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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온도 1.5도 제한 목표 충족할 국가 단 6%…“정치적 의지 부족이 문제” [기후가 정치에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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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 2024-05-18 08:42:25 수정 : 2024-07-01 17:06:39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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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 1.5도 제한
충족할 국가는 단 6%에 그쳐
정치적 의지 부족해 목표 달성 불가
한국, 석탄·기타 화석연료 비중 줄여야

세계 각국은 2015년 파리기후변화협약을 통해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을 산업화 이전 대비 2도 이내, 나아가 1.5도 이내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지난해 12월 제28차 유엔기후변화협약 당사국총회(COP28)에서도 1.5도 제한 목표가 재확인됐다. 최종 합의문에만 1.5도 제한 목표치가 13번 포함됐고, 술탄 알자베르 의장은 이 목표를 위치가 고정된 ‘북극성’에 비유하기도 했다. 한마디로 인류가 기후변화로 인한 재앙을 피할 수 있는 ‘마지노선’인 셈이다. 

 

전문가들의 생각은 어떨까. 2018년 이후 나온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보고서의 주 저자와 심사자들은 안타깝게도 1.5도 제한 목표를 충족할 국가가 단 6%에 그칠 것이라고 봤다. IPCC는 1990년부터 기후변화가 일어나는 원인, 영향과 위험,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정책 방향 등에 대한 전문가들의 분석을 담은 평가보고서를 5∼7년 주기로 내온 바 있다. 

 

“우리는 (지구 온도 상승 폭) 1.5도 이하를 달성할 수 없습니다.” 모나코 과학 센터의 나탈리 힐미는 지구 평균기온이 3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고 예측했다.

 

◆1.5도 제한 목표 이미 ‘실패’

 

18일 영국 가디언이 기후학자 380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진행한 결과에 따르면 80%가량이 지구 온도가 산업화 전보다 최소 2.5도 이상 상승해 재앙을 초래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가디언은 IPCC 보고서의 주 저자와 심사자들 843명에게 연락해 이 중 380명으로부터 답변을 받았다. 

 

설문에 따르면 지구 온도가 2100년까지 얼마나 오를 것이냐는 질문에 기후학자들의 77%는 2.5도 이상이라고 답했다. 3도 이상 상승할 것이라 예측한 기후학자도 42%나 됐다. 반면 세계 각국이 설정한 지구온난화 제한선인 1.5도 상승 목표를 충족할 것이라고 본 전문가는 6%에 불과했다. 

 

최근 기후변화가 가속하며 지구 평균기온이 1.5도를 넘는 시점이 점점 앞당겨지고 있다는 분석은 계속해서 제기되고 있다. 지난해 11월 세계기상기구(WMO)는 지구 기후현황 보고서를 내고 “관측을 시작한 이래 올해가 가장 따뜻한 해가 될 것”이라며 1850∼1900년 지구 평균기온보다 올해 1∼10월 평균기온이 1.4도 높다고 설명했다. 1.5도로 약속한 국제사회의 지구 기온 상승 제한선에 바짝 근접한 수치다.

 

최근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이미 1.5도를 넘어섰다는 관측도 나왔다. 지난 2월 BBC 방송은 유럽연합(EU) 기후변화 감시기구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연구소(C3S)의 데이터를 인용해 지난해 2월부터 올해 1월까지 1년간 지구 평균기온 상승 폭이 산업화 이전 대비 1.52도를 기록했다고 전했다. BBC는 “장기적인 온난화 추세는 의심할 여지 없이 인간 활동, 주로 이산화탄소와 같은 지구온난화 가스를 방출하는 화석연료 연소에서 비롯된 것”이라며 전 세계 해수면 평균온도도 역대 최고를 기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사진=런던자연사박물관 홈페이지

◆‘정치적 의지’ 부족해 대응 미비

 

세계 각국은 다가올 혹은 이미 실현된 ‘재앙’에 대비하고 있을까. 

 

전문가들의 답은 ‘NO(아니다)’다. 기후학자들의 75%는 세계가 기후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고 있는 이유로 ‘정치적 의지 부족’을 꼽았다. 정치에서의 논의 자체가 부족해 정부가 이를 방관하고 있다는 것이다.

 

익명을 요구한 남아프리카공화국의 한 과학자는 “지구 남쪽의 사람들에게 상당한 고통과 아픔이 있는 디스토피아(암울한 미래)적 미래가 예상된다”며 “지금까지 세계의 대응은 비난받아 마땅하다. 우리는 바보의 시대에 살고 있다”고 비판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아직 희망의 끈을 놓을 순 없다”며 정치적 변화를 촉구하기도 했다. 유엔 코펜하겐 기후센터의 헨리 노이펠트는 “우리는 1.5도 제한에 필요한 모든 해결책을 가지고 있으며 향후 20년 이내에 이를 실행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독일 본 대학교의 리사 쉬퍼는 미래 세대의 노력이 중요하다며 “나의 유일한 희망은 교육자로서 다음 세대가 똑똑하게 (기후변화에 대응하고), 정치를 이해할 것이라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한국, 기후 대응 수준 ‘꼴찌’

 

기후변화는 더는 ‘먼나라 이웃나라’의 얘기가 아니다. 폭염, 폭우, 홍수 등 기후변화가 야기한 변화는 국내에서 이미 가시화됐다.

 

문제는 기후변화에 대비하기 위한 노력이 부족하다는 것이다. 지난해 12월 국제 평가기관 저먼워치와 기후 연구단체인 뉴클라이밋 연구소, 환경단체 클라이밋액션네트워크(CAN) 인터내셔널은 전 세계 온실가스 배출의 90%를 차지하는 63개국과 EU를 대상으로 기후 정책과 이행 수준을 평가해 기후변화대응지수(Climate Change Performance Index·CCPI)를 발표했다. 한국은 전체 67위 중 64위를 차지했는데, 한국보다 더 낮은 평가를 받은 국가는 산유국인 아랍에미리트(UAE)와 이란, 사우디아라비아뿐이다. 

 

한국은 온실가스 배출과 에너지 사용, 재생 에너지 및 기후 정책 부문에서 저조한 평가를 받았다. CCPI 국가별 전문가들은 “한국이 파리협정 1.5도 목표에 맞게 모든 부문에서 석탄과 기타 화석연료를 비중을 단계적으로 없애야 한다”며 2030년까지를 목표로 하는 재생 에너지 발전 비중을 늘려야 한다고 지적했다. 한국 정부가 석유와 가스에 대해 공적 자금을 지원하는 점도 좋지 않은 평가를 받게 한 요인으로 지목됐다.

 

정치가 기후에 답하는 그 날까지 씁니다, 기후가 정치에게.

이민경 기자 m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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