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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 “20대부터 늘 연기 절실… 90대까지 하고 싶어”

입력 : 2024-05-28 21:50:04 수정 : 2024-05-28 21:5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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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개봉 ‘설계자’ 주연

철두철미한 살인 청부업자 역할
“예전엔 분노 연기 무섭게 안보여
이젠 무서워… ‘어른 얼굴’ 된 것
해외제작 등 인생 계획도 세워”

40대이지만 배우 강동원에게는 ‘중년’이란 말을 붙이기 어색하다. 삶의 더께, 둔탁해진 감각이 없어서일 듯하다. 그를 스타덤에 올려놓은 장난기 머금은 눈빛에 만화 같은 이목구비는 여전하다. 그렇다고 시간의 흐름을 부정할 수만은 없는 나이. 지난 24일 영화 ‘설계자’ 홍보를 위해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만난 강동원은 막 청춘의 다리를 벗어나 과도기에 있는 배우를 연상시켰다.

29일 개봉하는 ‘설계자’에서 강동원이 연기하는 영일은 살인청부업자다. 손에 피를 묻히진 않는다. 누가 봐도 우연한 사고로 위장해 목표물을 제거한다. 이런 그가 자신의 목숨을 노리는 ‘청소부’의 존재를 감지하며 이야기가 굴러간다. 3명의 동료마저 믿기 힘든 상황에서 그는 절박하게 두뇌게임을 벌인다.

배우 강동원은 “‘설계자’에서는 영일이 미쳐가는 건지 아닌지, 청소부가 있는 건지 아닌지 사이에서 연기의 선을 유지하는 게 힘들었다”며 “엔딩에서도 감정표현을 더 강하게 갔어야 했나 지금도 모르겠다”고 말했다. AA그룹 제공

영일은 철두철미하고 차갑다. 말수도, 표정도 적다. 데뷔 21년째인 강동원은 이런 배역이 얼마나 힘든지 익히 알고 있었다.

“(카메라) 클로즈업이 들어올 때 대사가 없으면 연기하기 진짜 힘들어요. 왜 힘드냐면 속으로 정확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거나 호흡을 까먹어서예요. 이 영화에서는 ‘호흡을 멈추지 말고 마음속으로 정확한 대사를 하자’ 하고 촬영에 들어갔어요. 그래서 클로즈업을 해도 긴장된 순간이 거의 없었어요.”

경험은 어디 가지 않는 법이다. 강동원은 ‘설계자’에서 자신을 보며 “‘이제 이런 캐릭터를 소화할 수 있는 얼굴도 생겼구나’ 싶다”며 “예전에는 화 내는 연기에서 그리 무서워 보이지 않았는데 이제 무섭더라”고 말했다. 그러고는 농담처럼 덧붙였다. “이번엔 연기하면서 화를 잘 낼 수 있을 것 같았어요. 갈수록 화가 쌓이는데 풀 데는 별로 없고….”

그는 자신의 외모에 대해 “요즘 어른의 얼굴, 제 나이에 맞는 40대 얼굴이 된 것 같다”며 “친구들보단 어려 보이지만 더 이상 사회초년생 느낌이 아닌, 사회적으로 딱 중간에 있는 그런 얼굴”이라고 규정했다.

‘어른의 얼굴’이라지만 강동원은 사소한 촬영담조차 웃음을 머금고 말할 만큼 장난기가 있었다. 여전히 ‘가능성과 상상의 세계’도 존중했다. “지구공동설(지구의 텅빈 내부에 생명체가 산다)은 믿지 않지만 ‘미국이 외계생명체를 숨기고 있다’는 음모론은 100% 믿는 건 아니어도 가능성은 있다”고 여긴다.

소년만화 같은 엉뚱함을 지녔지만 강동원은 실생활에선 계획가에 가깝다. 인생 계획도 다 세워 놨다.

“‘계획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구나’ 싶지만, 계획이 있는 건 나쁘지 않죠. 40대에는 좀 더 글로벌 인지도를 쌓고 해외제작을 많이 하고 외국 회사들과 협업도 할 수 있으면 하고, 50대는 그걸 밑거름으로 열심히 연기하면서 회사(1인 기획사)를 더 키우고 글도 쓰고 싶어요. 지금 판타지 장르 시놉시스를 쓰고 있어요. 60대 되면 연기 일이 줄어들 테니 제작을 좀 더 하고 연기는 써주면 최선을 다하고, 70대 되면 ‘제발 써 달라’고 돌아다니고.”

80대의 강동원에 대해선 “지천명을 하고, 제가 왜 이 땅에 왔는지 깨닫게 되겠죠”라는 농담도 잊지 않았다. 농담과 진지함을 오가는 그의 화법은 연기에 대해서도 마찬가지였다. 이번에 함께 출연한 배우 이미숙은 ‘강동원이 이렇게 필사적으로 연기하는 줄 몰랐다’고 했다. 그는 “이 작품으로 인해 다음 작품이 들어와야 해서 열심히 일한다”며 “전 연기하는 것밖에 수익원이 없고 재테크를 하는 것도 아니라서 다음 작품을 꼭 해야 한다”고 밝혔다.

대중에게 강동원은 ‘주연은 따 놓은 당상’으로 보이지만 그는 “20대부터 항상 절실하게 해왔다”며 “이 바닥이 그렇게 녹록지가 않다. 언제 시나리오가 안 들어올지 모른다”고 했다. 그렇기에 출연작이 손익분기점을 넘기는 것을 가장 중요하게 생각한다. 오래, 멀리 가기 위해 그는 자신을 다그친다. 촬영 현장에서 편한 건 위험신호다. 그는 “전에는 내일 눈물 흘리는 장면이 있고 대사도 많으면 잠이 안 왔는데 요즘은 ‘내일 눈물신이네, 한 테이크에 끝내야지’ 이러니까, 매너리즘에 빠지겠다 싶더라”라며 “그럴수록 저를 더 괴롭힌다”고 했다.

“이번 영화에 대해 ‘신선하고 재밌다, 강동원 연기도 더 성장했다’는 얘기를 듣고 싶어요. 전 (연기에) 절실합니다. 이 작품으로 조금 더 성장하고 그걸 바탕으로 시나리오가 들어오고 그래서 80, 90대까지 연기하면서 먹고살고 싶습니다.”


송은아 기자 sea@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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