 침략을 받은 우크라이나는 벌써 2년 4개월 가까이 고군분투를 이어가고 있다. 국토의 상당 부분이 러시아군에 점령된 상태에서 “이제 그만 항복하라”는 요구를 받고 있으나 끝까지 저항하겠다는 의지가 확고하다. 마침 이번 행사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 등 서방 주요국 정상들도 대거 참여한다. 젤렌스키 대통령의 노르망디 상륙작전 80주년 기념식 동참이 전쟁에 지친 우크라이나 국민들에게 ‘우리도 러시아로부터 해방될 수 있다’라는 자신감을 선사하는 계기가 됐으면 한다.


김태훈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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